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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존봉준’이 말했다 “부자 안 돼도 좋다고? 거짓말!”

2030 주식 열풍의 선봉장, 존리


조선일보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2014년 취임 이후 법인으로 등록된 외제차를 처분했다. 대신 미니 버스를 사서 '경제적 독립'을 주제로 전국 강연을 다녔다. /영상미디어 김종연 기자

존리(62)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올 한 해 ‘존봉준’으로 살았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는 2030세대 주식 열풍의 선봉장이라는 뜻. 그의 이름과 동학운동 지도자인 ‘전봉준’을 합친 말이다. 최근 국내 2030세대에서는 경제적 자립을 통해 30대 말, 늦어도 40대 초 은퇴하자는 파이어(FIRE)족이 유행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와 조기 퇴직(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따 만든 말이다. 그는 2014년 대표 취임 이후 금융 교육과 주식 투자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절약’과 ‘경제적 자립’ 등 파이어(FIRE)의 핵심 가치도 마찬가지. 이 외침이 올해 제대로 응답받았다. ‘존리의 부자 되기 습관’ 등 그의 책은 올 상반기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약 30만명이 그의 유튜브를 구독한다. 그는 “욜로·소확행이 사라지고 희망이 보이는 것”이라며 웃었다.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메리츠자산운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돈에 대한 혁명이 일어났다

–왜 지금 당신의 주장에 공감하는 2030이 나타났다고 보나.


“2~3년 전만 해도 금융 교육을 나가면 50~60대가 대다수였다. 지금은 20~30대가 90%다. 한국에서 돈에 대한 혁명이 일어났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돈이 없으면 고통이 온다는 걸 느낀 것 같다.”


–차를 사지 말라고 했는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도 있지 않은가. 아이가 어리다든가.


“아이를 부자로 만들어야지, 왜 편하게 만들려고 하나? 꼭 필요하다면, 중고차를 사는 등의 방법도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옆집은 무슨 차 타는데, 이런 마음으로 차를 산다. 억만장자한테 물어봤다. 무슨 시계 차느냐고. 250달러(약 27만원)짜리 시계 찬다. 돈 없는 사람들이 롤렉스 차는 거다. 부자처럼 보이려고.”


–파이어(FIRE)족은 극단적 절약을 강조한다. 현재가 불행하지 않을까.


“사람들이 내게 샤넬 백을 20대에 사야 즐겁지, 70대에 10개 사면 무슨 소용이냐고 묻는다. 100억원을 번 다음엔 샤넬 백 사도 된다. 그러나 미래 준비가 안 됐는데 신용카드로 가방을 산다는 건, 미래를 담보로 쓰겠다는 거다.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한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게 우선순위여야지, 어떻게 샤넬 백이 우선이 될 수 있나.”


–‘나는 부자가 안 돼도 좋다. 이렇게 사는 데 만족한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포기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본다. 누가 100억원을 준다면 안 받을 건가? 1억원만 줘도 좋다고 난리일 거다. 그런데 왜 그렇게 얘기하나. 돈에 대해 솔직할 필요가 있다. 돈이라는 게 귀하고, 없으면 비참하다는 걸.”


–'집을 사는 것보다 월세가 더 낫다'는 말에 동의 못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대개 월세는 ‘버리는 돈’이라고 생각하며 아까워한다.


“10억짜리 집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월세 100만원 주면 나에게 9억9900만원이 생긴다. 이 돈으로 주식 투자하는 게 자산을 불리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거다. 기업은 스스로 돈을 벌려고 하고, 매출을 늘리려고 한다. 집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올라갈 뿐이지, 집이 일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람들은 자기 재산의 80%가 집이다. 집값 빠지면 어떡할 건가. 그나마도 10억이 있어서 산 거면 다행이지만, 대출받아서 산 거라면? 평생 빚만 갚다가 재산이 하락한다면? 늪에 빠지는 거다.”


