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새우깡 타워" "세종 저승사자" 공공조형물 흉물 논란
인천 '새우타워' 10억 들여 추진… 주민 "수염까지 달려 흉측" 비난
세종청사 금속 조형물은 철거
지자체 공공조형물 6년새 倍로… 단체장 치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
권익위 "조례 등 통해 제어 필요"
인천 남동구는 세금 10억원을 들여 높이 20m, 둘레 8.4m 규모의 공공조형물 '새우타워'를 내년 6월까지 세운다. 장소는 수도권 관광지로 꼽히는 소래포구 해오름광장 인근 부두다. 계획이 알려지자 부두에서 600m 떨어진 5000여 가구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지난 2일 주민설명회에서도 "애들 과자 하나 만들 때도 디자인을 고민하는데, 난데없이 새우깡 모양 전망대가 뭐냐" "수염까지 표현해 흉측하다" "세금만 낭비하는 흉물이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남동구는 "공모 작업이 끝나 바꾸기 어렵다"며 건립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 남동구가 세금 10억원을 들여 소래포구 해오름광장 인근 부두에 건립하겠다는 높이 10m 새우타워 조감도(위 사진). 인근 주민들은 "수염까지 달린 거대한 새우깡"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아래 왼쪽 사진은 "저승사자 같다"는 지역민들 반발 끝에 지난 7일 철거된 정부세종청사 인근의 11억원짜리 '흥겨운 우리가락' 조형물.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지역 특성을 살렸다는 5억원짜리 대구 달서구의 원시인 조형물도 일부 주민이 꾸준히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남동구·신현종·박원수 기자 |
16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43곳의 공공조형물은 지난 2013년 말 3534점에서 지난 6월 6287점으로 5년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치적을 홍보하는 손쉬운 수단으로 공공조형물을 악용한다고 권익위는 지적했다. 특히 건립 과정에서 주민과 전문가 의견이 배제되면서 지역 색채나 역사적 맥락과 관계없는 조형물이 양산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충남 태안군에서는 광개토대왕릉비 모형 조형물을 설치하려다 논란이 일었다. 고구려와 역사적으로 연결 고리가 없는데도 광개토대왕릉비를 건립하겠다며 예산 4억2000만원을 배정했다가 군의회와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지역 역사학자와 일부 주민은 "삼국시대 때 백제의 땅이었던 태안군과 광개토대왕릉비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인데 주민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광개토대왕릉비 건립 예산은 지난 3월 군의회 본회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태안군 관계자는 "최근 국도가 연장되고 연륙교가 건설되면서 갈수록 뻗어나가는 태안의 기세를 표현하기 위해 광개토 대사업으로 명칭을 붙이고 비석 건립도 추진했다"고 밝혔다. 광개토대왕릉비는 지난 5월 한 사업가가 자비를 들여 태안군에 기증하면서 태안군문화예술타운 국민수영장 입구에 세워졌다.
지난해 3월 대구 달서구 진천동 상화로에 5억원을 들여 설치한 원시인상(길이 22m, 높이 6.8m)은 아직도 논란이다. 달서구 측은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지역 특성을 반영했다고 주장하지만 주민들은 "볼 때마다 섬뜩하다" "영업에 지장이 많고 손님들도 무섭다고 한다"는 등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조형물은 관리에 매년 수천만원 혈세가 낭비된다. 경북 군위군은 지역 특산물인 대추를 알리겠다며 지난 2016년 의흥면 수서리에 대추정원을 만들고 한가운데에 7억원짜리 대추 모양 화장실을 만들었다. 군위군에 따르면 화장실 이용객은 하루 평균 5명 정도다. 관리비로는 매년 4550만원이 들어간다.
흉한 조형물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결국 철거하거나 건립을 아예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지난 7일 세종시 나성동 정부세종2청사(17동) 인근 대로변에 서 있던 '흥겨운 우리 가락'이라는 금속 조형물을 철거해 창고에 보관하기로 했다. 11억원을 들여 만든 조형물로, 갓을 쓴 남성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춤을 추는 모습을 표현했다. 은색 스테인리스 재질에 높이 2m가 넘는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한국무용을 연출했다'는 설명과 달리 시민과 공무원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불렸다.
바둑 기사 이세돌을 배출한 전남 신안군은 황금바둑판(가로 42㎝·세로 45㎝·두께 5㎝) 제작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189㎏의 순금을 사들일 예정이었다. 최근 금 시세 기준 100억원의 예산이 필요했다. 지역 여론 수렴이나 타당성 분석 없이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금 덩어리를 사는 데 1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것이었다. 주민들로부터 "혈세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결국 사업을 취소했다.
권익위는 지자체가 조례를 만들어 기형적인 공공조형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서 권익위는 2014년 9월 "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조례 제정에 각 지자체가 나서라"고 권고했다. 주민 대표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건립심의위원회 구성' '주민 의견 반드시 수렴' '예산의 타당성 조사' '사후 관리 강화' 등이 핵심 내용이었다. 지자체 243곳 중 105곳(43%)은 여전히 조례조차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권익위 경제제도개선과는 "최소한 조례라도 만들어야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기본적인 예방책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인천=고석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