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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햄버거’ 해장 NO··· 美서 숙취 해소 음료 400만병 판 사나이

숙취 해소 음료 ‘모닝 리커버리’ 창업자 이시선


‘피자’나 ‘햄버거’로 해장한다는 미국 시장에 한국식 숙취 해소 음료로 도전장을 내민 젊은이가 있다. 이시선(30) 모어랩스 대표. 이 대표가 만든 ‘모닝 리커버리(morning recovery)’는 2017년 8월 출시 이후, 미국에서 약 400만병 넘게 팔리며 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숙취 해소 음료 중 미국 내 업계 1위.


이 대표는 아홉 살 때 가족과 캐나다로 이민했다. 캐나다 워털루 대학에서 시스템공학을 공부하고, 페이스북·우버·테슬라에서 일했다. 전형적 실리콘밸리 엔지니어인 그는 왜 한국식 숙취 해소 음료를 미국에 팔기 시작했을까. 지난 9월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이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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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때까지 그런 척하면, 그렇게 된다


–미국인은 햄버거, 피자로 해장한다고 하죠. 숙취 해소 음료가 그들에게 필요한가요?


“미국인이 술 마신 다음 날 햄버거로 해장하는 건 맞아요(웃음). 이건 미국에 ‘숙취 해소 음료’라는 분야가 아예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한약이나 차(茶)문화가 발달해서 약초 등이 익숙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아요. 저도 2016년 한국에 놀러 왔다가 친구들이 마시는 걸 보고 이 음료의 존재를 처음 알았거든요. 어느 편의점에서나 쉽게 살 수 있고, 대중화됐다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미국에도 이런 제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술 많이 마시고 다음 날 일하러 가야 하는 건 똑같으니까요(웃음).”


–한국에서 인기 있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팔 수도 있었을 텐데요.


“한국 제품을 가져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어느 대기업이 유통 경험이 전혀 없는 개인에게 독점 판매권을 주겠나요.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다가,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 징 리엥 교수가 헛개의 숙취 해소 효능에 대해 쓴 논문을 읽게 됐습니다. 리엥 교수를 찾아가 궁금한 점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왜 이런 제품이 아직 없느냐’고 물었죠. ‘나도 모르겠어. 누군가 하면 잘될걸’ 하시더군요(웃음). 교수님께 시제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하고, 주변 사람들을 상대로 시음을 시작했습니다. 반응이 상당히 좋았어요.”


–아무리 실리콘밸리라고 해도, 제조업은 한 번도 안 해 본 분야였을 텐데요.


“'Fake it till you make it(될 때까지 그런 척하면 그렇게 된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 말을 많이 합니다. 일단 몰라도 자신감 있게 하라는 거죠. 실제 음료 제조는 ‘뭘 모르는지조차 모르는’ 분야였어요. OEM(주문자 생산 방식)이라는 걸 이때 처음 배웠습니다. 파이버(Fiverr)를 통해서 OEM 공장을 알아보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파이버는 ‘5달러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준다’는 취지의 재능 거래 플랫폼이다. 저렴한 비용에 각종 심부름, 번역 등의 재능을 판매하는 방식. 한국에서는 크몽, 숨고 등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초기 창업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OEM 공장 리스트 등을 파이버를 통해 소개받는 데 10만원 정도 냈고, 실제 공장을 통해 샘플 만드는 데 100만원 정도 들었다”며 “샘플이 잘되면 더 많이 주문하니까, 공장에서 초기 샘플은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창업 실패하고 돌아오면 연봉 더 높아져


–창업을 위해 테슬라를 그만뒀습니다. 실패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해서 나갔다가 실패해서 돌아오는 게 흔한 일입니다. 페이스북은 직원이 1년 안에 돌아오면 인터뷰 없이 그대로 받아주는 제도도 있어요. 오히려 연봉을 더 높게 쳐주기도 합니다. 창업을 해서 경험을 더 쌓았다고요. 저 역시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 쌓을 경험과 실력, 리더십 등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할 거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물론 원하면 다시 (테슬라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고요(웃음).”


실제 그의 첫 엔젤투자자(신생 벤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개인 투자자)는 테슬라에서 함께 일한 직장 상사였다.


–테슬라에서는 어떤 일을 했나요?


