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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조선일보

조던 vs 르브론, 당신의 ‘염소’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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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가 역대 통산 득점 1위에 오르며 마이클 조던과의 'G.O.A.T.' 논쟁에 불이 붙었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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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이었을 겁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새크라멘토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당시 제가 가장 좋아하던 NBA(미 프로농구) 팀인 새크라멘토 킹스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서였죠.


크리스 웨버와 마이크 비비, 페야 스토야코비치, 더그 크리스티 등이 버틴 킹스는 2000년대 초반 ‘밀레니엄 킹스’로 불렸죠. 화려한 공격농구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LA 레이커스에 번번이 밀리며 파이널 무대를 밟진 못했습니다.


특히 레이커스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무릎을 꿇은 2001-2002시즌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습니다. 향후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린 팀 도너히란 심판이 이 시리즈의 6차전 경기를 ‘조작 경기’라 지목했었죠. 실제 그 경기에서 레이커스는 4쿼터에만 자유투 27개를 얻기도 했습니다.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지만, 킹스 팬들로선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 얘기가 옆길로 샜습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 볼까요? 당시 킹스와 맞붙은 상대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였습니다. NBA 입성과 함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르브론 제임스의 팀이었죠.


그날 경기에선 킹스가 비비의 트리플더블에 힘입어 캐벌리어스를 여유 있게 꺾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한 선수였던 웨버가 한 달 뒤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로 트레이드됐으니 저로선 ‘완전체’ 킹스를 본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죠.


더불어 프로 2번째 시즌을 맞이한 르브론의 젊은 시절을 눈앞에서 본 것이 참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르브론이 20년 이상 NBA에 뛸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제가 40대 중반이 된 지금에도 르브론은 NBA 무대를 누비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엔 엄청난 대기록을 수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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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론 제임스는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다재다능한 면에선 조던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일보DB

◇ 살아있는 역사가 된 르브론


르브론은 지난 7일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 홈 경기에서 3쿼터 막판 중거리 슛을 성공하며 역대 통산 득점 1위에 올랐습니다. 도저히 깨질 것 같지 않았던 카림 압둘자바의 대기록 3만8387점을 깬 거죠.


특유의 ‘스카이 훅 슛’을 앞세운 득점 기계 압둘자바는 1969년부터 1989년까지 20년간 꾸준히 NBA에서 활약한 레전드 센터입니다. 그런 그를 르브론이 넘어선 것입니다.


프로 첫 시즌을 빼곤 매년 올스타에 선정된 르브론은 20일 자신의 19번째 올스타전에 나섰습니다. NBA 사무국은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의 주인공인 된 그를 위해 하프타임에 ‘르브론 모먼트’란 행사를 마련했죠.


르브론에 밀려 통산 득점 2위가 된 압둘자바와 통산 득점 3위 칼 말론(3만6928점)이 코트를 찾았습니다. 르브론의 절친이자 마이애미 히트에서 두 번의 우승을 합작한 드웨인 웨이드가 마이크를 잡고 “카림이 역대 통산 득점 기록을 깬 1984년에 르브론이 태어났다”며 “4번의 시즌 MVP, 19번의 올스타, 올림픽 금메달, NBA 챔피언 등은 그를 말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그는 이제 NBA 역대 최다득점자”라며 르브론을 소개했습니다. 르브론은 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활짝 웃었습니다.



NBA의 살아있는 역사가 된 르브론은 이제 전인미답의 경지로 여겨졌던 통산 4만 득점에 도전합니다. 1600점 정도가 남아 있어 21번째 시즌이 될 다음 시즌엔 달성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만38세인 르브론은 올 시즌에도 평균 30.0점 8.4리바운드 7.0어시스트를 기록할 만큼 건재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장남 브로니와 NBA 무대를 함께 누비는 모습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만 18세인 브로니는 193cm로, 아버지(203cm)보다는 작고 기량 면에서도 NBA 입성을 앞뒀던 르브론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입니다.


