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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송가인 이솔로몬을 ‘별’로 쏘아올린... “나는 복 짓는 여자”

[아무튼, 주말-김윤덕 기자의 사람人]

‘집밥 백선생’에서 ‘국민가수’까지

스타 작가 노윤이 말하는 오디션의 세계

노윤은 복(福)을 짓는 사람이다. 명리학에 밝은 절친이 “넌 복을 짓고 살 거”라고 했단다. ‘예언’이 신통했다. 방송 작가인 그는 ‘스타킹’을 시작으로 ‘히든싱어’ ‘팬텀싱어’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내일은 국민가수’ 등을 히트시키며, 임영웅⋅송가인⋅박창근 등 이름 없고 빛도 없던 강호의 은자들을 별 중의 별로 쏘아 올렸다. ‘스타킹’ 때부터 명콤비로 활약한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장은 “히트작의 8할은 노윤의 공” “오디션 예능의 신기원을 연 주역”이라고 평했다. ‘노윤 군단’이란 말도 생겼다. 지상파와 종편을 넘나드는 ‘스타 제조 군단’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 복 짓는 여인은 만나기가 매우 힘들었다. ‘미스터 트롯’이 시청률 35.7%라는 대기록을 세웠을 때 인터뷰를 청했으나 “나 혼자 한 게 아니다” “다음 프로 세팅해놓고 보자” “비상 걸렸다” 등등 각종 핑계로 거절하더니, 지난 연말 ‘국민가수 토크콘서트’ 녹화를 끝낸 뒤에야 마지못해 나타났다. ‘미스터 트롯’ 대박 났을 때 만났으면 좀 좋았겠느냐고 하자 “그러잖아도 ‘국민가수’는 왜 100점을 못 맞았느냐는 추궁이 억울해서 나왔다”며 깔깔 웃었다.


서혜진 버금가는 ‘독종’으로 유명하지만, 한번 입을 열면 개그맨 뺨치는 위트와 입담을 쏟아내는 여자. ‘나는 남자보다 적금 통장이 좋다’는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그녀라 돈 버는 비법부터 묻고 싶었으나, 우리의 수다는 ‘국민가수’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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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보라, 하늘색 등 '국민가수' 로고 색상으로 연출한 스튜디오에서 노윤이 포즈를 취했다. "아, 이눔의 사진!" 하고 투덜대면서도 카메라를 갖다대면 천하의 말괄량이로 돌변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시청률 뚝뚝 떨어지니 지옥이 따로 없더라

-‘국민가수’가 18.8%로 종영했다. 동시간대 1위였지만 ‘미스터 트롯’ 시청률의 절반에 불과했다.


“기를 쓰고 서울대 입학했더니, 거기서도 1등 하란다. 지난번엔 100점이었는데 이번엔 왜 90점이냐고 혼내는 거지. 그래서 억울하다, 하하!”


-‘국민가수’는 왜 트로트를 넘지 못했을까.


“트로트보다 낮게 나올 거란 예상은 했다. 장사꾼이 뭘 팔려고 하는데 이게 얼마만큼 팔리겠다는 건 대강 계산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제작했나.


“트로트가 인기라고 만날 트로트만 만들어야 할까? 시청률 35.7% 안 나오면 어떤 프로그램도 만들면 안 되는 건가? 서혜진 PD와 내가 맞는 건 둘 다 공격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팔고 있는 게 아무리 잘 팔려도 우리는 다음 콘텐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야 한다.”


-일반 가요가 새로운 시장인가.


“트로트가 대한민국을 점령하니 가요 시장이 급속히 위축됐다. 아이돌에게 잠식당한 상황에서 트로트까지 가세하니 가요 시장이 얼어붙어, 여길 한번 들여다보자, 한 거다. 잠은 안 오더라(웃음). 첫 회부터 시청률 비교당할 거고, 저것들이 얼마나 잘하나 보자, 도끼눈 뜨고 사방에서 지켜볼 테니. 매일매일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었지만, 반드시 파야 할 우물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4회까지 시청률이 하락했다.


