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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코로나야 따라올 테면 따라와봐… “오늘부터 자전거로 출근합니다”

코로나 시대 자전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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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자가 동력으로 움직이는 건 죽어라 싫어하는 이 게으름뱅이를 두 바퀴로 이끈 건 코로나. 숨 막히는 버스에서 노심초사하느니 몸을 움직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일주일째, 매일 자전거 타고 출근한다. 팔, 허리, 엉덩이 안 아픈 데 없지만 자전거로 달리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이 늘고 있다. 혼잡한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동 수단으로 대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출퇴근만이 아니다. 자전거로 운동하거나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자전거는 일반적으로 혼자 타기 때문에 타인과의 접촉 없이 야외 활동을 즐길 수 있다. 비대면과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자전거가 각광받고 있다. 자전거 수요가 급증하고 공공 자전거 인기도 뜨겁다. 코로나가 불러온 자전거 열풍을 들여다봤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자출족'


직장인 김수현(36)씨는 자전거를 타고 서울 망원동 집에서 경기 고양시 일산 사무실까지 출퇴근한다. 벌써 3개월째. 김씨가 '자출족'이 된 건 코로나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좌석 버스에서 자전거로 출퇴근 수단을 바꿨다. "마스크를 착용하더라도 좁은 버스 안에서 모르는 사람과 부딪히는 게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걱정됐다"며 "출근 시간이 30분 이상 빨라졌지만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왕복 50㎞ 거리를 부지런히 오가다 보니 체중이 4㎏ 정도 줄어 '확찐자' 탈출에도 성공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대중교통의 특성상 제한된 공간에 불특정 다수가 모이게 된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는 사회적 거리 유지는커녕 밀착에 가까운 불편한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코로나 이후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는 자출족이 늘어나는 이유다. 코로나로 실내 운동을 꺼리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야외에서 나 홀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자전거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5월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자전거 판매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에선 올해 2월에서 7월까지 자전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클래식 자전거는 26%, 일반 자전거는 28%, 아동용 자전거는 2% 늘었다. 옥션 스포츠유아동팀 김윤상 팀장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대중교통을 피해 건강도 챙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전거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안 적자를 기록했던 국내 자전거 업계도 호황이다. 국내 자전거 업계는 미세 먼지와 공공 자전거의 확산 등으로 몇 년째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 13일 삼천리자전거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770억원, 영업이익은 106억27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 507%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은 570억원, 영업이익은 26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지만 코로나 이후 자전거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반등했다.


자전거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한동안 자전거 품귀 현상도 일어났다. 인기 제품이나 일부 수입 브랜드의 경우 현재도 예약 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덩달아 중고 거래도 활발해졌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엔 코로나 이후 자전거가 인기 검색어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출퇴근이나 운동을 위해 꼭 자전거를 구매해야 할까. 자전거를 구매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자전거를 빌려 타는 공공 자전거 서비스를 활용하는 사람도 많다. 워킹맘 박승혜(40)씨는 지난주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 자전거 '따릉이' 6개월짜리 정기권을 끊었다. 서울 사당동 집에서 삼성동 사무실까지 출퇴근 길에 따릉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실내에서 운동하는 게 꺼려져서 다니던 헬스장 대신 탁 트인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출퇴근과 운동도 할 생각"이라며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곳에서 언제든 대중교통과 연계해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라고 했다. 코로나 이후 따릉이 이용 건수도 크게 늘었다. 올해 2~6월 따릉이 이용 건수는 총 970만430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증가했다.


최근에는 전기 자전거를 활용한 공유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일레클'은 서울과 세종시,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경기 김포 등으로, '카카오T바이크'는 서울과 인천, 경기 성남·하남, 전북 전주, 울산 등으로 이용 지역을 넓혔다. 전기 자전거는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에 비해 체력 소모가 적다. 거치대 없이 대여와 반납이 가능해 이용도 편리하다.


자전거로 떠나는 언택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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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전거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전거 타기 좋은 코스를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자전거로 즐기는 여행은 그야말로 언택트(untact) 여행이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둔 채 홀로 마음껏 달리며 바람과 풍경을 즐기면 된다.


