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창업자 재산 2배로… 베이조스는 30조원 늘어 1위 독주
세계 500대 부자 순위… 코로나가 뒤흔들었다
비대면 IT·헬스·중국 부자 뜨고 - 재산 증가 30위 내 중국인 16명
베이조스, 빌게이츠와 격차 벌려… 前 아내도 재산 증가액 3위
석유·명품·부동산 재벌은 지고 - 루이비통 회장 281억달러 감소
워런 버핏도 197억달러 줄어… 美 셰일가스 재벌은 재산 반토막
중국 산둥성 출신 공학도 위안정은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화상회의 플랫폼 스타트업인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을 창업했다. 줌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세계 온라인 회의·강의 수요가 늘어난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12월 하루 1000만명 수준이던 서비스 이용자가 3월 2억명으로 폭증한 것이다. 보안 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둘러싸고 회사가 거짓 해명까지 하는 등 문제가 속출했지만, 줌 주가는 올 들어 110% 넘게 뛰었다. 위안정의 재산도 36억달러(약 4조4000억원)에서 75억달러(약 9조1650억원)로 급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500대 부자' 중 올해 재산 증가율 1위다.
정반대 사례도 있다. 코로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유례없는 폭락을 기록하자 미국 셰일 가스 산업의 개척자로 꼽히는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스 회장의 재산은 58% 줄었다. 그의 세계 부자 순위는 156위에서 444위로 곤두박질쳤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세계 억만장자들을 웃기고 울리며 부(富)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본지가 블룸버그가 실시간 집계하는 세계 500대 부자의 올해 재산 변동을 분석한 결과, 5월 6일 현재 500대 부자의 재산은 5조3718억달러(약 6570조원)로 작년 말보다 5535억달러(9.3%·약 677조원) 감소했다. 코로나가 가져온 세계 부(富)의 재편은 ▲비대면(非對面) IT 기반 중국 스타트업 창업자의 부상 ▲헬스케어·테크 억만장자의 약진 ▲세계 1위 부자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의 독주 ▲에너지·패션·부동산 등 전통 재벌의 몰락 등으로 요약된다.
세계 500대 부자 재산 9% 줄어
코로나가 세계 경제를 패닉에 빠트렸지만 이런 와중에도 세계 500대 부자 중 111명의 재산은 늘었다. 이 중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 증가한 부자도 43명에 달했다. 500명 중 200명은 재산이 10억달러 이상 감소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그의 전(前) 아내 매켄지 베이조스 두 사람의 재산은 올해 344억달러 증가했다. 하루 2억7000만달러(약 3300억원)씩 늘어난 것이다. 제프 베이조스의 재산은 1400억달러로 지난해까지 1·2위를 다투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의 격차를 340억달러로 벌리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은 재산이 109억달러 급증해 증가액 2위에 올랐다. 반면 워런 버핏 회장은 197억달러가 줄어 '투자의 귀재'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감소액 3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코로나 부자 키워드는 테크·헬스
올해 재산 증가액 상위 30위 내에서 16명이 중국 국적자(홍콩·싱가포르 포함)였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황정 회장은 재산 증가액(57억달러) 5위에 올랐다.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 넷이즈 창업자 딩레이, 징둥닷컴 창업자 리우창둥의 재산도 17억~28억달러 늘었다.
500대 부자에 속한 중국인은 60명인데 이들의 재산은 76억달러 증가했다. 중국 국적자만 평균 재산이 늘었다. 미국 국적인 177명의 재산은 1292억달러 감소했다. 프랑스(598억달러)·러시아(462억달러)·독일(473억달러)·브라질(312억달러)·영국(193억달러) 부호의 재산도 코로나 사태 이후 급감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14업종 억만장자 가운데 올해 재산이 증가한 곳은 테크와 헬스케어가 전부다. 재산 증가액 상위 1~6위를 테크 부자가 휩쓸었다. 또 재산 증가액 상위 30위 중 7명이 헬스케어 관련 회사의 창업자나 CEO였다.
의료 장비 업체 마이뤠이 리시팅 회장의 재산 순위는 작년 말 179위에서 104위로 뛰었다. 또 백신 개발 회사인 즈페이바이오 장런성 회장, 캉타이바이오 두웨이민 회장은 재산 증가율 6·7위에 올랐다.
전통 재벌의 몰락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오너나 CEO들은 코로나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프랑스 최고 부자이자 세계 4위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의 재산은 올해 281억달러 줄었다. 감소액 1위다. 패션 브랜드 자라(ZARA)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의류 업체인 인디텍스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의 재산도 254억달러 줄면서 감소액 2위에 올랐다. 이브생로랑·구찌·발렌시아가 등 고급 패션 브랜드 모(母)회사인 케링(Kering)의 지분을 가진 프랑수아 피노, 스웨덴의 패션 브랜드 H&M의 회장인 스테판 페르손,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창립자인 야나이 다다시, 샤넬을 소유한 베르트하이머 형제 등도 코로나에 울었다.
500대 부자에 속한 에너지 재벌 30명 중 28명이 올해 재산이 줄었다. 러시아 천연가스 회사인 노바테크의 CEO인 레오니트 미헬슨, 러시아 정유업계를 이끄는 루크오일 회장 바기트 알렉페로프의 재산이 각각 71억달러, 62억달러 줄었다. 인도의 최대 재벌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재산도 56억달러 감소했다.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회장, 카지노계 대부인 샌즈그룹의 셸던 애덜슨 회장, 독일의 산업용 베어링 제조사인 셰플러의 게오르크 셰플러 회장, 유럽의 가장 큰 신발 소매업체인 다이히만의 하인리히 다이히만 회장, 세계 최대 맥주회사인 앤호이저 부시 인베브의 주주인 텔레스의 재산도 올해 27~49% 줄었다.
전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