“첫 회 16% 나온 뒤 2, 3, 4회 시청률이 1%씩 쭉쭉 빠지는데 이러다가 마지막 12회 차에는 4%밖에 안 남겠더라. 주식이 떨어져도 잠은 온다. 까짓것 10년 보면 되는 거고, 떨어져도 내가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르니까(웃음). 근데 이건 모두가 지켜보고 있으니 지옥이 따로 없더라. 뭣보다 참가자들의 눈을 보는 게 힘들었다. 여기 온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기회가 되겠지, 제작진이 우릴 위해 뭔가 해주겠지 기대할 텐데 시청률이 떨어지니…. 엄마가 이것밖에 못 해서 미안해, 뭐 이런 심정이었다.”


-60~70대 지지를 못 받아서일까? 뭔 노랜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채널 돌리는 분 많더라.


“그게 놀라웠다. 그래도 몇 번은 참고 봐주실 줄 알았는데, 한번 떠나니 다신 안 돌아오더라. 내가 원하는 게 아니면 1분도 너희에게 줄 수 없다는 거지. 시청자들은 확실하지 않으면 1%의 곁도 내주지 않는다.”


-30~40대들은 트로트가 아니어서 좋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런 호응조차 없었다면 매주 3~4%씩 떨어졌을 거다. 그래서 반등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거고. 떡볶이 팔던 집에서 새로 순대를 팔게 됐는데, 아직 소문이 안 나 손님들이 안 오는 거라며 자기 최면을 걸었다. 5회부터 아주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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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으로 진행한 '국민가수' 최종회에서 스태프와 작업 중인 노윤 작가. /주민욱 영상미디어 기자

◇미리 본 미니 대선? 진보가 결집은 잘해, 하하!

-국민투표 비율이 60%나 되는 게 또 논란이 됐다.


“우리가 룰을 정할 땐 딱 하나, 국민이 뽑게 하자였다. 시청자가 무대를 12번 봤고, 그들이 누구를 1대 국민가수로 뽑느냐는 건 우리 손을 떠난 일이다. 또, 1등이 누구냐보다는 톱7을 모두 스타로 만들어가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 순위만 정하고 끝나는 일반 오디션과는 달리 봐주시면 좋겠다.”


-1위 박창근씨가 촛불집회에서 노래 부른 경력이 논란이 돼 결승전 국민투표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우리도 농담 삼아 ‘이거 미니 대선 아냐?’ 했다. 역시 진보가 보수보다 결집을 더 잘하더라, 하하!”


-국민투표 집계가 안 됐던 ’미스터트롯’처럼 ‘국민가수’도 마지막 회에서 방송사고가 있었다. 이병찬 이름이 계속 10위에 뜨면서 탈락 위기에 놓였다.


“시청률 올리려고 일부러 사고 친 거 아니냐는 분도 있더라(웃음). 하필 그게 이병찬인 것도 문제였다. 가뜩이나 ‘제작진 픽’으로 의심받는 상황인데. 귀신이 있나 싶었다. 정말 죄송하다.”


-노윤 픽(pick)은 누구였나.


“박창근씨는 처음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 요즘 TV나 벅스·멜론 같은 음원 차트에선 들을 수 없는 뭐랄까, 울컥하게 하고 사무치게 하는 노래를 부르더라. 제작진 입장에선 나이도 많고, 잘생긴 것도 아니라 저 사람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의심한 것도 사실이다(웃음). ‘숯총각’ 김동현은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자였다. TV조선이 가요 오디션을 하면 이런 인재가 빛을 봐야지, 이런 가수한테 전파를 쏴줘야지 하는 확신이 들게 하는 청년! 이솔로몬은 노래를 대단히 잘 부르는 건 아닌데 결승까지 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매력이 있는데 오디션에선 그런 것도 중요하다.”


-1, 2, 3위가 예상대로 된 거네?


“예상 외 가수가 결승에 가기도 하지만, 예심때 제작진이 받는 첫느낌이 틀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미스터 트롯’에서 임영웅이 우승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던데.


“너무 담백해서! 송가인은 눈빛만 봐도 ‘나, 송가인이야!’란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데, 영웅씨는 누가 눈빛을 보내면 그걸 받아치지 않고 그냥 먹어버리는 스타일이었다(웃음). 근데 조용하게, 무섭게 힘을 발휘하더라. 안에 가진 것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노윤이 꼽는 ‘국민가수’ 명장면은?