“어떻게 하면 테슬라 판매를 더 늘릴 수 있을지 연구하는 팀에 있었어요. 테슬라는 마니아층이 두꺼워요. 앱(APP·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서 이들이 친구를 초대해 스스로 테슬라를 판매하게 하고, 인센티브 주는 일을 했어요. 가장 많이 판 사람은 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점심을 먹게 됩니다.”


–일론 머스크는 어떤 CEO였나요?


“수퍼맨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번은 스페이스 X 로켓 발사 날이었는데, 전화 미팅이 그 중간에 잡혔어요. 실시간으로 로켓이 날아가는 게 유튜브로 보이고, 일론도 화면에 보여요. ‘미팅은 연기되겠지’ 생각했는데, 예정된 시간에 전화가 오는 겁니다. 조금 전까지 로켓 날리다가, 테슬라로 주제를 바꿔 금방 집중하는 게 놀라웠어요. 전화 끊고 유튜브를 보니 로켓은 잘 날아가고 있더군요(웃음).”


–최근 테슬라 판매량이 급증하고, 주가도 대박이 났습니다. 아쉽지 않은가요?


“인생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 기회였죠(웃음). 그래도 후회가 안 되는 게,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 누구나 이런 게 하나씩은 있어요. 초기 구글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 페이스북 기업 공개(IPO)하기 전에 나온 사람···. 나도 이런 웃기는 걸 하나 겪었구나,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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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창업, 오히려 이점 있어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아버지는 IT 회사 프로그래머셨고, 어머님은 식당, 세탁소 등에서 일하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한국에 있었으면 적응을 잘 못 했을 거래요(웃음). 선생님께 매번 ‘왜’를 묻고 이유를 달라고 했다나요. 얘는 좀 자유로운 교육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캐나다로 오셨대요. 실제 캐나다에서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게 두셨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 농구,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다가 이걸로는 대학을 못 가겠다는 생각에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원이나 과외 수업은 받은 적 없고요.”


이 대표는 워털루대의 교육 방식이 실리콘밸리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워털루대는 1년을 4개월씩, 세 학기로 나눈다. 첫 두 학기는 학교 수업을 받고, 나머지 4개월은 인턴으로 일한다. 이 대표도 페이스북 등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처음 창업을 한다고 할 때 부모님 반응은요?


“농담으로 ‘용돈은 계속 줄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시고는 ‘몇 달 동안은 힘들 수도 있다’고 하니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셨어요.”


–실리콘밸리에선 20대 초년생이 부모님께 정기적으로 용돈을 드리는 일이 흔한가 봅니다.


“대학 졸업해서 엔지니어로 실리콘밸리에 가면 말도 안 되는 대접을 받아요. 상상을 못 하는 연봉을 주니까, 돈을 줘도 다 쓸 수가 없어요. 초년생들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는 게 당연해져 있어요.”


–꿈의 직장이라고 부를 만하네요(웃음).


“그만큼 아주 냉정하게 잘려요. 경고 2, 3번이면 끝이에요. 해내야 하는 목표도 분명하고요. A와 B라는 사람이 있는데, A는 밤새워서 일하고 B는 정시 퇴근 합니다. 그런데 A와 B의 결과물이 똑같으면, B를 승진시켜줍니다. 적게 일하고 높은 성과를 낸 거니까요. 목표만 제대로 해낸다면 월화수목금 다 놀아도 뭐라고 안 해요. 그럴 수 있는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요.”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 대표의 성공에 대해 ‘실리콘밸리니까 가능했겠지’라고 낙담한다면요.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성공의 기본은 ‘통념과 반대되는 진실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실리콘밸리에서는 모든 사람의 창의력이 뛰어나고, 모두 다 돈이 많고, 창업하고 싶어 합니다. 한국은 서울대 나온 친구, 삼성 다니는 친구들이 이걸(창업) 쳐다보지도 않잖아요. 그런 점에선 오히려 한국이 이점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2016년)에 비해 창업 환경도 많이 좋아졌고요.”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요.


“고객이 숙취 해소 음료를 사는 건 효능이 좋아서도 있지만, 이걸 마시고 생산력 있게 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숙취 해소 음료가 아니더라도 이런 마음을 도와주는 제품들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일단 술 마시는 곳에는 우리 제품이 다 깔려 있어야 하겠죠!(웃음)"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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