그래도 수비 능력이 뛰어나고 게임을 보는 시야가 넓어 2024년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르브론은 아들과 함께 뛰고 싶다고 자주 밝힌 바 있죠. 몇 년 전만 해도 르브론 부자(父子)가 NBA에서 함께 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했는데 이젠 눈앞으로 다가온 느낌입니다. 지금 추세라면 르브론은 마흔이 되어도 리그 톱 레벨을 유지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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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은 NBA를 넘어 미국 사회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조선일보DB

◇ 조던과 르브론, 역대 최고는 누구?


르브론이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되자 다시 농구 팬들 사이에선 ‘G.O.A.T.’ 논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역대 최고 선수에게 ‘Greatest Of All Time’을 줄인 ‘G.O.A.T’란 별칭을 붙입니다. 염소(goat)와 철자가 같아 팬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자신이 ‘G.O.A.T.’라 생각하는 스타의 이름 옆에 염소 이모티콘을 붙이며 존경을 표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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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이 'G.O.A.T.'란 뜻으로 그의 등번호인 23번을 염소에 입힌 그림. / 트위터

뭐, 사실 NBA의 ‘G.O.A.T.’를 논하기엔 최근 예순살 생일을 맞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아성을 넘기가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NBA를 전 세계적인 인기 리그로 만든 주인공인 조던은 6번 NBA 파이널에 올라 6번 모두 우승하는 금자탑을 쌓았죠. 파이널 100%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를 모두 차지하는 압도적인 존재감도 과시했습니다.


반면 르브론은 조던보다 훨씬 많은 파이널 진출 횟수를 자랑합니다. 10회 파이널에 올라 4번 우승의 감격을 맛봤고, 6번은 준우승에 머물렀죠.


이 부분에서 의견을 달리하는 팬들이 많습니다. 조던은 파이널에선 무결점의 경력을 자랑하지만, 1991년 파이널 진출 이전에는 수없이 플레이오프에서 좌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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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2016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동료 케빈 러브와 껴안으며 환호하는 르브론 제임스. / 조선일보DB

르브론 팬들은 르브론이 조던보다 파이널에 더 많이 올라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파이널 진출 경력만 보면 빌 러셀(12회), 샘 존스(11회)에 이어 역대 3위입니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는 8년 연속 파이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죠. 르브론 팬들은 파이널에서 이긴 횟수보다 진 횟수가 많은 것에 대해선 “그러면 파이널 패배가 아예 파이널에 못 올라온 것보다 낮은 평가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문하죠.


이에 대해 조던 팬들은 르브론이 ‘서고동저(서부 콘퍼런스가 동부 콘퍼런스보다 전력이 훨씬 낫다는 의미)’ 시절, 동부 컨퍼런스에 속해 상대적으로 쉽게 파이널에 올라왔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서부 팀끼리 피를 튀기는 동안 동부에서 ‘왕’ 노릇을 하면서 파이널에 ‘무혈입성’했다는 얘기죠.


그러면 르브론 팬들은 2016년 파이널로 반격합니다. 르브론 커리어에서 가장 빛난 순간으로, 파이널에서 열세일 것이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그가 이끈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73승)을 거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물리친 시리즈죠.


‘수퍼 팀’이나 ‘빅3′ 논쟁도 늘 르브론을 따라다니는 숙제입니다. 르브론은 2010-2011시즌을 앞두고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며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등과 ‘빅3′를 이뤘는데요.


당시 서로 다른 팀에서 뛰던 리그 평균 득점 2·5·9위가 우승을 위해 한 팀에 모여든 것이라 일부 팬들은 분노했습니다. 히트의 초호화 라인업은 우승 2회, 준우승 2회의 결과를 남겼죠.


아이러니하게도 르브론은 ‘수퍼 팀’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 파이널에서 르브론에 패한 워리어스는 케빈 듀랜트를 영입하며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과 ‘빅3′를 만들었죠. 캐벌리어스도 르브론과 카이리 어빙, 케빈 러브가 ‘빅3′를 이뤘지만 역대급 ‘빅3′를 이룬 워리어스엔 못 미친다는 평가였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르브론의 캐벌리어스는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파이널에서 무릎을 꿇고 맙니다.


