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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조선일보

[아무튼, 주말] “실례지만, 거리를 두겠습니다”… 코로나엔 카누 여행

아무튼, 주말

주목받는 카누 투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주말마다 단풍 명소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이 와중에 단풍 구경을 배 타고 한다고? 올가을, 액티비티 즐기기 좋아하는 아웃도어족 사이에서 뜨는 ‘단풍 카누(카약)’ 얘기다. 인파 몰리는 곳으로 가 걸음을 보태는 대신 나 홀로 카누 타고 강이나 호수에서 만추(晩秋)를 느릿하게 즐기겠다는 이들의 선택이다. 거리 두기 여행, 자발적 고립 여행이 가능한 카누 투어에 도전해봤다. 초보자도 부담 없이 즐기는 카누 명소도 직접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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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두기 가능한 이색 액티비티


‘조금만 노를 저어 가면 강⋅호수 한가운데서 실컷 단풍 구경하며 마음껏 숨 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자주 목격되는 카누 체험 후기에 눈이 번쩍, 귀가 솔깃해졌다. 어디에서도 안심하고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시대에 잠시나마 숨 쉴 자유가 있는 여행이라니, 서울 근교에서 만만하게 카누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경기도 양평 동동카누로 갔다. ‘양평 수상안전 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본래 최대 22인까지 단체 승선 가능한 용선(드래건 보트) 체험이 효자 상품이었다. 코로나 사태 후 단체 체험이 사라지고 1~2인용 카누 투어를 하려는 이들이 찾고 있다.


양평읍 원덕리와 개군면 공세리 사이를 흐르는 남한강 ‘흑천’에서 2시간 동안 자유롭게 카누를 즐길 수 있다. 체험에 앞서 개념부터 정리했다. 카누와 카약은 엄밀히 양날 패들(노)인지 외날 패들인지와 배의 덮개 유무에 따라 구별한다. 일반적으로 외날 패들로 젓는 게 카누, 양날 패들로 젓는 게 카약이다. 레저용 카누는 느림의 미학을, 카약은 속도와 급류의 묘미를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강⋅호수⋅하천 등에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용이나 투어용 카누·카약은 편의상 큰 범주인 ‘카누’로 통칭하기도 한다”는 게 이곳 황순권(58) 운영본부장의 설명이다. 체험 위주로 운영하는 업체들은 안전을 위해 변형된 카누에 비교적 조작이 쉬운 양날 패들을 쓰기도 한다.



호수 같은 잔잔한 흑천에 카누 투어 코스는 따로 없다. 일대 12만㎡의 1급수 흑천을 노 젓는 대로 둘러볼 수 있다. “선착장을 기준으로 800여m 전방에 안전망을 쳐두어 기상이변 등으로 수위가 높아지는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곤 떠내려갈 일이 없다”는 말에 일단 안심했다. 자칫 카누가 뒤집힐 걱정은 없을까. 안전교육을 담당한 구용회(55) 운영팀장은 “좌우로 몸을 심하게 흔들거나 무게중심을 한 군데 쏠리게 해 일부러 배의 균형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잔잔한 물 위에선 카누가 뒤집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다.


