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반했다.. '미스터트롯' 안무팀이 뽑은 '찐'춤꾼
미스터트롯 안무총괄 '모스트하모니'...60곡 넘게 안무
스트리트 댄스, 힙합, 현대무용 등 트로트 안무에 접목
‘방금 화면에서 지나갔는데 또 새로운 안무로 나오네요, 저분들 최소 분신술 능력자’ ‘결승전 최고 진행자 김성주 MC에겐 진(眞)을, 모든 무대 뛴 안무팀은 ‘미스터트롯’ 선(善)으로!’
3개월간 국민들을 들썩였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결승이 끝난 뒤 각종 온라인 팬 게시판엔 ‘트롯맨’에 대한 응원뿐만 아니라, 트롯맨과 함께 무대를 꾸몄던 안무팀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프로그램을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알아봤겠지만, 무대 위 트롯맨은 바뀌어도 안무팀원은 ‘아까 본 그 얼굴’이기 때문이다. 방송 초반 등장한 임영웅·영탁·장민호 등 현역A팀 ‘댄싱퀸’ 무대를 시작으로 ‘삐걱 트롯맨들’에게 춤을 가르치느라 혼신을 다하는 안무팀의 교습 과정이 방송 ‘에피소드’로도 줄곧 등장하면서, 길거리에 “미스터트롯, 그 분 맞죠!”를 외치는 팬까지 생겨났단다.
’댄싱퀸’ 추다 두달간 물리치료… 임영웅 팬의 ‘사랑합니다’ 쪽지에 감동
안무팀 모스트하모니. 맨 왼쪽부터 윤하늘, 조영서, 심헌식 단장, 김주원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
주인공은 ‘미스터트롯’의 안무를 총괄한 안무팀 ‘모스트하모니’의 심헌식(35) 단장을 비롯한 김주원(31), 윤하늘(25), 조영서(24) 등 팀원. 당장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댄싱퀸’에서 임영웅과 호흡을 맞춰 커플 댄스를 추고 극 중 임영웅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이가 바로 김주원이고, 이찬원·나태주의 준결승 무대 ‘남자다잉’에서 이찬원에서 ‘허벅지쓸기’ 신공을 가르친 이가 조영서다. 황윤성과의 단독무대에 이어 결승전 김희재의 ‘나는 남자다’에서 유혹적인 의자댄스를 선보이는 첫 댄서가 윤하늘이며, 모든 트롯맨 옆에서 춤추는 이를 보면 십중팔구 심단장이다. 2014년 박상민 콘서트를 시작으로 ‘신화’ ‘다비치’ ‘설하윤’ 등 댄서 활동을 한 심단장을 필두로 2018년 창단한 안무팀 모스트하모니는 율동에 가까운 트로트 안무에 현대무용, 스트리트댄스 등을 접목해 관중들에게 신세계를 보여줘 호평 받았다.
안무팀 모스트하모니. 맨 왼쪽부터 조영서, 윤하늘, 김주원, 심헌식 단장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
최근 만난 이들은 “춤이 익숙지 않은 참가자들의 120% 역량을 끌어내야 했기에 우리에게도 굉장한 도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경연에만 60곡 넘게 안무를 짰다. 한 곡당 안무를 대여섯번 바꾸기도 하고, 연습하다 중간에 곡이 바뀌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댄싱퀸’에서 영웅씨랑 짝이 돼 다리 들어 돌리기(일명 풍차 돌리기)를 하는데, 영웅씨가 춤에 익숙한 분이 아니라 제 힘으로 돌렸거든요. 팔이 안 올라갈 정도로 어깨 결림이 심해져 두 달간 물리치료 받았어요. 하하. 영웅씨 팬이 워낙 많아 다정하게 춤추는 모습에 혹시라도 질투하실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응원해주시며 ‘무대 잘 꾸며줘서 고맙다. 사랑합니다’란 인스타그램 쪽지도 여럿 받았어요.”
모스트하모니 김주원과 '댄싱퀸'과 호흡을 맞춘 임영웅 /TV조선 |
힘들었지만 추억이 된 순간을 곱씹는 김주원의 이야기에 조영서가 이어 받는다. “‘패밀리가 떴다’는 경연 중 노래도 가장 길고, 노래도 여러 번 바뀌었거든요. 재근이형이나 호중이형, 찬원이가 춤을 춰본 적이 없던터라 안무 수정을 가장 많이 했어요. 한 명씩 붙어 1대1 레슨도 했고요. 거의 잠을 못자 충혈된 눈으로 부쩍 수척해진 단장님을 보니 좀비가 따로 없더라고요. 하하.” 조영서는 그 당시 동고동락했던 통에 동갑내기 이찬원이 만든 ‘쥐띠즈’ 모임에도 들어가게 됐다. 친화력 좋은 이찬원이 경연에 참가했던 1996년생 옥진욱·황윤성에게 ‘경자년 쥐띠 대박’이라면서 단톡방을 만들어 생긴 모임이다. 암호(?)라는 첫 대사는 ‘찍찍’. 이들 ‘쥐띠즈’의 끈끈한 모습에 “쥐띠즈로 트롯돌 데뷔하자”는 팬 목소리도 높았다.