“이솔로몬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집시여인’ 부르던 이쁜 청년이 마지막엔 진짜 자기 걸 토해내는 남자로 성장해 있더라. 박창근이 대장전에서 부른 ‘외로운 사람들’에도 사연이 있다. 작가들과 선곡을 하는데 새벽 세 시가 되도록 결정을 못 해 다들 지쳐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창근씨가 기타를 뜯으면서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하고 푸념하듯 노래를 부르는데, 그도 울고 작가들도 울었다. 지쳐 있는 모두에게 큰 위로가 돼준 노래였다.”


-‘민중가수’ 출신인 박창근에 대한 오해들이 있다.


“좋은 분이다. 다만 자기 노래로 돈을 번다거나 스스로 상품이 되겠다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라 오디션 과정을 매우 힘들어했다. 경연 단계가 올라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조금만 실수해도 도태되고 탈락하는 환경에 놓이니 석 달 내내 아파서 끙끙 앓더라. 제작진이 전쟁하듯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놀라워했다. 돈을 위해 치열하게 산 적 없는 사람이라. 1등은 했지만 시장에 나온 상품으로서 계속 나아갈지, 중도에 포기할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짠하다.”


-얼마나 치열하게 일하길래 전쟁인가?


“60~70년대 백열등 하나 켜놓고 라디오 틀어주면서 빨리빨리 미싱 돌리라고 소리치는 봉제공장 아시나? 21세기에 그런 공장이 존재하는 게 오디션 프로라고 생각하면 된다(웃음).”


-그래서 소리 안 지르고 다정하게 현장을 지휘한다는 봉준호 감독이 대단하다고 한 건가.


“그랬었나?(웃음) 오디션 작가들은 노래, 의상, 퍼포먼스까지 참가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쫓으며 도와야 한다. 알아서 척척 움직이며 제 역할 하는 연예인이 아니라 일반인들이니 현장 작가들은 말이 빠르고 거칠고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을 무대에서 살아남게 해야 하니까. 그냥 전쟁이다, 하하!”


-‘국민가수’에 점수를 준다면?


“절반의 성공? 가장 뿌듯한 건 20~30대 시청층을 끌어들였다는 거다. 전국투어 콘서트 티켓이 1분만에 전석 매진됐다. 구매자 대부분이 20~30대 여성들이다. 스핀오프(파생 방송)를 통해 톱10을 진짜 스타로 키워내는 2차전을 지금부터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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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방송작가로 일해온 노윤에게 스튜디오는 집보다 편하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오디션 현장이지만, 그녀는 "하루만 쉬어도 심심해 죽겠다"며 활짝 웃었다. /주민욱 영상미디어기자

◇“너는 복을 짓는 사람”

1971년생 노윤은 천생 작가다. 전남대 경영대를 나와 서울 한 기업에 취업했으나 6개월 만에 사표를 썼다. “커피를 타서 쟁반에 받친 뒤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걸어가는 것이 너무 곤욕이었다.” 우연히 TV 자막에서 방송 작가 모집 공고를 보고 당장 지원했다. “중학교 때 쓴 시가 장려상에 뽑혀 5만원을 상금으로 받았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하더라. 글을 써서 돈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방송 작가가 그런 직업이었다.” ‘VJ특공대’ 등 교양프로를 제작하다 서혜진 PD와 만나면서 예능 작가로 전환했다. ‘동상이몽’ ‘집밥 백선생’도 그의 손끝에서 태어났지만 ‘미스터트롯’ ‘팬텀싱어’ ‘슈퍼밴드’ 등 무명 가수들을 스타로 키워내는 오디션 프로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친구가 ‘너는 복을 짓는 사람’이라고 했다던데.


“엄청 힘들 때였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쫙 풀리더라. 그래, 복도 짓고 돈도 버니 얼마나 좋으냐며 스스로를 위로했지. 원래 누굴 도와주며 그림자처럼 사는 성격이 아닌데 전혀 모르는 사람들 만나 그들이 가진 걸 최대한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내가 하고 있더라.”


-서혜진 PD가 ‘방송의 8할은 노윤이 만든다’고 했다.


“8할은 무슨…. 서PD가 스태프들 기 세워주는 걸 잘한다. 사람을 쓸 때 왜 그를 쓰는지가 명확하고 이 사람이 그 임무를 최고로 잘해낼 수 있게 서포트한다.”


-둘 다 공격적인데 부딪히진 않나.