르브론은 2020년 LA 레이커스에서 네 번째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이번엔 ‘빅3′가 아니라 초특급 빅맨인 앤서니 데이비스와 ‘원투 펀치’로 일궈낸 우승이었죠. 르브론에겐 ‘빅3 아니면 안 된다’ ‘서부에선 우승을 못 한다’는 비난을 잠재운 소중한 우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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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은 최고의 덩커이기도 했다. / 조선일보DB

조던의 경우엔 팀을 여러 차례 옮긴 르브론과 달리 시카고 불스와 함께 성장했습니다.


불스가 약체이던 시절 입단해 꾸준히 팀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결국 불스를 NBA 최정상팀으로 만들었죠. 1988년부터 1990년까지 디트로이트 피스턴스에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물을 먹었던 조던은 1991년 플레이오프 동부 콘퍼런스 결승에서 피스턴스를 물리친 이후 파이널에서 LA 레이커스를 꺾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습니다. 이후 두 번의 스리핏(3연패)을 이뤄냈고요.


조던은 커리어 내내 그 시즌 올스타 멤버를 두 명 이상 동료로 둔 적이 없습니다. 반면 르브론은 2명 이상의 올스타 멤버와 한 팀에서 뛴 시즌이 다섯 시즌입니다.


르브론이 그동안 함께한 동료 중에는 드래프트 전체 5순위 이상 지명자가 총 21명이었습니다. 조던은 1987년 드래프트 5순위로 지명된 스카티 피펜이 유일했고요. 이는 그만큼 조던이 동료의 도움을 적게 받았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습니다.



◇ 득점·수비의 조던, 플레이메이킹의 르브론


조던은 통산 10회 정규리그 득점왕에 오를 만큼 전설적인 스코어러였습니다. 수많은 명장면을 탄생시킬 만큼 탁월한 클러치 능력도 보여줬죠.


조던의 시카고 불스 시절 마지막 득점 장면이 그 유명한 ‘The Last Shot(1998년 유타 재즈와 파이널 6차전에서 상대 수비수인 브라이언 러셀을 크로스오버를 제치고 터뜨린 결승 득점)’이니까요.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 1~12위를 보면 1위와 4위를 포함해 조던의 이름이 다섯 번이나 올라 있습니다. 1위는 래리 버드가 “신(神)이 조던의 모습을 하고 내려왔다”고 극찬한 1986년 플레이오프입니다. 당시 프로 2번째 시즌이었던 조던이 보스턴 셀틱스를 상대로 63점을 퍼부었죠. 르브론의 플레이오프 최다 득점 기록은 51점(2018년 파이널 1차전)입니다.


조던은 공격만큼이나 수비로 유명한 선수였습니다. 1988년엔 올해의 수비수로 선정됐죠. 수비로 베스트5를 꼽는 디펜시브 퍼스트팀에도 9차례 선정됐습니다. 르브론도 젊은 시절엔 탁월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했지만, 2013년을 끝으로 디펜시브 퍼스트팀에 더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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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우승을 차지한 뒤 데이비드 스턴 NBA 커미셔너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는 조던. / 넷플릭스

코트에서 르브론이 조던에 확실히 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플레이메이킹 능력입니다. 르브론은 2019-2020시즌 평균 10.2개로 어시스트 리그 1위에 오를 만큼 게임 운영 능력이 뛰어납니다.


3점 슛도 르브론이 앞서고 있습니다. 조던의 경우엔 유일한 약점이 3점슛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외곽에선 그리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3점슛 통산 성공률이 32.7%에 그쳤고, 게임당 0.5개를 넣었죠.


조던이 뛰던 시절엔 3점슛은 득점의 보조 수단이란 인식이 강했습니다. 그래도 팬들의 기억 속엔 조던이 3점슛 6개를 터뜨리며 팀 승리를 이끈 1991 파이널 1차전이 남아 있습니다. 르브론은 경기당 1.6개의 3점슛을 성공하고 있습니다. 성공률은 34.4%입니다.


올어라운드 플레이어를 나타내는 지표인 트리플더블에서도 르브론이 135개로 조던(28개)을 한참 앞섭니다. 르브론은 경기당 평균 7.5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있습니다.


