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 물러나라" 손학규는 사실상 거부
국회서 40분간 비공개 회동
安 오면 당권 넘길것 같던 孫, 즉답 피하며 "검토해 보겠다"
국고보조금 등 200억 달하는 당 자산 놓고 힘겨루기 시작
안철수 전 의원이 27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만나 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또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라고 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즉답을 피한 채 "검토해 보겠다"고만 했다. 그동안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당권을 넘길 것처럼 말했던 손 대표가 사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고보조금 등 200억원에 이르는 당의 자산을 놓고 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안 전 의원과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40여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안 전 의원 귀국 후 8일 만이었다. 안 전 의원 측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당을 살리는 해법은 다른 무엇보다 지도 체제를 재정립하거나 교체하는 것"이라며 "손 대표 측에 비대위 구성, 전(全) 당원 투표, 재신임 투표 등 세 가지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모두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안철수(오른쪽) 전 의원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만나 당 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손 대표에게 비대위 구성 등을 요구하며 사퇴를 압박했지만, 손 대표는 “검토해 보겠다”고만 했다. /남강호 기자 |
안 전 의원은 먼저 당을 비대위로 전환해 자신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겨줄 것을 요구했다. 손 대표가 이를 거절할 경우 전 당원 투표에 부쳐 비대위원장을 당원들이 직접 결정하게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전 당원 투표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자고도 했다. 바른미래당은 당내 갈등으로 손 대표의 '1인 최고위원회'가 지속되며 당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안 전 의원은 손 대표가 물러나지 않을 것을 고려해 '재신임 투표'도 제안했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손 대표가 자리를 계속 지킬 의향이라면 재신임을 받아 당원들이 현 지도 체제에 이의가 없는지를 확인해 보자는 차원"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그동안 안 전 의원이 돌아오면 전권을 주고 물러나겠다고 해왔다. 하지만 안 전 의원이 정계 복귀를 선언한 이후에는 "사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의원의 제안에 대해 손 대표는 "검토해 보겠다"면서도 "안 전 대표가 말하는 것은 (탈당한) 유승민계가 얘기하는 것과 다를 바가 별로 없다. 왜 지도 체제를 바꿔야 하는지, 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해야 한다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는 "(대표직에서) 물러나라는 이야기로 해석된다"는 취재진 질문엔 "글쎄요"라고만 했다. 손 대표는 이날 안 전 의원 면전에서 "당에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안철수 현상'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기대가 좀 줄어든 면이 있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28일 바른미래당 의원들과의 회동을 전후해 향후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들은 권은희 의원을 제외한 대부분이 비례대표다. 손 대표가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해주지 않으면 손 대표와 헤어져 '안철수 신당'을 창당해도 원내 의석이 1석에 불과하다. 이 경우 기호 10번으로 총선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
바른미래당은 4월 총선 전까지 기존 당비에 국고보조금 등을 합쳐 200억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현재 연구원 돈 30억에 당비와 국고보조금까지 1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있는데, 총선 전까지는 나오는 1년치 보조금을 합하면 200억원 넘는 자금이 조달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신당 창당도 고려하고는 있지만, 여러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바른미래당에 남아 손 대표와 끝까지 협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