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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인절미'를 아시나요? SNS 반려동물에 열광하는 랜선 집사들

개인화 시대, 영상으로 하는 대리 양육 부상

노력하는 대신 간편하게 관계 맺기…실제 관계 어려워질 수도

'인절미'를 아시나요? SNS 반려동

SNS 반려동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명예 홍보대사가 된 달리(왼쪽)와 방송에 출연한 인절미./인스타그램

직장인 한수지(28) 씨는 요즘 강아지 보는 맛에 산다. 직접 키우는 건 아니고, 인스타그램 유명 강아지 ‘인절미’다. 그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인절미 사진을 찾아보고, 주인에게 ‘새로운 사진을 올려달라’ ‘응가 하는 영상 좀 올려달라’며 독촉한다. "반려동물을 키울 여건이 안돼 사진과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해요. 정말 우리 절미(인절미의 애칭) 덕분에 산다니까요."


애완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반려동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랜선 집사들이다. 랜선 집사란 인터넷망과 컴퓨터를 연결해주는 랜(LAN)선과 동물을 키우는 주인을 집사에 빗대 합친 신조어다. 온라인상에서 영상, 사진 등을 통해 동물 보는 걸 즐긴다고 해 뷰니멀(본다는 뜻의 뷰(view)와 동물을 뜻하는 애니멀(animal)의 합성어) 족이라고도 불린다.

개인화 시대, 대리 양육 부상...‘견생 2막’ 서사에 열광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올 상반기 가장 많이 성장한 채널을 집계한 결과 노래·춤, 먹방, 미용에 이어 애완동물 관련 방송이 새롭게 부상했다고 밝혔다. 애완동물 관련 콘텐츠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오른 ‘크림히어로즈’는 일곱 마리 고양이의 일상을 전하는 채널로,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저녁 9시 생방송을 진행하는데 구독자 수가 160만 명에 달한다.


다섯 마리의 고양이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수리노을(구독자 80만 여명)’, 대형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소형견 포메라니안의 일상을 담은 ‘소녀의 행성(52만여 명)’, 시바견 2마리가 주인공인 ‘시바견 곰이탱이(15만 여명)’ 등도 인기가 높은 채널이다.


랜선 집사들의 열렬한 지지 덕에 연예인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동물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명성을 얻은 ‘달리(팔로워 32만 명)’는 다리가 불편한 유기견이었지만, 2013년 지금의 주인을 만난 후 SNS 스타견으로 부상했다. 달리는 인천공항 명예홍보견에 위촉되는가 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공익광고에도 출연했다.


대세 강아지 인절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사과밭 도랑에 빠졌다 구조된 인절미는 지금의 주인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개를 주웠는데 어떡해야 하냐’는 글을 올린 후 일약 스타가 됐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한 지 한 달도 안 돼 8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했고, 방송 출연은 물론 광고까지 찍었다. 대학생 김모 씨는 "도랑에 떠내려가다 구조돼 과수원집의 막둥이로 사랑받고 사는 인절미의 전래동화 같은 서사에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인절미'를 아시나요? SNS 반려동

서점가를 점령한 랜선 반려동물들, ‘달려라 달리’, ‘히끄네 집’, ‘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왼쪽부터)/각 출판사

랜선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은 서점가로 이어진다. 달리와 주인 달숙언니의 이야기를 담은 ‘달려라 달리’, 인스타그램 팔로워 15만여 명을 보유한 제주 고양이 히끄의 ‘히끄네 집’, 고양이 순무(팔로워 23만여 명)의 성장 과정을 담은 ‘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 등 스타 반려견(묘)와 동거인의 일상을 그린 에세이가 인기다.

지나친 탐닉은 실제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 미칠 수도

랜선 집사들이 늘어난 이유는 개인화된 사회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1인 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부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졌다. 직장인 김석원(32) 씨는 "혼자 살기 때문에 동물을 키울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보며 외로움을 달랜다. 요즘은 동물 관련 콘텐츠가 다양해 언제든 소소한 일상들을 지켜볼 수 있다"라고 했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외로움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 즉 관계에서도 가성비의 원칙을 적용하는 풍토가 만든 경향이란 분석도 있다. 여기에는 랜선 이모, 랜선 애인 등 온라인에서 대리 소비되는 관계도 포함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관계는 시간과 노력의 산물인데, 관계를 위한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랜선 집사는 합리적인 대안이다. 내가 예쁜 것만 보고 내가 가능할 때만 사랑해주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절미'를 아시나요? SNS 반려동

’견생역전!’ 도랑에 떠내려오다 구조돼 스타견이 된 인절미. 지난달 18일 개설된 인절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81만 명이 넘는다./인스타그램

그래서 인지 일부 ‘진짜’ 집사들에게는 랜선 집사가 달갑지 않다. 한 애견인은 "돈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동물을 키우는 느낌만을 즐기는 모습이 책임감 없어 보인다. 동물의 귀여운 모습만 보고 쉽게 입양을 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간접적인 관계에선 마음에 들면 관계를 유지하고, 불편해지면 쉽게 관계를 차단할 수 있다. 이런 관계에 익숙해지면 사람과의 관계도 스위치를 껐다 켜듯 온·오프(on&off)화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하며, "간접적인 관계는 효율적이지만, 직접적인 관계를 통해 얻어지는 행복을 대신할 수 없다. 시간을 정해 영상을 즐기고, 체험적인 관계를 병행해 균형을 맞출 것"을 조언했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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