◇ 르브론에게 필요한 건 우승 트로피


르브론이 통산 득점 등 각종 누적 기록으로 조던(득점 3만2292점·5위)을 앞서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NBA의 ‘G.O.A.T.’는 조던이란 의견이 대세입니다. ‘G.O.A.T.’를 논하기에 가장 중요한 숫자는 트로피의 개수이니까요.


조던은 우승 횟수와 파이널 MVP(이상 6회)에서 르브론(각 4회)을 앞섭니다. 정규시즌 MVP도 조던이 5회로, 르브론(4회)보다 우위입니다.


그런데 만약 4회 우승의 르브론이 두 번 더 우승컵을 들어 조던과 타이를 이루고, 통산 득점도 4만점을 넘긴다면 ‘G.O.A.T.’ 논쟁은 아주 뜨거워질 것 같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르브론의 손을 들어줄 팬들이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제 선수 생활이 많이 남지 않은 르브론이 우승을 추가하기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올 시즌 르브론의 LA 레이커스는 27승32패로 서부 콘퍼런스 13위에 처져 있습니다. 다만 ‘플레이인 토너먼트’에 진출하려면 10위 안에는 들어야 하는데 레이커스가 현재 10위와 2게임 차이라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참고로 플레이인 토너먼트는 7~10위가 벌이는 일종의 ‘패자부활전’입니다. 7~8위가 단판 승부를 벌여 승리 팀은 7번 시드를 차지하죠. 9~10위 경기 승자는 7~8위 경기 패자와 맞붙어 8번 시드의 주인공을 가립니다.


시즌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던 레이커스는 최근 트레이드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듯합니다. 화려하지만 실속 없는 플레이를 펼친 러셀 웨스트브룩을 보내고, 디앤젤로 러셀과 말리크 비즐리, 제러드 밴더빌트를 영입했습니다. 이들이 외곽과 수비에서 큰 도움이 되면서 레이커스의 전력이 크게 상승했다는 평가입니다.


알짜 영입으로 한층 더 짜임새 있는 전력을 갖춘 레이커스가 올스타 휴식기 이후 상승세를 탄다면 NBA 우승 경쟁은 더욱 재밌어질 전망입니다. 과연 르브론은 다섯 번째 우승 반지를 차지하면서 ‘G.O.A.T.’ 논쟁에 다시 불을 붙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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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래디는 수퍼볼에 10번 올라 7번 우승을 차지한 승부사였다. / 조선일보DB

◇ 팀보다 위대한 톰 브래디


NBA 외에 다른 미국 프로 스포츠의 ‘G.O.A.T.’는 누구일까요?


NBA와 함께 4대 스포츠로 통하는 NFL(미 프로풋볼)과 MLB(미 프로야구),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 모두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NFL의 ‘G.O.A.T.’는 톰 브래디(45)입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선언한 쿼터백 브래디는 팀보다 위대한 선수로 꼽힙니다. NFL 역대 최다 우승팀은 6회 정상에 오른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와 피츠버그 스틸러스인데요. 브래디는 혼자서 이보다 더 많은 7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습니다.


2000년 NFL에 데뷔한 브래디는 2002년과 2004년, 2005년 수퍼볼에서 우승하며 단숨에 전설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팬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에서 뛰면서 4회 수퍼볼 우승을 일궈낸 조 몬태나(66)를 ‘G.O.A.T.’로 꼽았죠.


그는 이후 한동안 우승이 없었습니다. 특히 정규리그에서 16전 전승을 거두고도 수퍼볼에서 일라이 매닝이 이끈 뉴욕 자이언츠에 무릎을 꿇은 2008년이 아쉬웠죠. 브래디는 4년 뒤 2012년 수퍼볼에서 자이언츠와 리턴 매치를 가졌는데 그때도 매닝의 자이언츠에 패하고 말았습니다. 브래디가 ‘G.O.A.T.’ 급이 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죠.


