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성한 장기 없었는데...학대엄마 “난 구속 싫어요”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장모씨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장간막(腸間膜)이 여러곳 찢어졌고, 췌장은 절단됐다. 갈비뼈 여러대가 부러져 있었고, 그 외에 과거에 부러졌다가 저절로 붙은 흔적이 남은 갈비뼈도 있었다.’
생후 6개월에 입양된 뒤 양모(養母)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끝에 10개월만에 맞아 숨진 여자 아기 A양에 대한 부검 소견서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런데도 양모인 장모(33)씨는 자신의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정에서 미리 준비해온 장문(長文)의 ‘셀프 탄원서’를 읽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이날 장씨를 구속했다.
A양의 직접 사인(死因)은 ‘외부 충격에 의한 내장 파열’. 그러나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검에서 확인된 A양의 사망 당시 상태는 그 같은 표현에 담긴 것보다 훨씬 참혹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한 장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했다. 부검 전문의(醫)는 “아기의 연령과 ‘쿵’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이웃 증언 등을 종합했을 때 ‘스탬핑(stamping)’, 즉 아기를 위에서 여러 차례 강하게 내리밟아 숨지게 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장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사에서 장씨는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었다고 한다. A양에 대한 폭행을 부인하는 내용과 함께 ‘앞으로 성실하게 재판을 받을 테니 구속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 관계자는 “당시 법정에 있던 관계자들이 모두 황당한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EBS 캡처 숨진 16개월 학대 아기와 입양 가족이 함께 출연한 EBS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
앞선 경찰 조사에서도 장씨는 “애가 소파에서 떨어진 것”이라며 폭행을 부인하다가 부검에서 폭행 흔적이 드러나자 “○○이(친딸)가 △△이(A양) 위로 뛰어내린 것 같다”며 큰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도 했다고 한다. 장씨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 카카오톡 대화 등 수백건의 증거를 삭제했다. 방임 혐의로만 기소된 장씨 남편은 장씨 폭행 여부를 묻는 경찰에 “내가 어떻게 대답하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이날 재판부는 심사 여덟시간만에 장씨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발부 사유는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원우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