경연 안무를 선보인 모스트하모니 안무팀. 황윤성과 단독 무대를 꾸몄던 윤하늘(맨 왼쪽부터), 이찬원의 '허벅지쓸기'를 선보이는 조영서, '댄싱퀸'에서 장민호의 입술 손가락 키스를 선보인 심헌식 단장, 김주원/오종찬 기자 |
조영서는 “친구들이 팀 결성하면 전 안무로 진두지휘하면 되지요. 제가 아이돌 해봤지만 전 노래보단 춤이 나아요”라며 크게 웃었다. 출연진에 ‘댄스 선생님’이었던 조영서도 실은 2015년 A6P라는 그룹으로 데뷔한 아이돌 출신이다. 경연에 참가한 김중연과 같은 팀멤버였다. “무대 오를 기회가 없으니 데뷔 이듬해 군대를 갔는데, 거의 4년 만에 중연이 형을 딱 만나게 된 거에요. 중연이 형이 먼저 연락해줘 알게 됐는데, 101인 예선 때 중연이 형 무대 보면서 어찌나 울컥하던지…. 아이돌부 NTG 팀 미션때는 단장님께 제가 안무 짜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얼반댄스(Urban Dance·여러 댄스 장르가 뒤섞은 스트릿 댄스의 일종)를 섞었는데, 아이돌 형들이 멋지게 소화해주셔서 ‘올하트’ 받는 걸 무대 뒤에서 보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더라고요. 임영웅씨의 ‘두주먹’에도 얼반댄스를 접목했어요.”
20년전 아이돌 관록 대단해…댄스팀도 반한 장민호 춤실력
'찐이야' 안무를 선보이는 모스트하모니/오종찬 기자 |
이들은 “댄서로, 또 안무가로 다양한 아이디어에 화려한 무대를 꾸미면서 트로트 안무의 편견을 깬 것 같아, 또 다른 ‘성장드라마’를 쓴 셈”이라고 입을 모았다. 출연진을 직접 가르쳐본 이들이 뽑는 ‘댄스 진’과 ‘몸치 진’은 어떨까. 짐작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몸치’ 부분은 김호중과 이찬원이 막하막하. 김주원과 심헌식 단장은 김호중을, 조영서와 윤하늘은 이찬원을 꼽았다. “김호중씨는 하나가 된다 싶으면 다른 하나가 안됐어요. ‘짝사랑’도 실은 화려한 안무가 있었는데, 결국 다 무산됐거든요. 그런데 호중씨가 무대에선 살랑살랑 살려내더라고요. 또 재밌었던 건 ‘2대8’에서 웨이브를 하는 게 있었는데, 가슴 집어넣으라고 몇번을 이야기하는데 호중씨가 ‘저는 가슴이 원래 튀어나와있어요’라고 말해 한바탕 웃었잖아요.”(김주원·심헌식)
김희재 결승곡 '나는 남자다' 공연때의 윤하늘 /TV조선 |
“후속편인 ‘미스터트롯의 맛-토크 콘서트’ 프로그램에 나왔던 찬원이의 아크로바틱은 원래 찬원이가 결승전 ‘딱풀’ 무대 중간에 하고 싶다고 했던 동작이에요. 제가 쉬는 시간에 제자리서 물구나무서기 하는 걸 보고 따라했다던데, 그거 하게 되면 노래 못한다고 저희랑 스태프진이 극구 말렸죠. 그 연습 장면이 영상으로 나오더라고요.”
이찬원이 연습한 아크로바틱. 그 옆에서 바라보는 이가 안무가 조영서. /TV조선 |
이찬원을 ‘몸치 진’으로 뽑은 조영서는 “미안하다 친구야”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허벅지쓸기’ 안무 때도 그렇고, 찬원이는 항상 ‘나도 다 할 수 있다’ ‘이 동작이 맞지 않느냐’고 해요. 단장님은 계속 ‘응, 그거 아니야~’라고 말씀하시고요. 지금은 자기가 ‘댄싱머신’이래요. 어찌나 자신 넘치던지 저희 안무팀에 들어오겠다 하던데요? 하하.”(조영서·김하늘)
이찬원 '딱풀' 공연때의 심헌식 모스트하모니 단장 |
‘댄스 진’으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이는 ‘구관이 명관’ 장민호였다. 모두가 “김희재의 춤 선이 굉장히 예쁘다”며 진으로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지만 장민호는 “어떤 동작이든 수월하게 따라해서 놀랐다” “춤선이 살아있다” “동년배들에 비해 소화력이 탁월하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20여 년 전 아이돌로 뛰었던 관록이 녹슬지 않았다는 평가다. 그 외에도 아이돌 출신인 이대원, 최정훈 등이 높은 점수를 받았고, 에어로빅부터 쌈바 등 매회 새로운 시도를 하는 신인선에게도 높은 평가를 했다.
'댄스왕'으로 꼽힌 장민호의 결승 '역쩐인생' 무대/TV조선 |
이들은 얼마 전엔 MBC ‘쇼! 음악중심’에서 ‘찐이야’를 부른 영탁과 함께 화려한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미스터트롯 콘서트 전국 투어 무대도 함께 꾸며갈 예정이다. “우리는 안무가이자 ‘댄서’에요. ‘백댄서’라고 부르면 속상하기도 했어요. 뒷댄서가 있으면 앞댄서도 있다는 건지…. 하하. 이번 미스터트롯을 통해 저희 직업 인식도 나아지고 인지도도 높아진 것 같아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무대 만들기 위해 한시도 쉬지 않겠습니다!”
최보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