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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지옥문 열었다” 큰손들 탈러시아 행렬 [왕개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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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쟁 도발이 글로벌 투자자들을 패닉에 빠뜨리고 있다. 러시아 화폐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러시아 현지 은행에는 뱅크런(예금 대규모 인출)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서방 주요국의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28일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전날 대비 28% 폭락했다. 서방 국가들이 일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등 제재안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다급해진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대폭 인상했고 주식시장도 하루 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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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큰손들은 경제 제재 일환으로 러시아 자산을 처분하고 나섰다.


1조3000억 달러를 운용 중인 노르웨이 국부펀드(SWF)는 러시아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기존 러시아 자산 에 대한 매각 절차를 시작한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 중인 러시아 자산은 47개 기업의 주식과 국채인데, 작년 말 기준으로 250억 크로네(약 3조4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노르웨이 정부는 국부펀드 투자에 정치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왔지만, 러시아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투자 방침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 역시 지난 달 28일 러시아 관련 보유 자산이 2021년 3월 기준으로 약 2200억엔(약 2조 2931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채와 회사채 등을 합친 채권이 약 500억엔, 주식이 약 1700억엔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GPIF의 운용 규모는 작년 말 기준 199조2518억엔(약 2077조원)이었다.


주식 리스트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국가들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최대 국영 은행인 ‘스베르방크’도 포함되어 있다. GPIF는 법령에 따라 개별주 직접 투자는 하지 않으며, 모든 투자 판단은 외부 운용회사에 일임하고 있다.


한국 국민연금은 아직 정확한 액수를 밝히고 있진 않지만, 러시아 국채와 주식 등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노바텍(가스 생산업체)과 루크오일(석유 생산업체), 가스프롬(국영 에너지 기업) 등이다. 위탁 운용사가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국채의 경우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강제 매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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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석유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지난달 27일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지분을 처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BP는 지난 2013년 로스네프트에 투자해 지분 19.7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러시아에 투자한 금액으로는 사상 최대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BP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250억달러(약 30조원) 상당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BP에 이어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퀴노르도 러시아 시장에서의 신규 투자를 중단하고, 러시아 합작회사를 매각한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8일 보도했다. 미국 석유업체인 엑손 모빌도 러시아 사할린 유전사업 철수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서구 은행들이 러시아에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프랑스, 미국 등 외국 은행이 러시아 기업에 대출한 금액은 1210억달러(약 146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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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동부 외곽 노보랴잔스코예 거리에 있는 현대차 판매점./현대차 제공

한국에선 러시아 투자 규모가 큰 현대차그룹이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증시가 가장 빠르게 반응했는데, 현대차그룹 내 종목들이 일제히 52주 신저가로 밀렸기 때문이다. 지난 달 28일 현대차는 장중 16만8000원까지 밀렸고, 기아도 장중 7만1500원까지 내렸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그룹 내 다른 주식들도 모두 이날 52주 신저가를 찍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현대차와 기아의 러시아 수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차의 최대 손실은 2000억원, 기아의 최대손실은 2500억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이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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