절치부심한 브래디는 2015년 수퍼볼에서 시애틀 시호크스를 꺾고 10년 만에 4번째 반지를 따냈습니다. 그는 우승 횟수에서 몬태나와 타이를 이뤘지만, 그래도 몬태나를 아직 넘어서진 못했다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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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L의 'G.O.A.T.'인 브래디 사진에 염소 이모티콘을 넣은 그림. / 트위터

브래디가 ‘G.O.A.T.’로 올라섰다는 반응이 터져 나온 건 2017년 수퍼볼이었습니다.


브래디는 애틀랜타 팰컨스를 맞아 3쿼터 막판까지 3-28로 뒤진 경기를 연장까지 기어이 끌고 가더니 34대28로 역전승을 일궈냈죠. 브래디가 연출한 기적 같은 드라마에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패트리어츠에서 5번째 정상에 오르면서 브래디는 몬태나의 우승 횟수를 넘어서며 수퍼볼 최다 우승 쿼터백이 됐습니다.


2019년 6번째 우승 트로피를 든 브래디는 2020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도전에 나섰습니다. 여섯 번 우승의 영광을 함께했던 패트리어츠를 떠나 지난 12년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만년 하위팀 버커니어스로 이적한 것이었죠.


그동안 일부 팬들이 브래디의 성취를 놓고 “NFL 최고 전략가인 빌 벨리칙과 함께해 가능했다” “강력한 동료들 덕분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는데 보란 듯 ‘홀로서기’에 나선 겁니다.


그리고 브래디는 2021년 수퍼볼에서 7번째 정상을 차지하며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명실상부한 ‘G.O.A.T.’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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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브래디는 탬파베이 버커니어스로 팀을 옮기면서도 수퍼볼 우승을 거머쥐며 진정한 'G.O.A.T.'가 됐다. / 조선일보DB

지난 13일 열린 제57회 수퍼볼에선 패트릭 마홈스가 이끈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쿼터백 마홈스가 생애 두 번째 수퍼볼 우승과 MVP를 차지했죠. 만27세에 벌써 두 번의 수퍼볼 우승을 일궈낸 마홈스를 두고 그가 향후 브래디와 ‘G.O.A.T.’를 다툴 것이란 성급한 예상도 나옵니다.


그런데 마홈스로선 갈 길이 너무 멉니다. 우승 횟수를 맞추기 위해선 다섯 번이나 더 우승을 해야 하죠.


정말 만약에 우승 횟수에서 타이를 이룬다 하더라도 팬들은 브래디와 맞대결 성적을 볼 텐데 마홈스는 2021년 수퍼볼에서 브래디의 탬파베이 버커니어스에 완패한 기억이 있습니다. 마홈스가 이를 만회하고 싶어도 브래디는 이미 은퇴를 해버렸죠. 여러모로 NFL의 ‘G.O.A.T.’는 너무 넘기 어려운 산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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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G.O.A.T.'로 꼽히는 강타자 베이브 루스. /조선일보DB

◇ MLB의 아이콘 베이브 루스


MLB(미 프로야구)의 ‘G.O.A.T.’는 보통 이 선수가 꼽힙니다. ‘라이브 볼 시대’를 연 베이브 루스(1895~1948)입니다.


야구는 보통 투수와 타자가 엄밀히 구분돼 있고, 데이터도 세분화돼 있어 최고 선수를 꼽기가 쉽지 않은 종목입니다. 그래도 WAR(Wins Above Replacement)이란 데이터로 성적을 비교할 순 있습니다.


WAR은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뜻합니다. 일반적인 보통 선수, 즉 대체 수준의 선수와 비교해 해당 선수가 얼마나 팀 승리에 기여 한지를 나타내는 데이터죠. 가장 대표적인 WAR로는 팬그래프가 추산하는 fWAR, 베이스볼레퍼런스가 구하는 bWAR이 있습니다.


베이브 루스는 fWAR과 bWAR에서 모두 통산 1위에 올라 있습니다.


루스의 bWAR은 183.1로, 417승·평균자책점 2.17의 전설적인 투수 월터 존슨(164.9)을 제친 ‘올 타임 넘버 원’입니다. 보통의 선수에 비해 팀에 183승이나 더 안겨줬다는 겁니다.


