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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우승 독식하는 테니스, 이변 잦은 골프… 경기장과 룰의 차이 때문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실력만이 승리의 유일한 변수일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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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출신 테니스 선수 노바크 조코비치는 도쿄올림픽에서 ‘골든 그랜드슬램’을 노렸다. 실패로 끝났지만 4개 메이저 대회 우승 후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겠다는 대단한 도전이었다.


테니스는 이변이 드문 스포츠다. 2005년 이후 세계 남성 테니스는 조코비치와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 등 3인이 과점해왔다. 메이저대회 66차례 중 57차례를 이들이 우승했다. 여성 테니스도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가 ‘장기 집권’을 했었다.


같은 1인 게임인데도 골프는 다르다. 타이거 우즈 같은 ‘황제’가 대회를 휩쓸 때도 종종 예상치 못한 선수가 주요 대회 우승컵을 가져갔다. 우즈의 전성기였던 2000년 PGA 투어 닛산오픈 우승자는 데뷔 후 10년 동안 우승 한번 하지 못한 커크 트리플릿(당시 37세)이었다. 그의 전년도 세계 랭킹은 80위였다. 이런 선수가 우즈, 비제이 싱, 프레드 커플스 등 전설적 골퍼들을 누르고 우승컵을 가져갔다. 테니스로 치면 세계 랭킹 80위가 조코비치⋅나달⋅페더러를 누르고 1등을 한 셈인데, 골프에선 드문 일이 아니다. 우즈의 기량이 최고조에 달한 2000년대 초반에도 승률은 50%를 넘어간 적이 없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스포츠 전문가들은 우선 경기장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꼽는다. 테니스 코트는 규격이 같다. 바닥이 잔디냐 점토냐 정도가 차이다. 코트에 물이라도 엎어지면 경기 진행 요원이 재빨리 닦아낼 정도로 철저히 관리한다. 반면 골프장은 ‘복불복’이다. 대회마다 골프장이 바뀌는 골프는 경기장 그 자체가 돌발 변수다.


경기의 설계 방식도 다르다. 테니스는 1대1로 겨뤄 승자가 계속 올라가는 토너먼트다. 윔블던 등 메이저 대회는 대부분 128강부터 시작하는데, 대진표가 상위권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 첫 라운드서 1등과 꼴등이 맞붙는 식이다. 만약 무작위로 제비뽑기해 상대를 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64강쯤 조코비치와 나달이 맞붙어 한 명이 떨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골프는 다르다. 보통 100명이 넘는 선수가 일제히 경기를 해서 승자를 정한다. 달리 말해 1등을 하려면 100명이 넘는 선수를 모두 이겨야 한다.


사실 대부분의 스포츠는 팬들이 가장 즐거워할 만한 방식으로 규칙을 정한다. 테니스의 방식은 유명 선수를 더 많이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좋아한다. 골프는 모두 다 같이 한 홀씩 전진하는 방식이 더 흥미진진하다. 미국 프로농구가 연봉 총액 상한제(샐러리캡)를 도입해 돈 많은 팀의 인재 독식을 막거나, 한국 프로야구 등에서 순위가 낮은 팀이 신인 선수 우선 선발권을 가져가는 것도 팬들을 더 즐겁게 하기 위해서다.


경쟁 방식을 바꾸기만 해도 승자는 달라질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한국 여자 양궁이 오랜 기간 1위를 놓치지 않자 세트제와 혼성 단체전을 도입하고, 시간 제한을 두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최고의 자리는 변하지 않았다. 전날 가장 잘 쏘는 팀이 혼성 단체전에 출전하도록 하는 등 변화에 맞서 더 획기적인 방식으로 지켜낸 값진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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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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