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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얼짱'이 꼬집은, 외모지상주의

만화가 박태준

네이버웹툰 전체 조회수 1위 '외모지상주의' 연재 5주년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남자는 ○○이 돼 있었다.

카프카 소설 '변신'을 떠올리게 하는 이 단순한 설정에서 대박은 시작됐다. 네이버웹툰 조회 수 1위, 데뷔와 동시에 10~20대 독자의 압도적 호응으로 흥행 중인 만화 '외모지상주의'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뚱뚱하고 못생긴 한 고교생이 울다 지쳐 잠든 어느 날, 옆에 누워 있는 웬 절세미남을 보게 된다. 그리고 곧 그것이 '내 또 다른 몸'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릴 적부터 가난했고 몸도 약했고 인기도 없었다. 잠들 때마다 망상을 많이 했다. 나를 지켜줄 가장 안전한 게 뭘까? 몸이 두 개면 괜찮지 않을까? 거기서 출발했다. 카프카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만화가 박태준(35)씨가 말했다.

조선일보

①②③'외모지상주의' 한 장면. 못생긴 주인공이 절세미남의 새 몸을 얻어 여러 싸움에 휘말린다. ④한국만화박물관에서 만난 만화가 박태준. 그는 "만화 캐릭터는 동대문 의류 도매시장에서 만난 별별 양아치와 인간 군상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착한 주인공보다 내 질투심과 열등감이 반영된 악역이 더 좋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박상훈 기자

주인공이 극과 극의 두 외모로 살아가며 전혀 다른 세계를 체험해 나가는 이 학원·액션·성장만화가 연재 5주년을 맞았다. 17일 부천국제만화축제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처음엔 총 30화로 구상했는데 예상보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분량이 너무 커졌다"고 했다. 인기 배경엔 학교 폭력의 '리얼'함이 자리한다. "왕따 등 모든 괴롭힘은 정말 비참한 감정을 동반한다. 디테일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맞다가 어머니한테 들키는 장면, 맞으면서도 여자애들 시선 의식하는 감정 같은 건 내 경험에서 따왔다. 소년교도소 출소자나 안양 1번가 폭력 서클도 찾아가 취재했다." 과도한 폭력성은 늘 따라붙는 꼬리표. "이건 계몽 만화가 아니다. 자극적이고 원초적이고 배설하는 만화다. 작품성 뛰어나다는 평은 못 들을 것 같다. '시간 때우기 좋다' 정도여도 만족한다." 15세 관람가인 이 웹툰은 최근 게임으로도 제작됐다.


만화가라는 또 다른 몸을 얻기 전, 그는 외모로 먹고살았다. 잘나가는 패션쇼핑몰 모델 겸 사장이었고, 특히 인터넷 '얼짱'으로 유명했다. 미남·미녀를 의미하는 이 과거의 유행어 덕분에 10년 전 케이블TV 채널 방송 '얼짱시대'에도 출연했고, 드라마까지 찍었다. "직업이 '얼짱'이던 시절이었다. 대학 만화학과를 나왔지만 당시 만화 시장이 너무 침체기였다. 나도 참 약은 게, 지금처럼 만화로 돈 많이 버는 시대였다면 선택이 달랐을 것이다. 대학도 학자금 대출 받아 다녔는데…. 장사도 하고 방송도 나갔다. 닥치는 대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평생의 꿈은 그를 흔들었다. "나이 서른에 도전했다. 그릴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 연재하면서 하루도 쉰 적이 없다. 답답할 땐 가끔 휴양지에 간다. 거기서 그린다." 그러니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사진만 보고 오해하면 안 된다. 그는 일하는 중이다.


과거 방송에서 스스로 "나는 관심종자"라 고백한 바 있다. 만화에 페이스북 스타가 되고 싶어 하는 관심종자 캐릭터 '박태준'을 그려 넣기도 했다. "만화를 그려서 내가 유명해지고 싶었다. 관심의 방향이 나를 향하길 원했다. 지금은 반대다. 요새는 섭외가 와도 방송 출연을 거의 안 한다. 작업 스케줄이 꼬이니까." 그는 지난해 쇼핑몰에서 손을 떼고 전업 만화가가 됐다.


이 변신 만화의 큰 주제는 결국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적 세상을 많이 원망했다. 왜 우리 집은 매일 싸우나. 왜 나는 무슨 말만 하면 조롱받나. 그러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만화 입시를 위해 아현동 직업학교에 갔다. 나에 대한 편견이 없는 곳에서 다른 내가 되려고 노력했다. 적극적으로 변하니 조금씩 대우가 달라졌다." 그는 현재 웹툰 '한남동 케이하우스'를 동시 연재 중이고, 올해 세 개의 추가 작품을 더 내놓을 계획이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시간이 없다. 그래서 스토리 작가로 참여한다. 엄청난 인기를 얻고 싶다. 운 좋게 데뷔작 하나로 평생 먹고산다는 말 듣기 싫다."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것이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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