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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by 조선일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영웅들을 위해 불렀습니다”

TV조선 창사 특집 콘서트 ‘이미자…’ 내일 밤 10시 방송

전통가요 맥 잇는 조항조, 김용임, 영탁 등도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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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콘서트를 위해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려들었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영웅들을 떠받들고 대접해드리진 못할망정,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만이라도 알아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참전 용사 등을 모시자는 기획을 하면서 기와집을 일흔 번이라도 헐고 또 새로 지을 듯한 각오로 임했습니다.”


다음 달 1일 방송하는 TV조선 창사 기념 ‘이미자 특별 감사 콘서트 오랫동안 사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81)는 “가수 이전에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진정한 영웅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는 파독 광부 150명과 백마고지 전투 등에 참여한 6·25 참전 용사, 월남 파병 장병, 천안함 유가족, 목함 지뢰 피해 군인, 제2 연평해전 참전 용사 등을 초청해 국민들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는 콘서트. “그분들은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융성할 수 있게 한 뿌리이자 얼입니다. 국내외에서 우리의 근간을 뒤흔들려는 움직임이 많지 않습니까. 더 늦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저라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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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는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뒤 ‘동백 아가씨(1964)’ ‘흑산도 아가씨(1965)’ ‘섬마을 선생님(1966)’ ‘아씨(1970)’ 등의 히트곡이 담긴 음반만 500여 장, 곡(曲) 수로는 2000곡 이상을 발표한, 최다(앨범), 최장(활동 기간), 최고 등 ‘3최’ 기록을 가진 가수다. 지난 2019년 노래 인생 60년을 맞아 TV조선을 통해 기념 콘서트를 선보였던 그가 MC 임성훈이 진행한 이번 콘서트를 통해 3년 만에 TV 무대에 다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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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자는 이번 콘서트 출연료를 전액 기부했다. 의상도 모두 자비로 준비했다. 또 코로나 기간 손수 뜬 수세미 2000장을 판 수익금 역시 모두 기부한다. “이번 콘서트는 단순히 히트곡을 부르는 자리가 아닙니다. 노래로 부르는 대한민국 현대사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통 TV 프로그램에 붙는 ‘쇼’라고 명칭을 붙이지 말아달라고 제작진에게 부탁했지요.”


그와 오래 함께 일한 작가 등과 합심해 6개월 이상 걸려 각종 자료 조사도 거쳤다. “6·25와 관련된 국내외 자료를 전부 뒤졌어요. 국가 기록원 자료부터 신문, 영상 등 한 분 한 분, 혹시 놓치는 것이라도 있을까 봐 잠도 잊었습니다.” 파독 광부·간호사를 비롯해 파병 장병, 참전 용사들을 위로하고자 숱한 노래를 부른 그였지만 자료를 보는 동안 그의 노랫말처럼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독일 지하 갱도에서 트랜지스터로 노래를 듣던 광부들, 목청 터져라 노래 부르며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베트남전 장병들, 모두 지금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합니다. 장병들이 너무 울기에 ‘위문하러 왔는데 너무 울게 만들어 위문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니, ‘이렇게 펑펑 우니까 응어리가 풀린다’며 목소리를 높여 앙코르를 외치더군요. 한 곡, 두 곡이 어느 덧 열 곡이 됐는데도 노래를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콘서트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 참전 용사등의 당시 모습과 현재 인터뷰를 담은 VCR을 보여주면서 이미자의 노래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히트곡뿐 아니라 ‘황성 옛터’(이애리수) ‘전선 야곡’(신세영) 등 우리 현대사의 한 시대를 위로하는 곡들도 준비했다. 또 ‘뿌리를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전통 가요의 명맥을 잇는 가수 조항조와 김용임이 이미자와 함께 목소리를 맞춘다. ‘미스터트롯’ 결승전에서 인생곡으로 이미자의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부른 영탁 등도 등장해 이미자와 함께 노래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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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무대 밑으로 내려갔다고 말했다. 알 수 없는 끌림으로 저절로 몸이 향했다. “참전 용사들과 악수하다 목함 지뢰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예비역 중위를 보는데, 안아줄 수밖에 없었어요. 그들을 보면서, 가수가 함부로 ‘은퇴’라는 말을 쓰면 더더욱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력이 있는 동안엔, 나라가 필요로 하면,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쉬지 않고 노래하겠습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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