자전거로 언택트 여행을 즐길 만한 코스를 추천하자면 인천 아라자전거길을 꼽는다. 경인아라뱃길은 한강 하류에서 서해로 이어지는 내륙운하다. 아라자전거길은 경인아라뱃길을 따라 아라한강갑문에서 아라서해갑문까지 이어진 총 21㎞ 자전거 전용 도로.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며 굽은 데 없이 쭉 뻗은 길을 달릴 수 있다. 초보들도 달리기 쉬운 평탄한 코스지만 국토종주자전거길을 달리는 중상급자들도 즐겨 찾는 '라이더의 천국'이다. 인천에서 부산까지 633㎞에 이르는 국토종주자전거길이 서해갑문이 있는 정서진에서 시작된다.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아라폭포와 아찔한 높이의 아라마루 전망대도 라이딩을 하며 들러볼 만하다. 쉬어가기 좋은 쉼터도 많아 잠시 휴식하며 주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계양역(공항철도·인천1호선)과 검암역(공항철도·인천 2호선)으로 진입해 라이딩을 즐길 수 있고, 역 인근의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남한강 자전거길은 수채화 같은 풍경을 끼고 달리는 코스다. 팔당대교에서 출발해 양평을 거쳐 충북 충주 탄금대로 이어지는 132㎞ 자전거 도로다. 팔당역에서 양평까지는 옛 중앙선 철길을 활용했다. 자전거를 타고 옛 철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 능내역과 양수철교, 터널, 철길의 운치가 색다르다. 대부분 평지라서 초보자도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강을 따라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고 싱그러운 숲길도 달릴 수 있다. 능내역과 다산 유적지, 두물머리, 여주 강천섬 등 자전거를 멈추게 하는 볼거리도 많다. 경의중앙선 팔당역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팔당역, 능내역 등에서 자전거를 대여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의암호를 한 바퀴 도는 춘천 의암호 자전거길도 추천한다. 총 30㎞ 코스로 의암호와 삼악산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을 따라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순환형 코스이기 때문에 출발점과 도착점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대부분 공지천이나 의암호 스카이워크에서 코스를 시작한다. 전체 코스 중 2㎞ 정도 오르막을 제외하면 초보자들도 여유롭게 달릴 수 있는 평탄한 코스다. 나무로 만든 데크길은 미끄러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바닥이 유리로 된 의암호 스카이워크의 짜릿한 뷰를 즐기고 아늑한 숲길의 여유도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 따릉이를 타고 달릴 만한 코스도 있다. '춘천 가는 기차'의 추억을 간직한 서울 경춘선 숲길이다. 경춘선 숲길은 옛 경춘선 철로 주변을 공원화한 곳으로 월계동 녹천중학교에서 구리시 담터마을까지 총 6.3㎞ 구간이다. 따릉이를 타고 화랑대역이나 태릉역에서 출발해 화랑대 철도공원과 육군사관학교 앞, 경춘선 숲길 철길, 삼육대 앞, 태릉·강릉, 서울여자대학교 앞을 지나 화랑대역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화랑대 철도공원은 옛 화랑대역을 경춘선과 철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었다. 오래된 간이역과 증기기관차, 노면 전차 등이 어우러진 야외 전시관이다. 밤이면 빛의 정원으로 변신해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태릉선수촌을 지나면 옛 경춘선 철로를 끼고 달리는 자전거길이 나온다.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을 느끼며 천천히 달려보길 권한다.


자전거 여행을 위한 전국의 자전거길과 정보는 행정안전부의 자전거행복나눔 홈페이지(bike.go.kr)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지역과 목적에 따라 원하는 코스와 일정을 계획하면 된다.


라이더를 위한 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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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인기가 높아질수록 라이더를 위한 아지트도 라이더로 북적인다. 자전거 초보에겐 라이딩 문화를 경험하고 라이더와 교류하며 깨알 정보까지 얻을 기회. '자덕(자전거 덕후)'에겐 라이딩을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때, 라이딩 코스로 삼을 만한 공간이다. 서울 천호동 제3보급소는 라이더가 아니라도 눈여겨볼 만한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카페다. 광진교에서 한강 자전거길로 갈 수 있고 천호동 자전거 거리와도 가깝다. 보급소라는 이름은 라이더에게 필요한 것으로 보급한다는 의미. 서울 잠수교 나들목의 제1보급소는 '자덕의 성지'로 이미 유명하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제3보급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브롬톤 매장 bb5 2호점과 숍인숍으로 운영된다. 자전거계의 명품으로 꼽히는 브롬톤의 접이식 자전거가 2층 높이의 타워에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현재 브롬톤의 재고는 바닥 났다. 구매하고 싶어도 구매할 수가 없다. 코로나 이후 수요가 급증하면서 내년 신제품도 예약을 하고 대기해야 한단다. 제3보급소의 커피를 마시며 자유롭게 매장 구경도 즐긴다. 고가의 브롬톤 자전거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하기엔 충분하다. 라이더를 위한 헬멧과 가방, 소품도 다양하다. 라이더가 아니라도 아늑한 분위기와 커피를 즐기며 쉬어갈 만하다. 라이더를 위한 잠수교 스파클링이 시그니처 메뉴다. 상큼한 과일과 탄산이 비타민 충전을 도와준다.


서울 염창동 카페 비에이는 한강으로 가는 염창나들목 입구에 자리잡고 있다. 한강을 달리다가, 혹은 라이딩을 시작·마무리할 때 들러 카페인 충전하기 좋은 곳이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쉬어갈 수 있는 넓고 아늑한 야외 공간이 있다. 카페 비에이는 라이더들로 북적이지만 라이더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다. 누구나 편하게 쉬어갈 수 있는 깔끔한 분위기로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다. 라이더를 위한 공간은 지하에 따로 있다. 전문적인 정비를 받을 수 있는 자전거 정비소로 예약은 필수다.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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