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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조선일보

“이 아저씨, 옛날엔 이렇게 잘 생겼었어?” 돌아온 ‘꽃미남’ 베컴 신드롬

[아무튼, 주말]

축구에 관심없던 젊은 여성들

갑자기 베컴에게 열광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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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몰라도 베컴은 안다”는 말이 있었다. 1990~2000년대 전 세계 여심을 훔쳤던, 영국이 낳은 최고의 미남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48). 수려한 금발 외모에 오른팔을 크게 휘젓는 우아한 킥 모션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베컴은, 축구를 넘어 전 세계를 열광하게 한 수퍼스타였다. 지금은 축구 선수 중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장 유명하지만, 그들보다 앞서 “축구 스타 이상의 세계적인 셀럽이 된 최초의 인물은 베컴”이라고 평론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2013년 은퇴 후 베컴은 국내 팬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특히나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여성들에게 베컴은 꽤 생소했던 인물. 그랬던 그가 최근 다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게 다 넷플릭스 때문이다.


지난달 4일 넷플릭스는 데이비드 베컴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다룬 4부작 다큐멘터리 ‘베컴’을 공개했다. 베컴과 그의 아내 빅토리아, 가족과 전 동료, 옛 스승이던 전설적인 축구 감독 앨릭스 퍼거슨까지 등장한 이 다큐는 나오자마자 TV 부문 글로벌 시청 1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무심코 넷플릭스에서 다큐 ‘베컴’을 접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젊은 시절 베컴의 수려한 외모가 단연 화제가 됐다. 20년 전 베컴을 처음 본 여성들이 그랬듯, 또 다큐 속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가 그랬듯 이들의 감상평은 대체로 ‘축구에 별 관심이 없지만...’으로 시작한다. “축구에 별 관심은 없지만, 젊은 베컴의 잘생김 정도는 새로운 수준의 충격이네요”, “축구는 잘 모르지만, 베컴 그냥 너무 잘생겼다!”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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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다큐 ‘베컴’은 베컴의 외모만으로 흥행한 게 아니다. 베컴을 어지간히 알고 있던 1970~1980년대생들도 “베컴은 그저 잘생긴 축구 스타로 생각했는데, 그의 인생이 그렇게 파란만장한지 다큐를 보고서야 알았다”는 반응들이다. 화려한 외모 때문에 금수저 출신이겠거니 했는데, 베컴은 사실 가난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엄격한 아버지의 무서운 지도 아래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선수인 건 몰랐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다큐 ‘베컴’을 통해 1990~2000년대 베컴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얼마나 가혹한 대우를 받았는지 사람들이 새삼 충격을 받는다”고 전했다. 특히 ‘베컴’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1998년 베컴의 스토리에 대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라는 평이 나온다. 베컴은 1997년 당시 영국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던 걸그룹 ‘스파이스 걸스’의 멤버 빅토리아와 공개 연인이 되며 ‘세기의 커플’이자 동시에 파파라치와 ‘황색 언론’의 표적이 됐다. 그리고 이듬해 프랑스 월드컵에 나선 베컴은 불필요한 파울로 퇴장당한다. 그는 당시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과 언론에 의해 잉글랜드 탈락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면서 ‘국민 역적’으로 추락한다.


다큐에 등장한 베컴의 친구들과 동료 선수들의 회상에 따르면, 베컴이 차를 타고 가다 신호등에 걸려 멈추면 사람들이 그의 차에 다가와 욕을 퍼부었을 정도였다고. 심지어 팬들 사이에서 베컴 유니폼을 입힌 인형을 불태우는 일까지 벌어졌고, 동료들은 당시 마녀 사냥 같은 분위기에 “베컴의 정신 건강이 심히 걱정됐다”고 고백한다. 최고의 미남 스타가 감독의 무책임한 발언과 황색 언론, 끓는 냄비 같은 여론으로 한때 극도의 혐오를 받은 이야기는 국내 축구팬들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실화다. 뉴욕타임스(NYT)는 “넷플릭스 ‘베컴’을 보며 시청자들은 1990~2010년대 유명 인사들이 여론 재판 등으로 끔찍한 대우를 받던 그 시대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1998년 베컴은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돌아와 감독과 동료 선수들의 지지 속에서 트레블(리그 우승, FA컵 우승,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끄는 등 기적 같은 반전의 주인공이 된다. 맨유가 트레블을 달성한 건 잉글랜드 구단 중 최초의 기록. 베컴은 4년 뒤 열린 2002 한일월드컵에 가지 못할 뻔했던 잉글랜드를 극적으로 월드컵에 진출시키며 다시 대중의 용서를 받는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그는 그저 잘생긴 선수로 승승장구한 게 아니라 시련을 이겨낸 위대한 선수”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1970~1980년대생들에게도 다큐 ‘베컴’은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축잘알’ 남편과 ‘축알못’ 아내가 함께 다큐 ‘베컴’을 보며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화제다. 다큐 ‘베컴’에는 베컴과 함께 과거 맨유에서 활약한 게리 네빌, 리오 퍼디낸드 같은 선수들이 나오는데, 아내들은 “묻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네빌이 누구고 퍼디낸드가 누구고 설명하며 잘난 체하는 게 너무 웃긴다”고 입을 모은다.


게리 네빌은 이번 다큐에서도 현란한 말솜씨와 입담을 뽐낸다. 국내 젊은 여성들은 “저 아저씨는 누구길래 저렇게 재밌게 말을 잘하느냐”고 묻는다. 베컴과 함께 맨유의 오른쪽 측면을 책임졌던 네빌은 지금도 영국 BBC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평론하는 패널로 활약 중. 다만 패널이 되기 전 감독으로 처절한 실패를 겪은 탓에 그의 평론에는 항상 “그래서 당신이 감독할 땐 얼마나 잘했냐?”는 악플이 따라다닌다.


다큐에는 당돌하고 톡톡 튀는 스타일에 화려한 패션을 뽐낸 빅토리아·베컴 커플의 젊은 시절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데, 당시 유행을 선도한 둘의 패션이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 패션과 맞닿아 있단다. 물론 베컴이 치마를 두른 ‘사롱 패션’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상황. 뉴욕타임스는 “넷플릭스 ‘베컴’은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인데, 특히 패션 스타일을 눈여겨 보라”며 “다큐 덕분에 베컴 커플에 대해 깊은 향수와 모호한 감정이 퍼지고 있다”고 평했다.


사실 48세 미중년의 베컴은 은퇴 후에도 글로벌 셀럽으로서 위치가 공고하다. 넷플릭스 ‘베컴’이 공개된 지 단 3일 만에 그의 SNS 팔로어는 50만명이 늘었고,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약 8494만명에 달한다. 베컴은 현재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소속된 미국 프로축구(MLS) 구단 인터 마이애미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외신들은 “48세의 베컴은 3개의 회사를 가지고 있고, 이 중 자신의 이름과 이미지에 대한 저작권만으로 약 2억 파운드(약 30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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