“전혀. 말을 안 해도 서로가 무슨 생각 하는지 아니까. 자라온 환경, 문화, 취향이 다른데 서로가 어떤 판단을 할지 안다는 건 PD와 작가로서 최고의 복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잘 맞았던 건가.


“‘세다’는 건 알았다(웃음). 어느 날 예능을 같이 해보자 하길래, 왜냐고 물으니 ‘네가 밤 늦게까지 일하는 스타일이라 좋다’더라. 시청률 올리러 오라고 했으면 안 갔을텐데, 일 많이 하는 건 자신 있었다. 근데 막상 가보니 시청률이 안 나오면 이 여자가 너무 무서운 거다. 혹독한 예능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지.”


-주철환 PD는 3초에 한 번씩 웃겨야 하는 게 예능이라고 했다.


“서혜진 예능은 그냥 웃기는 것도 아니고 목젖이 떨리도록, 벽이 흔들릴 정도로 웃겨야 한다. 시사를 하다가 지루하면 서PD는 바로 존다. 재미있으면 다시 일어나 박장대소했다가 재미가 없으면 또 바로 잔다. 이런 PD는 처음 본다.”


-되게 단순한가보다.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만 본다. 회의를 할 때도 여러 말 안 한다. ‘자, 이런 게 있는데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로 이어지면 틀린 거다. ‘이런 거 있는데 어때?’ ‘재밌겠다, 끝!’ 이렇게 가야 한다.”


-제작진을 들들 볶을 것 같다.


“그녀가 볶기 전에 알아서 스스로를 볶는다, 하하!”


-그 단순함으로 얻은 첫 대박이 ‘미스트롯’이었던 건가.


“100명의 여자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해, 빨간 원피스를 입고 막 트로트를 불러, 그것도 젊고 발랄하게. 근데 이걸 안 본다고? 너무 기괴해서라도 볼 거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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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국민가수' 결승전이 열리고 있는 일산 빛마루센터. 톱10이 출연하는 전국 투어 콘서트는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 /주민욱 영상미디어기자

◇정동원 ‘희망가’는 내 아버지 부르던 노래

-‘미스터 트롯’의 명장면은 ‘희망가’가 등장한 ‘패밀리가 떴다’의 팀 미션이었다. 메들리 선곡을 노윤이 직접 했다는 얘기가 있다.


“내가 드라마 작가도 아니고(웃음). 그건 아니다. 다만 동원이의 순수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대중들 가슴을 헤집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렇게 찾고 찾다가 발견한 곡이 ‘희망가’였다.”


-원래 알고 좋아했던 노래인가.


“어릴 적 시골에서 우리 아버지, 동네 할아버지들이 흥얼거리던 노래다. 그 세대의 노래를 이 시대에 다시 사랑받게 한 것이 뿌듯하다.”


-음악에 조예가 깊은가.


“음악 잘 안 듣는다. 플레이리스트 그런 것도 없고,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도 들은 적 없다. 그러다 방송사에 들어왔더니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노래를 너무 많이 알고 있더라. 방송국에서 음악은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는 콘텐츠인데 내가 여기서 버틸 수 있을까 고민했을 정도다.”


-그런데 어떻게 음악 예능을 만드나.


“‘히든싱어’는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대표곡 4곡을 골라 일반인들과 함께 경연하는 오디션인데 그 대표곡들의 절반도 나는 모르고 있더라. 그런데 조승욱 PD가 음악 모르는 나와 일하니 엄청 편하다는 거다. 내 반응을 보면 대표곡 4곡을 정하기가 너무 쉽다면서. 내가 좋아하면 대중도 좋아한다는 거지(웃음).”


-‘집밥 백선생’도 노윤 작품이라 놀랐다.


“백종원씨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란 프로에 나와 요리를 하는데 ‘집밥’이란 단어가 확 떠오르더라. 엄마가 딸들 등짝 때려가면서 가르치는 요리 수업을 백종원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상 ’집밥 백선생’으로 백종원씨가 떴다.


“나만 그렇게 얘기한다, 하하! 워낙 감이 좋은 분이었고, 작가로서는 ‘집밥’이란 단어를 세상에 띄운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요리를 잘하나?


“음악처럼 요리도 젬병이다. 요리를 진짜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한테 ‘별거 아냐, 그 맛 안 나도 상관없어’ 해주니 시청자들이 보기 시작했다.”


-7년 넘게 한 ‘VJ 특공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던데.