–사교육비 줄여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개천용’이란 말처럼 한국 사회에선 공부만 열심히 해도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옛날에는 그랬다. 시험으로 부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찢어지게 가난한데 고시 공부해서 판·검사 돼서 집안 살리는 게 가능했다. 그런데 지금은 시험으로 부자가 되는 사회가 아니다. 그것보다 유튜브를 하는 게 더 빠르다. 지금이야말로 흙수저가 금수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있다면.


“그런 애는 시켜야지.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아이가 학원에 가야 잘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영·수 잘하라고 밤 11시까지 학원에 있는 건 정말 아니다. 그때까지 학원에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결국 시험 잘 보는 법밖에 모르게 된다. 사교육을 끊어야 아이들 창의성이 생기고, 창업할 수 있다. 애플이나 테슬라 같은 기업이 나온다. 50~60대를 만나면 ‘사교육비에 정말 바보 같은 돈을 썼다’고 한다. 사교육비를 주식에 투자해 자녀가 성인이 되고 창업할 수 있는 종잣돈을 만들어주는 게 낫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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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 메리츠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존리대표.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돈이 일하게 하라

이 대표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다니다, 대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이민을 했다. 이후 뉴욕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회계사로 일하다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크락 (Scudder Stevens & Clark)등에서 자산운용책임자로 일했다.


–대표님은 어떻게 돈을 배웠나.


“나도 미국에 가서야 배웠다. 당시 부모님은 사업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으셨고, 미국에 사는 큰 누나가 아주 부자였다. ‘누나 돈 많잖아. 나 좀 도와줘’하니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니. 네가 팔·다리가 있는데 왜 도와주니’ 하더라. 당시엔 충격이었는데, 미국에선 당연한 거였다. 가족들이 부자건 가난하건 도와주지 않는다. 대학생도 스스로 돈 벌어 학비 내고, 어려서부터 경제·금융 공부를 한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금융 교육이 포함돼야 한다는 청원 글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다른 건 다 발달했는데, 돈에 대한 건 안 가르친다. ‘금융 문맹’이다. ‘돈을 멀리 해라.’ ‘공부만 열심히 해라.’ 이렇게 말한다. 그 결과가 참혹하다. 노인 빈곤율 세계 1위, 합계출산율 세계 꼴찌, 자살률 세계 1위다.”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015년 실시한 금융 이해력 조사에서 한국은 33점을 받았다. 143개국 중 77위. 영국(67점), 독일(66점) 등 금융 선진국의 절반 수준이었으며, 미얀마(35점)나 가봉(34점)보다 낮았다.


–만약 청원대로 된다면 어떤 교육을 해야 한다고 보나.


“돈을 귀하게 여기고 아껴쓰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노후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투자하는 법도. 초등학교에 강연을 가면 애들이 재밌어한다. ‘학원가지 말고, 그 돈으로 투자해라’ 그러면 좋아한다. 중학교만 가도 분위기가 다르다. 고등학교 가면 이미 ‘돈을 멀리해야 한다’고 머리가 굳어져 있다.”


–주식에 투자해서 망했다는 사람도 많다.


“투자가 아니라 도박을 했기 때문이다. 주식에는 변동성하고 위험성이 있다. 어제 올라갔다 내일 떨어지는 걸 수도 없이 반복한다. 이게 변동성이다. 이건 맞출 수가 없다. 위험은 내가 투자했는데 20년 뒤에 그 회사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건 통제할 수 있다. 기업을 연구하면 된다. 그러려면 장기투자 해야 한다. 빚내서 하는 주식이 안된다는 건 이 때문이다. 빚내서 무리하게 하면 장기투자를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나.


“사치스런 돌잔치 하지 말고, 불필요한 학원 보낼 돈 아껴서 아이들 펀드 들어줘라. 한 달에 5만원만 해라. 20년 지나면 ‘이거 하지 않았으면 어떡할 뻔했어’ 이런 말 나온다. 명품 가방 안 사고, 커피 한 잔 안 마시고 월급의 10%만 투자하라.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부자처럼 보이지 말고 부자가 돼야 한다.”


인터뷰가 끝나자 이 대표가 5세 아이를 둔 기자에게도 말했다. “영어 유치원 보낼 생각하지 말고, 이 자리에서 주니어 펀드 들고 가세요.”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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