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런 데가 있었어?...코로나 덕분에 친해진 ‘우리 동네'
[아무튼, 주말] 코로나가 불러온 동네의 재발견
마포로 이사온 지 1년 4개월. ‘우리 동네’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만큼 새로운 동네와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8개월.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집과 동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야 내가 사는 동네를 제대로 알게 된 기분이다. 가까운 동네 시장이나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동네 카페와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골목 구석구석 숨어있는 우리 동네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한다.
코로나 이후 생활 중심이 동네로 바뀌고 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사람들은 이제 원거리 이동이나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장소 대신 집과 가까운 동네에서 소비 활동을 하고 여가를 보낸다. 자연스레 ‘우리 동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갈 수 있는 집 근처 상권)’엔 어떤 시장과 마트, 편의점, 맛집, 카페, 책방이 있는지, 가볍게 산책할 만한 가까운 동네 공원이나 뒷산은 어디에 있는지 레이더를 세운다. 동네에서 주목할 만한 색다른 공간들을 찾았다. 익숙한 우리 동네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코로나가 불러온 동네 재발견이다.
◇퇴근길, 양조장에서 만든 신선한 맥주 한잔
어스름이 내린 서울 영천시장 옆 천연동 골목길. 퇴근길에 시장에서 산 저녁거리를 손에 든 동네 사람들이 귀가를 서두른다. 이발소와 세탁소, 식당 등이 모여 있는 평범한 골목에 그렇지 못한 건물 하나가 불을 밝히고 있다. 회색빛에 은색 탱크가 가득한 이곳은 수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 브루어리304다. 양조장은 여인숙, 원룸 등으로 쓰이던 이 골목의 오래된 건물을 1년에 걸쳐 개조한 것이다. 브루어리304는 천안 아산에서 ‘맥덕(맥주 덕후)’ 부부가 시작한 작은 양조장으로 지난해 7월 이곳으로 왔다. 양조장 내외부에 옛 건물의 흔적이 남아 있다. 'ㅁ' 자 중정을 되살린 양조장을 2층에서 내려다보면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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탭룸 1층엔 긴 창을 냈다. 외부에서 내부가 훤히 보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내부에선 골목 풍경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실 수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골목이라 생동감이 넘친다. 이미혜 대표는 “처음부터 사람이 많이 모이고 북적거리는 시장 근처를 양조장 자리로 물색했다”며 “맥주를 만들면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했다.
‘플루토 블론드 에일’은 브루어리304를 대표하는 맥주다. 가벼운 보디감과 은은한 과일향을 즐길 수 있는 황금빛 에일 맥주다. ‘라즈베리 핑크 세종’ ‘트로피컬 네파’ ‘민트 초코 스타우트’ 등 색다른 맥주도 맛볼 수 있다. 맥주와 어울리는 요리는 ‘살롱드이꼬이’와 협업해 선보이고 있다. 시장 가는 길에, 또는 퇴근길에 동네에서 양조장에서 만든 신선한 수제 맥주 한잔 하거나 맥주와 요리를 포장해 홈술, 혼술로도 즐기기 좋다. 화요일~토요일 오후 5시에서 오후 11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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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전통주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전통주를 오프라인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매장이 있다. 서울 필동 골목에 문을 연 술술상점이다. 취향에 따라 전통주를 추천받고 전통주에 대한 호기심도 해결할 수 있다. 전통주는 구식이라는 생각은 여기서 말끔히 사라진다. 핑크빛 선명한 상호부터 색다른 술술상점은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가 수제 맥주 전문점 못지않다. 술술상점엔 막걸리, 약주, 청주, 증류주, 한국 와인 등 전통주 150여 종이 망라돼 있다. 전통주도 지역마다, 양조장마다 다양한 데다 디자인도 이색적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통주 외에 수제 맥주도 판매한다. 월~토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9시까지.
◇작지만 개성 있는 동네 서점
동네 서점은 작지만 개성이 넘친다. ‘한 권의 책을 펼쳐둡니다.’ 서울 통인동 한권의 서점은 책을 단 한 권 소개하는 서점이다. 이름처럼 독특한 콘셉트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뒤 한 달 또는 두 달에 책 한 권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소개하는 책은 신지혜 작가의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제로 웨이스트와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책이다. 3~4평 규모의 서점에선 책과 관련된 작은 전시를 함께 연다. 일반적인 서점보다 쇼룸, 전시장 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선정한 책마저도 몇 권 진열해두지 않았다. 서촌에는 이미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 서점이 많은 만큼 ‘한권의 서점’에서 한 권을 제대로 소개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독특한 콘셉트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구경하다 서점 문을 열고 들어오기도 한다. 서점 바로 앞에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다 보니 오가는 동네 사람들이 단골 손님이 되기도 한다. 화~일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8시까지.