“성우의 그 방정맞은 코멘트 기억나나? 그분이 말을 워낙 빨리 하니 대본 분량도 두 배, 글도 두 배로 빨리 써야 했던 방송이다.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아이템 찾고 기획하는 훈련을 거기서 했다. 나의 배고픈 시절을 버티게 해준 고마운 프로다.”


-노윤 표 따뜻한 예능이 나온 건 교양 프로에서 단련된 덕일까.


“교양 작가들은 장인이라고 보면 된다. 인간에 대한 깊이와 애정이 글에 너무 진하게 묻어나서 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더라. 거기서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는 기초를 쌓은 덕에 일반인과 하는 예능에 본능적으로 더 끌렸는지도 모른다.”

◇쇼핑중독에서 적금 부자로

서혜진이 노윤에게 ‘눈독’을 들인 건 한 권의 책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은 절판된 ‘나는 남자보다 적금 통장이 좋다’. 쇼핑중독이던 서른세 살 여자가 수중에 남은 돈이 달랑 700만원임을 깨닫고 2년 10개월 동안 악착같이 1억 모아가는 비결을 낱낱이 고백한 책이다. 단순 재테크서가 아니다. 시골서 올라온 지방대생이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박봉의 원고료를 받으며 분투하는 청춘 보고서. “나는 하루 24시간 피곤했고, 일주일에 7일이 졸렸고, 한 달 30일 내내 빠듯했지만 정말 뜨겁게 살았다. 어쩌면 나는 단순히 바닥난 저축 액수를 늘렸던 게 아니라, 인생에 딱 한 번밖에 허락되지 않는 젊음이라는 에너지를 물 쓰듯 써버리고 있던 내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썼다. 남자보다 적금 통장이 좋은 5가지 이유도 명쾌하다. 첫째,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둘째, 권태기란 없다. 셋째, 덧셈만 할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넷째, 초짜라고 기죽을 필요 없다. 다섯째, 내 취향에 따른 맞춤이 가능하다.


-저자명이 노윤 아니고 강서재더라.


“엄마가 여자는 돈 있는 거 티내면 안 된대서(웃음).


-20일 만에 썼다던데.


“직접 겪은 일이니 고민할 것도 없이 다다다다 일사천리로 썼다. 쓰고 나니 좀 구질구질해 보였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섯 군데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더니 위즈덤하우스에서 연락이 왔다.”


-몇 부가 팔렸나?


“그건 잘 모르겠고, 인세만 1억이 넘었다.”


-돈 모아 적금 부으려고 커피 끊고, 담배 끊고, 걸어다니면서 김밥 먹고, 화장실 뚜껑을 덮고 잤다는 게 사실인가?


“다들 그렇게 살지 않나? 하하! ‘미스터 트롯’ 시청률 올라가듯 통장 액수가 마구 불어나니 배고파도 행복하더라.”


-적금이란 게 자기가 넣은 만큼 느는 건데 뭐 그리 감동인가.


“살면서 뭔가가 확실하게 증식되는 거 본 적 있나. 주식은 막 오르는 것 같다가도 푹 꺼진다. 시청률도 1% 올리는 게 전쟁인데, 적금은 거짓말 하지 않고 차곡차곡 너무나 정직하게 쌓였다.”


-일 중독이라던데.


“중독은 아니고. 방송과 내가 잘 맞는 것 같다. 운이 좋은 거지.”


-시청률 살피며 매일매일 날이 선 상태로 살아야 하는 생활인데.


“심심한 건 질색이라(웃음). ‘국민가수’ 끝나고 딱 하루 쉬었는데 집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놀고 나니 다시 심심해지더라. 몸의 회복력이 지나치게 빨라 밤새우고 집에 들어가도 두세 시간 자고 나면 멀쩡해진다. 여행 가서 쉰다는 사람들 이해가 잘 안 된다.”


-정치 시사 프로도 잘 만들 것 같다.


“(TV조선) 회장님이 기겁하시며 전화하게 만들 순 있다, 하하! 정치인들이 진짜 싸우면서 격돌하는 프로! 그들이 리얼 카메라를 견딜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배철수의 음악캠프’ 같은 라디오는 안 되겠다.


“물론이다. ‘내일은~’ 하면 ‘국민가수~~’ 하고 받아치는 프로여야만 직성이 풀린다, 하하하!”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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