안전교육 뒤 1인용 카누(초등학교 4학년부터 이용 가능)에 승선해 중심을 잡았다. 서서히 노를 저을 때마다 가을 풍경을 비춰내는 흑천의 수면을 파고들었다. 왼쪽으론 원덕리의 소박한 마을 정취를, 오른쪽으론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노 젓는 것을 잠시 멈추고 잔잔한 물결 위에 섬처럼 떠 있으니 가을에 동화된 기분이었다. 들리는 것이라곤 이따금 물 위를 튀어 오르는 물고기 소리와 노를 저을 때마다 들리는 물소리뿐이었다. 백색소음이 휘감은 고요한 물 위에 잠시 표류 중. 미치도록 혼자이고 싶을 때 이만한 도피처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용객이 적은 평일엔 책 한 권 들고 카누에 오르거나 간단한 간식을 가지고 올라 선상 독서와 피크닉을 즐기는 이들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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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천은 물결이 잔잔해 어느 정도 내공이 생기면 카누에 누워 낮잠을 잘 수도 있다고. 양쪽으로 번갈아가며 노를 저을 때 살짝 물이 튀는 것만 감수한다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동동카누 일대 흑천은 산그늘이 빨리 진다. 해가 들 때 체험하고 싶다면 오전을 추천한다. 경의중앙선 원덕역이 도보 10분 거리에 있어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다. 맞은편엔 흑천을 따라 걷기 좋은 양평 물소리길 5코스가 이어진다. 카누 체험은 성인 1인 기준 1만5000원.



◇체험하기 만만한 의암호·청풍호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강원도 춘천 의암호는 카누 체험 명소로 많이 알려진 곳. 나무로 만든 우든 카누를 타볼 수 있다. 카누 체험장 네 곳에서 각기 다른 카누 투어 코스를 운영하고 있다. ‘송도스포츠타운’ 내 춘천물레길은 ‘물레길 우든 카누 체험’을 처음으로 선보인 곳이다. 정규 카누 투어로는 의암댐 코스, 붕어섬 코스, 삼악산 코스 등 초급 코스와 중·상급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중도 코스, 애니메이션박물관 코스 등 수준별·코스별 선택 폭이 넓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체험을 시작한다. 하절기 주말 오후 6시부터 1시간만 진행하는 노을 카누잉도 있다. 카누 체험은 성인 2인 동승 기준 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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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중도물레길은 중도유원지와 무인도 자연 생태 숲길을 지나는 코스가 아름답다. 중도유원지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풍광을 사진에 담을 수 있어 방송 예능, CF에 종종 등장했다. 삐걱거리는 우든 카누를 타고 서서히 노를 젓다 보면 어느새 중도유원지다. 방향을 잘못 잡아 길을 잘못 들었다간 갈대숲으로 진입하기도 하지만 비교적 다양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좁다란 무인도 자연 생태 숲길은 짧게나마 정글의 맹그로브숲을 지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들어 신혼부부들이 늘었다. 춘천중도물레길에서 만난 강병수(30)·박은미(32)씨 부부는 “코로나로 해외 신혼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해외 기분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를 찾다 카누 체험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광 100선 기념 할인 행사를 진행해 현재 카누 체험비는 성인 2인 동승 기준 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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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청풍호 청풍호 카누카약 체험장에서도 카누·카약 투어가 가능하다. 슬로시티 수산면의 청풍호와 금수산, 옥순봉, 옥순대교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청풍호는 1985년에 충주댐이 만들어지며 금성면, 덕산면, 수산면, 청풍면, 한수면 일대에 조성된 인공 호수로 물이 깊고 넓어 바다 카누 체험의 묘미가 느껴진다. 이따금 유람선이 지나가거나 제트스키가 물 위로 날아가면 물결이 일렁이며 파도 타는 듯하다. 울긋불긋 절정을 향해가는 단풍을 비롯해 기암절벽 등 볼거리도 다양한 편이다. 보트 모양 4인용 친환경 태양광 카누는 최대 4인까지 동승 가능하다. 힘들게 노 저을 필요 없이 간단한 조작으로 청풍호를 둘러볼 수 있다. 초보라면 자연의 압도적인 풍광에 투어가 다소 망설여질 수 있다.