투·타를 겸했던 그이기에 타격만 떼어놓고 봐도 bWAR이 162.7에 달합니다. 비록 배리 본즈(162.8)에 뒤졌지만, 본즈는 약물로 쌓은 성적이라 사실상 루스가 타격 1위입니다.


fWAR를 보면, 루스는 타격 부문에서 168.0으로 약물로 얼룩진 배리 본즈(164.4)를 제치고 1위입니다. 투수로 쌓은 WAR까지 합하면 루스의 fWAR은 180.4가 됩니다.


루스는 타자로 MLB 통산 714홈런 22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164를 기록한 동시에 투수로도 94승, 평균자책점 2.28을 올렸습니다. 통산 장타율(0.690)과 OPS는 MLB 역대 1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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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브 루스는 MLB에 홈런의 시대를 열었다. /트위터

루스는 MLB에 ‘홈런의 시대’를 연 선수로 유명합니다. 루스가 홈런 54개를 때려낸 1920년 이전만 하더라도 MLB는 사이 영, 월터 존슨 등으로 대표되던 ‘투고타저’의 리그였습니다. 하지만 루스가 홈런 퍼레이드를 펼친 것을 시작으로 단타 위주의 데드볼 시대가 끝나고 라이브 볼 시대가 열리죠. 루스 이후로 MLB엔 루 게릭과 테드 윌리엄스, 미키 맨틀, 행크 에런 등 팬들을 열광시키는 강타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야구는 미국의 국민 스포츠로 올라섭니다.


실력뿐만 아니라 이런 상징성이 루스를 MLB의 ‘G.O.A.T.’로 올려놓게 되죠.


시간이 흐르면서 야구는 선수의 역할이 더욱 분업화되고, 출전 시간도 조절하면서 더는 루스 시절의 기록을 남기기 어려운 스포츠가 됐습니다. 그런 이유로 MLB의 ‘G.O.A.T.’도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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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L의 전설 웨인 그레츠키. /트위터

◇ 아이스하키 그 자체, 웨인 그레츠키


NHL의 ‘G.O.A.T.’는 어쩌면 브래디나 루스보다 더 확실합니다. 아이스하키 그 자체로 불리는 웨인 그레츠키(62)죠.


아이스하키가 국기(國技)인 캐나다 출신의 그레츠키는 말이 필요없는 NHL 역대 최고 선수입니다. 종목 내 위상으로는 아이스하키의 그레츠키가 농구의 조던을 앞선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그레츠키가 하키의 조던이 아니라 조던이 농구의 그레츠키”란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1979년 NHL에 데뷔한 그레츠키는 에드먼턴 오일러스와 LA 킹스,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뉴욕 레인저스를 거치며 21시즌을 뛰었습니다. 통산 공격포인트(골+어시스트)는 2857개로 압도적인 1위입니다.


그는 NHL에서 1487경기를 뛰면서 894골과 1963어시스트를 기록했습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보려면 공격포인트 역대 2위 기록을 확인하면 됩니다. 2위는 766골과 1155어시스트로 공격포인트 1921개를 기록한 야로미르 야거입니다.


놀랍게도 그레츠키는 어시스트만 따져도 야거의 골과 어시스트를 합한 개수보다 많습니다. 야거가 그레츠키보다 246경기나 더 많이 뛰었는데도 말이죠.


그레츠키의 2857포인트는 앞으로 깨지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입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단일 시즌 공격포인트 200개 이상을 네 번이나 기록했죠.


그래도 골 부문은 워싱턴 캐피털스의 알렉스 오베츠킨이 넘어설 가능성은 있습니다. 러시아 출신의 오베츠킨은 812골을 기록 중입니다. 다만 오베츠킨은 어시스트 숫자가 652개로 그레츠키 기록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조선일보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 99번은 NHL 전체 영구결번이 됐다. / 트위터

NHL은 그레츠키의 등번호 99번을 리그 전체 영구결번으로 지정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NHL에서 ‘G.O.A.T.’ 그레츠키의 위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조던이나 브래디, 루스의 등번호가 리그 전체 영구결번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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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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