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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여행허가 수수료가 10배 올랐다고? “가짜 낚시 사이트입니다”

ESTA 공식 사이트 흉내낸 대행업체 성행

수수료 2만원인데, 20만원까지

구글, ’공식’보다 유사 사이트 먼저 노출시켜

#사기, 모르면 당한다

조선일보

4일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는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연합뉴스

미국 여행을 앞둔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미 정부의 전자여행허가(ESTA)을 신청했다. 구글에 ‘ESTA 발급’을 검색한 후, 맨 위에 나타난 ‘ESTA 신청하기-미국 여행 허가’라는 사이트를 눌렀다. 사이트에는 ‘official-esta’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3년전 마지막 발급을 받았던 그는 ‘사이트 디자인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개인정보를 꼼꼼히 입력하고 결제했다. 비용은 95달러(한화 약 12만원). “몇년 새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고 결제버튼을 눌렀다. A씨 배우자도 “비용이 비싸더라”고 했다.


찜찜했다. 네이버에 ‘ESTA 비용’을 검색했다. ‘14달러’라는 정보가 줄을 이었고, ‘ESTA 낚시에 속지 않는 법’이라는 블로그 글도 다수 발견됐다. 미 국토안보부 공식 사이트(esta.cbp.dhs.gov)에서는 여전히 발급비용이 14달러(한화 약 1만8000원)이고, 나머지는 모두 가짜 사이트라고 적혀 있었다. 부부가 거의 동시에 당한 것이다. 속았다, 구글에 속고 사이트에 속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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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늘면서, 여행 관련 사기성 사이트가 다시 성업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ESTA 등 여행 관련 비자 발급 대행 사이트다.

ESTA는 미 정부의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국 국민들이 90일 이내로 미국을 방문할 때 비자없이 여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주는 제도다. 미 국토안보부 공식 사이트에 신청하고, 수수료는 14달러다. 대개 신청 후 15분 내로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구글에서 ‘ESTA’나 ‘미국 여행 비자’ 등을 검색하면 미국 정부 공식 사이트와 함께 대행 서비스를 해주는 업체 사이트가 뒤섞여 20개 이상 나온다. 문제는 공식 사이트보다 ‘낚시사이트’가 먼저 노출된다는 점이다. 미국 국기, 자유의 여신상, 제복을 입은 출입국 관리원 사진으로 첫 화면이 꾸며졌고, 사이트 주소나 사이트명이 공식 계정처럼 보인다. A씨가 접속했던 ‘official-esta’의 경우 사이트 최하단 회사소개란에 들어가야 대행업체라는 사실이 쓰여있다. 50달러 내외는 그나마 양심적이고, 100~150달러 받는 곳도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은 공식 사이트와 광고 사이트가 구분돼 있다. 특히 네이버쇼핑 코너에는 2만5000~3만5000원 정도 가격대의 ESTA 발급 대행 상품도 여럿 올라와 있다. 미 정부에 내는 수수료 14달러 외에 1만~2만원 대행 수수료를 받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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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을 수 있는 미국 국토안보부의 공식 사이트(위)와 공식 사이트를 흉내내 과도한 대행 수수료를 챙기는 대행업체 사이트 /해당 사이트 캡처

A씨는 곧바로 이메일을 보냈다. “사기(scam) 사이트로 당국에 고발하겠다. 환불하라.” 사이트 측이 다음날 결제카드로 대행료를 환불했다. A씨는 “멍청하게 당했다는 사실도 분하지만, 정체불명 회사가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는 게 불안하다”고 했다.


지방에서 여행사를 운영중인 김모(54)씨는 “비자 대행 수수료는 여행사마다 제각각이지만, ‘수수료 14달러’라고 영수증에 찍혀 나와 대행료로 폭리를 취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피싱 전문 해외 업체, 해외서버를 이용한 국내 피싱 업체들이다. 그는 “이런 업체들이 여행 붐이 일어날 때마다 떴다방식으로 영업하다 사라져 버린다고 말했다.


주한미국대사관에도 ESTA 공식 사이트에 대한 문의와 피해 관련 호소가 이어지고 있지만, 구글에 대해 특별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소비자원 측도 “소비자가 꼼꼼히 살피는 것 외에는 현재로선 마땅한 규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행업체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둔데다 작은 글씨로 ‘대행업체’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이유다.


지난 3월 내국인 출입국자수는 14만5503명. 지난해 같은 기간의 7만3999명보다 96.6%가 늘었고, 전월보다 29.1% 증가했다. 코로나 관련 규제가 점점 느슨해지는데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2년 만의 외출’을 준비하는 이들은 점점 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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