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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물단지 된 버려진 컨테이너, 누군가에겐 보물단지

[WEEKLY BIZ] Biz Pick: 공급난에 깜짝 호황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으로 버려지는 화물이 늘면서 폐화물을 수거하거나, 경매에 부치는 업체들이 깜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폐화물 인수 시장의 정확한 규모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최근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폐기하거나 재판매해야 하는 수천개의 상품을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온라인 화물 중개 업체 플렉스포트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화물이 미국이나 유럽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100일이 넘는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40일 이상 지연된 것이다. 컨테이너 화물이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화물을 내릴 하역 인력이나, 육상으로 운송할 화물차 운전기사 인력이 부족해 항만에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글로벌 물류 운송 업체 DSV는 전 세계 항만에 방치돼 있는 컨테이너가 300만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미국 수입 물동량의 40%를 처리하는 LA(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은 이 같은 적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일정 기간 이상 컨테이너를 쌓아둔 선사에 매일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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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에 화물 컨테이너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AP 연합뉴스

이 같은 물류 대란에 화물 인수를 포기하는 수입업자들이 늘고 있다. 변질되기 쉬운 음식부터 납기를 맞추지 못해 무용지물이 된 건설기계까지 각양각색 화물이 버려진다. 멀쩡한 상품이라도 방치 기간이 길어지면 화물 보관 수수료가 상품 가치를 초과하기도 한다. 미국 폐화물 인수 업체 더샐비지그룹의 톰 엔더스 사장은 블룸버그에 “상품이 일정 기간 내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면 원래 갖고 있던 가치를 잃는 경우가 많다”며 “공급망의 어느 누구도 상품이 놀고 있을 때는 돈을 벌지 못한다”고 했다. 이 밖에 화물 회사가 파산을 신청할 경우에도 컨테이너가 버려진 것으로 간주된다.


이런 경우 선사들은 폐화물 인수 업체에 컨테이너를 통째로 넘긴다. 인수 업체들은 컨테이너를 사들인 다음 상품이 가치가 있으면 재판매를 해 이익을 얻는다. 상품이 가치가 없거나 위험한 경우에는 폐기한다. 영국 폐화물 인수 업체 JS글로벌의 제이크 슬린 이사는 FT에 “많은 사람이 화물 인수를 포기하거나 파산하면서 터무니없이 바빠졌다”며 “컨테이너 내용물이 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버려진 컨테이너를 사는 것은 도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폐화물 덕분에 중고 경매 플랫폼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온라인 경매 업체 셀벡스는 방치된 컨테이너에서 나와 경매에 부쳐진 물품이 전년 대비 약 15% 증가한 것으로 추정한다. 찰리 윌슨 셀벡스 대표는 FT에 “계절이 지난 상품과 쓸모가 없어진 산업용 부품 등이 매물로 나온다”며 “LA는 물론 아프리카 케냐와 유럽 전역에서도 이 같은 일이 허리케인처럼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신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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