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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점심때 음식배달 10분, 퇴근때 빵 배달 1㎞… 오늘 가외수입 7450원 짭짤!

코로나가 열었다, 직장인 알바시대


재택근무 중이던 21일 오전 11시 30분, 휴대전화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 켜지더니 요란한 알람과 진동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음식배달앱 ‘쿠팡이츠’의 도보(徒步) 배달 기사로 등록한 지 하루 만에 들어온 첫 배달 요청이다. 배달 기사를 부른 식당은 서울 마포구 집에서 약 500m 떨어진 중국집, 배송지는 집 앞 오피스텔이었다. 앱이 미리 알려준 예상 이동 거리는 총 1㎞. ‘뚜벅이’도 1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잽싸게 ‘배달 수락’ 버튼을 누르고 가게로 뛰었다. 처음엔 “몇 분이세요?”를 묻던 종업원이 이내 어리바리한 ‘초보 배달원’의 존재를 알아챘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 화면에 뜨는 배달번호만 확인하고 음식 가져가시면 돼요. 요즘에 처음 하시는 분 많더라고요.” 수분 뒤 튀김만두·새우볶음밥·짬뽕밥이 담긴 비닐 봉투를 배달지 문 앞에 두고 ‘배달 완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수입은 3450원. 이날 하루 기자가 가입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와 파리바게뜨의 ‘도보배달60’ 앱 두 곳에선 총 14차례 배달콜이 울렸다. 인근 파리바게뜨 지점의 1㎞ 내 ‘꿀배송’ 2개를 골라 점심·퇴근 시간에 한 차례씩(2000원) 날랐다. 덕분에 이날 하루 총 7450원을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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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낮춘 직장인 ‘투잡’ 문턱…"놀면 뭐하니? 푼돈이라도 벌자"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직장인들의 ‘짠테크’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밥값에 보태겠다”는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과 퇴근 후 자유시간을 자진 반납하고 ‘알바’에 뛰어든 것이다. 실제 이달 초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직장인 642명에게 ‘투잡(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갖는 것)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응답자 84.1%가 ‘있다’고 답했다. “이미 투잡을 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16.4%에 달했다.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이 투잡에 뛰어드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36.70%)다.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실제 월급이 줄거나, 주변의 사례를 지켜보며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직장인에게 알바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준 존재가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다. 대표 주자는 역시 ‘음식 배달 플랫폼’이다. 코로나로 음식 배달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자,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은 자체 배달 기사를 모집하기 위한 앱을 따로 내세웠다. 특징은 ‘배달 기사’라는 고정 일자리 대신, 매번 '배달’이라는 일거리를 건건이 제공한다는 점이다. 자가용·자전거·도보 배달도 허용해 초심자의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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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6시 본지 최은경 기자가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문 앞에 파리바게뜨의 빵을 배달한 뒤 ‘배달 완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모습. /김연정 객원기자

서울 구로에서 일하는 개발자 최모(30)씨도 배달 업체의 구직 플랫폼 덕분에 배달업에 처음 도전했다. 그는 지난 8월 처음으로 ‘월급 삭감’을 경험한 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에 가입했다. 최씨는 “자전거 배달이라 요청 건수가 많지는 않지만 하고 싶을 때만 바람 쐬듯 일할 수 있는 듯해 만족한다”며 “정직하게 몸을 써서 번 돈이라 더 아껴 쓸 것 같다”고 했다. 세종시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 중인 윤보미(30)씨도 올 7월부터 돌봄 서비스 매칭 플랫폼 ‘맘시터’를 이용해 ‘등교 도우미’ 알바를 시작했다. 오전 7시 50분부터 1시간 동안 아이 아침을 먹이고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일이다. 윤씨는 “코로나로 학원 경영 사정이 다소 악화됐다”며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아이를 좋아하는 적성을 살릴 길을 찾다가 아이 돌봄 알바를 하게 됐다”고 했다.


◇배달·과외·이북…일거리 나눠주는 ‘플랫폼’


‘숨고’, ‘크몽’ 등으로 대표되는 재능 공유 플랫폼 역시 직장인의 투잡 생활을 지원하는 조력자다. 다양한 분야의 숨은 고수(전문가)와 고객을 연결해준다는 플랫폼 숨고에는 과외교사로 활약하는 투잡러가 많다. 영어, 코딩은 물론 살사·탱고까지 범위도 다양하다. 지난 9월까지 네덜란드 항공사 KLM에서 승무원으로 근무했던 최정원(33)씨도 숨고를 통해 영어회화·면접 과외를 1년 넘게 해왔다. 최씨는 “코로나라는 생각지도 못한 사태로 9월 17일부터 계약이 종료됐지만 그간 영어 교사로 투잡을 유지한 덕분에 경제적 타격은 크지 않았다”며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가능하다 보니 최근 직장인 수강생은 더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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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같은 가욋일로 돈도 벌고, 적성도 발휘하는 ‘일석이조’ 케이스도 있다. 서울 연남동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곰셰프네’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숨고로 살사·탱고를 가르치는 배한언(45)씨가 딱 그렇다. 그의 말이다. “10년 넘게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케이터링 사업을 했는데 올 상반기 같은 ‘개점 휴업’은 처음이에요. 매출이 90% 넘게 줄었습니다. 그래도 수강생들이랑 같이 춤추면서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큰 위안을 받았어요.” 이정아(32)씨는 자기소개에 내밀 직함이 셋이나 된다. 경기도 교육청 주무관이 본업이라면 공무원 공부 방법을 공유하는 유튜브 계정 ‘공시청’의 운영자는 부업이다. 지난달엔 9급 공무원직에 5개월 만에 합격한 노하우를 살려 쓴 전자책(e-book)을 재능 공유 플랫폼 ‘크몽’을 통해 출시했다. ‘작가’도 된 셈이다. 이씨는 “원래 광고대행사에서 일해 야근과 주 7일 근무 환경에 너무 익숙해졌다”며 “공무원이 된 뒤에도 퇴근 후 생산적인 일에 계속 도전하다 보니 결실이 따라왔다”고 했다. 크몽 측은 “이씨와 같은 N잡 도전자가 늘면서 ‘투잡’ 관련 카테고리 서비스 등록수가 전년 동기대비 4~5배 늘었다”고 했다.


매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책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도 최근 출간한 2021년판에서 ‘N잡 현상'(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직업을 유지하는 것)의 확산을 점쳤다. 트렌드코리아 2021의 공동 저자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두 번째 직업의 필요성을 절감한 직장인들이 전보다 크게 늘었다”며 “일거리를 알선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바탕으로 직장인들이 유연한 N잡 생활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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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최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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