현재 청풍호 카누카약 체험장 부근은 수산면 괴곡리와 옥순봉을 잇는 ‘청풍 물길 100리 생태 탐방로 조성 사업’ 공사로 다소 어수선하다. 내년이면 청풍호 위로 220m 출렁다리도 설치될 예정이다. 체험은 성인 1인 1만3000원이며 예약 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 승선 불가. 의암호와 청풍호 두 곳 모두 수상 안전요원이 보트를 타고 ‘근접 경호’ 한다. 이따금 ‘접선’해 기념사진 촬영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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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 즐겨 찾는 홍천강


“어기야 디야차 어야디야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카누 투어 체험객들 사이에서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홍천강은 카누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카누 투어에 처음 도전하는 초보자들도 있지만, 전문가들도 많이 찾는다. 캐나디언 카누클럽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 ‘빨리’를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느리게, 제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치는 ‘카누 아카데미’다. 단순 체험이나 투어보다는 ‘교육’을 기반으로 한다. 카누를 취미로 하려는 이들뿐 아니라 머리를 식히고 싶은 이들이 꾸준히 발걸음한다. “1회성 체험보다는 카누의 진정한 매력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제대로 된 지식이 있어야 투어가 더 즐거워지는 법이니까요.” 2010년부터 홍천강에서 카누 투어·교육 사업을 해온 이재관(63) 캐나디언 카누클럽 대표가 말했다. 그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레크리에이션 카누협회’에서 발급하는 카누 인스트럭터 자격증 소지자다. 카누 투어 역시 체험용으로 변형된 카누가 아닌 진짜 카누를 탄다. 양날 패들이 아닌 외날 패들을 사용한다. 안전교육 시간도 다른 곳보다 긴 편이다. 노 젓기 기술인 ‘스트로크’법 등 카누 전문 용어 설명부터 시작해 카누에 오르는 법, 배가 뒤집혔을 때 대처법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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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하루에 한 번 출발하는 ‘데일리 피크닉 카누 투어’는 마곡유원지에서 시작해 작은 소남이섬, 소남이섬, 배바위까지 간다. 범선 모양 배바위 인근에서 잠시 정박해 피크닉을 즐기고 다시 마곡유원지로 돌아오는 왕복 6㎞ 코스다. 카누 투어를 해본 이들의 재방문율이 높다. 이 대표는 “최근엔 반려견 동반 카누 투어를 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올해만 100팀 정도 반려견 동반 카누 투어를 진행했다. 데일리 피크닉 카누는 성인 2명 기준(최대 초등학생 2명 또는 성인 1명 무료 추가 승선 가능) 15만원(부가세 별도)이다. 캠핑을 겸한 ‘캠프 카누 투어’(부가세 별도 20만원)나 저녁 바비큐와 식사, 숙소 등을 포함한 ‘게스트룸 카누 투어’(50만원부터)도 있다.


◇금강·섬진강서도 카누


소규모 동호인들을 대상으로 카누 투어를 선보이는 곳도 있다. 충북 옥천 라온 카누는 우든 카누 제작·판매 업체다. 카누와 캠핑을 함께 즐기는 백패커들에게 조용히 알려진 곳이다. 금강에서 옥병철(38) 대표가 직접 만든 카누를 타볼 수 있다. 적삼목으로 제작한 카누를 비롯해 나무 컵, 캠핑용 식기류 등도 판매한다.


경남 하동 협동조합 노리터에선 섬진강 카누 투어를 진행한다. 초급자는 경남 하동 화개장터 주변 원점 회귀 코스를 1시간 체험해볼 수 있다. 성인 1인 기준, 원점 회귀 코스는 2만5000원이다.


모든 카누 투어는 예약 우선이다. 안전사고를 대비해 반드시 구명조끼 착용 후 출발해야 한다. 그늘 없는 물 위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모자와 선크림 필수다.


운영 업체 상황에 따라 운영 기간이 다르다. 대개 11월 초·중순, 일부는 12월 초까지 카누 투어를 운영한다. 날씨와 코로나 대응 상황에 따라 운영 시간은 변경될 수 있다. 이재관 캐나디언 카누 클럽 대표는 “가을 카누를 즐기기에는 11월 초까지가 제격”이라고 했다. 서두르자. 계절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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