아직 독립하지 못한 책방은 말 그대로 아직 독립하지 못한 책방이다. 서울 공덕동 푸른약국. 약국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책방을 만날 수 있다. 약사 박훌륭씨가 책방 주인이다. 책방은 독립하지 못한 채 약국과 공생하고 있다. 책을 사러 갔다가 약을 사거나 약을 사러 갔다가 책을 사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약국의 일부를 책방으로 사용한다지만 “책 보려고 차린 책방”이라는 주인장 말처럼 취향 담긴 선별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작가 사인본도 구할 수 있다. 아직 독립하지 못한 책방에선 ‘아무거나 프로젝트’로 기성 작가부터 무명 신인 작가, 책방 독자로부터 투고받은 원고로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익명으로 발표한 만큼 더 자유로운 형식과 색다른 글이 담겼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
창신숭인 채석장전망대에 올라서면 서울의 도심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화창한 날 찾은 덕에 환상적인 스카이뷰를 즐겼다. 서울 낙산 채석장 상부에 세워진 높이 121m의 전망대는 노출 콘크리트와 강화 유리가 십자가 모양으로 지어진 독특한 형태. 전망대에선 한양 도성을 경계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색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반대편으로 제 살을 깎아낸 동망봉 채석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 전망대가 들어선 서울 낙산 자락 채석장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와 옛 서울역을 짓기 위한 석재를 공급하던 곳이었다. 한국전쟁 이후엔 이주민과 피란민이 모여들어 마을이 됐다. 1980년대 봉제산업 1번지를 거쳐 2007년 뉴타운에 지정돼 아파트가 들어설 뻔했지만 주민 반대로 해제돼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 사업이 추진됐다. 도시 재생으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서울의 전망 포인트로 꼽을 만하다. 전망대 2층은 카페로 운영된다. 3층 전망대만큼이나 전망이 뛰어나다. 커피 한잔에 이 전망을 누리는 게 호사스러울 정도.
채석장전망대와 멀지 않은 곳에 산마루놀이터가 있다. 골무 모양의 골무홀부터 색다른 놀이터 시설이 돋보이는 신개념 어린이 놀이터는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놀이터 맞은편 골목은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시크릿가든’ ‘미생’ 등의 촬영지다. 낙산공원과 봉제거리와 창신골목시장 등도 구석구석 돌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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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림창고는 서울역 뒤 중림동 골목길, 성요셉아파트 맞은편에 50년 넘게 자리했던 무허가 판자 건물과 창고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생한 곳이다. 중림동 언덕길 따라 옛 건물의 특성과 언덕 지형을 고려해 만든 건물에선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중림창고는 커뮤니티 공간과 전시, 라운지, 서점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역 뒤 중림동 언덕길의 색다른 분위기를 천천히 따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여행 대신 동네 공원으로
가벼운 산책과 나들이도 이젠 가까운 동네 공원에서 즐긴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행하듯 숲의 여유를 즐기기 충분하다. 서울 중계주공2·4단지를 지나 불암산힐링타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숨이 크게 쉬어진다. 불암산의 절경과 푸른 숲속에서 잠시나마 여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불암산 일대에 조성된 힐링타운은 나비정원을 시작으로 철쭉동산, 순환산책로 등 야외 공간을 따라 천천히 걷기 좋은 공원이다.
입구 나비정원은 커다란 나비 조형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것도 잠시, 훨훨 나는 진짜 나비에게 금세 마음을 뺏길지도 모른다. 철쭉동산엔 나무 데크가 지그재그로 이어진다. 분홍빛으로 물드는 봄의 장관도 좋지만 이 계절 푸른 철쭉동산의 풍경도 아름답다. 불암산과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워 불암산힐링타운의 포토존으로도 손꼽힌다. 불암산 순환산책로는 2.1㎞ 로 가볍게 걸을 만하다. 게다가 찾는 이가 대부분 동네 주민이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길동생태공원은 입장 예약이 필수다. 하루에 400명, 시간별 50명으로 입장 인원이 정해져 있다. 생물들의 서식 환경 보호를 위한 예약제 덕에 코로나 시대에 안전하게 둘러볼 수 있는 한적한 공원이 됐다. 공원은 습지와 초지, 산림, 저수보 등 생물 서식 지역에 따라 구분된다. 인공적이지 않은 숲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살아 있는 숲과 나비와 잠자리, 물새 등 다양한 생물의 생명력도 느낄 수 있다. 길동생태공원 예약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에서.
일자산허브천문공원은 길동생태공원과 함께 둘러볼 만하다. 해발 65m라서 오르기 쉽고 허브 150여 종과 푸른 숲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허브향을 맡으며 공원을 산책하고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전망 데크에선 푸른 하늘과 초록 숲을 보며 쉬어 가기 좋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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