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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는 한국 땅 아니잖아요” 태풍보다 소외감이 더 아팠다

울릉군민들, 태풍 때 위기 상황 공유하며 초긴장

내륙과 섬 사이 태풍·파도 시차 때문

전문가 “내륙에서 태풍 통과할때가 울릉도는 위기 시작...관심 필요”

최대 600억 이상 피해...정 총리 “재난특별지역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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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북 울릉군민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태풍 '마이삭' 관련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독자 제공

“돌핀호는 무사한가요?”


지난 3일 오전 10시 34분, 경북 울릉군민 30여명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서 태풍 ‘마이삭’ 피해 상황을 공유하는 대화 내용이 빗발쳤다. 돌핀호는 울릉군 사동항에 정박돼 있던 310t급 여객선으로서 울릉도와 독도를 이어주는 선박이었다.


곧이어 가라앉은 돌핀호 사진이 공유되자 “사람은 안 타고 있었나요?” “선원들은 다 내렸다던데 (그래도)안타깝다”는 글이 올라왔다. 돌핀호 침몰 이후로도 울릉군민들은 이어진 피해상황을 공유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당시 경북 내륙은 태풍이 대부분 빠져나간 상황이었다. 포항, 경주 등 일부 지자체에선 피해 집계에 들어갔고 구미, 상주 등 8개 시군에선 태풍경보가 해제됐다. 하지만 울릉도는 오전 9시 30분쯤 최대 19.5m 높이의 파도가 몰아친 뒤 오후까지 폭우를 동반한 강풍이 섬 전체를 휩쓸었다. 내륙과 섬 사이에 태풍이 도착해 파도가 발달하기까지 시차가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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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북 울릉군에 불어닥친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울릉도와 독도를 이어주는 여객선인 돌핀호(310t)가 사동항 아래로 침몰하고 있다./독자 제공

태풍 ‘하이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7일 오후 4시쯤부터 경북 내륙에선 비가 그치고 해가 떴지만 울릉도는 파도가 몰아치는 초긴장상태였다. 채팅방에서 군민들은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한 군민은 “더이상 재난방송을 않는걸보니 육지는 태풍이 다 지나갔나봅니다”라며 태풍의 내륙 통과 이후 줄어든 여론의 관심을 아쉬워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산하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를 맡고 있는 김윤배 대장은 “내륙에서 태풍이 빠져나올 때가 울릉도에선 가장 위험한 시기”라면서 ”울릉도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울릉도는 한국 땅 아니잖아요”

태풍으로 하루아침에 집이 무너진 이재민 이휘수(55)씨는 9일 본지 통화에서 “자연재해인데 누굴 원망하겠느냐”면서도 “울릉도는 대한민국땅 아니지 않느냐, 울릉도민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태풍을 비롯해 재해가 발생할 때 내륙 지방에 비해 섬 지역인 울릉도가 상대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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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릉군에 불어닥친 태풍으로 인해 울릉읍 도동리 행남등대 인근의 집 한채가 무너져내렸다./독자 제공

이씨는 일주일째 지인의 집에서 머물고 있다. 군에 이재민 신청을 해둔 상태지만, 테트라포드가 밀려오면서 집 앞 항구를 막아 배를 통한 복구 자재 수송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씨는 “집터인 행남등대 인근 물양장은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할이라 그쪽에서 항구를 정비해주지 않으면 군에서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이씨처럼 태풍 피해를 입은 이재민은 10명으로 추산됐다.


울릉군은 9일 오후 3시 기준 태풍으로 항만과 도로, 공공시설 등 217건이 파손되면서 약 600억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피해 금액만 따지면 지난 2003년 울릉도 최대 피해 사례인 태풍 ‘매미’ 당시 발생한 354억원을 한참 넘어섰다. 이마저도 집계가 진행 중이라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중간 집계 피해만 600억...'매미' 이후 최대

푸른울릉독도가꾸기회 김대성 사무국장은 “피해가 집중된 울릉도 서부는 폭격을 맞은 전쟁터를 방불케한다”고 했다. 이번 태풍으로 국가관리연안항인 사동항 방파제 220m가 무너지고 국가어항인 남양항 100m가 뒤집혔다. 남양항에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테트라포드(방파제 구조물)가 강풍에 휘날려 터널 안까지 들어오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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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경북 울릉군에 불어닥친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테트라포드가 강풍에 휩쓸려 남양터널 내로 들어왔다./독자 제공

울릉도의 대표 도로인 ‘울릉일주도로’도 박살이 났다. 사동~구암 2km 구간 14개소 곳곳에는 도로가 푹 꺼져 지하 바닥이 보일 정도였다. 독도주민숙소는 침수됐고 돌핀호를 포함해 배와 보트 28척이 침몰·파손됐다. 농지에도 바닷물이 밀려들어오면서 염분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울릉군은 정부의 복구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날 오후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울릉도를 방문해 피해 현장을 점검했다.


정 총리는 “울릉도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라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특별교부세 지원 등 정부에서도 피해복구와 재발방지 계획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울릉도·독도는 민족의 섬”이라면서 “어느 지역보다 빨리 복구해 원 상태보다 더 나은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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