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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조선일보

송가인의 진도, 임영웅의 포천, 목포 남진야시장까지… 팔도 트로트 여행 가볼까

트로트 테마 덕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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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유달산에는 1935년 발표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서 있다. 트로트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기념비적인 곡이다. 유달산에서는 ‘이난영공원’이 있는 삼학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목포의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산에서 바라보는 목포 풍경이 정겹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바야흐로 트로트 전성시대. 트로트는 이제 올드하고 촌스러운 게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기는 '핫'한 장르가 됐다. 트로트 스타를 향한 팬심도 달라졌다. 최애 직캠을 감상하거나 팬카페에서 소통하는 덕질 문화는 더 이상 아이돌 팬덤의 전유물이 아니다. 좋아하는 스타의 고향을 찾아 '덕후 투어'도 즐긴다. 트로트 열풍으로 주목받는 스타의 고향부터 스타의 이름을 딴 길과 시장, 익숙한 노래 속 장소를 둘러봤다. 트로트의 역사도 만날 수 있는 일명 '팔도 트로트 여행'.

스타의 고향을 찾아서

트로트 열풍의 시작과 중심에 그녀가 있다. "송 가인이어라~" 미스트롯 우승자 송가인이다. 송가인의 고향집이 있는 전남 진도군 지산면 앵무리 소앵무마을은 진도 여행의 필수 코스이자 팬들의 성지가 됐다. 소앵무마을 대신 '송가인 마을'이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 마을 입구부터 송가인 마을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띈다. 방송에서 보던 익숙한 고향집 주변은 송가인의 등신대와 포토존으로 꾸며져 있다. 평일에도 송가인의 고향집을 찾는 팬이 많았는데 주말에는 대형버스가 몰리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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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의 고향 마을 입구에 ‘송가인마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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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찾아온 송가인 팬들이 고향집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진도는 땅끝마을 해남에서도 다리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남도의 끝자락이다. 송가인을 향한 팬심은 거리를 문제 삼지 않는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한 중년 팬은 "미스트롯 때부터 송가인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며 "고향집에도 와볼 겸 여행 삼아 진도까지 왔다"고 했다. 먼 길을 찾아온 팬들을 위해 송가인 부모가 마당에 마련해 둔 생수와 인스턴트 커피가 인상적이다.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개방 시간과 준수 사항을 표시한 안내판도 있다.


진도까지 가서 송가인 마을만 보고 오긴 아쉽다. 진도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많다. 운림산방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조선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련의 화실이다. 이곳을 둘러싼 첨찰산 봉우리에 피어오르는 안개가 마치 구름숲 같다 하여 운림산방(雲林山房)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안개가 없어도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화실 앞 연못에는 연꽃이 한창이다. 연못 한가운데엔 허련이 직접 심었다는 배롱나무가 서 있다. 남종화와 5대에 걸쳐 명맥을 이어온 허씨 가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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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의 고향 진도 ‘운림산방’의 그림 같은 풍경.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의 화실이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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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 바위와 한탄강이 절경을 이루는 화적연. 임영웅의 고향 포천을 찾았다면 한탄강의 비경도 감상해야 한다.

진도 하면 세방낙조를 빼놓을 수 없다. 전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낙조다. 세방낙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경관도 압권이다. 진도의 관문인 진도대교 아래 울돌목은 명량대첩의 역사적 현장. 우리나라에서 조류가 가장 빠른 곳으로 바위가 우는 듯한 소리가 난다고 하여 울돌목이라고 부른다. 진도타워에선 진도대교와 울돌목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순신 장군의 지혜와 기개를 떠올리며 전망을 감상한다.


미스터트롯 결승전의 최종 우승자 '포천의 아들' 임영웅은 이제 전국구 스타가 됐다. 덩달아 임영웅의 고향 경기도 포천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임영웅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미용실이나 임영웅이 아르바이트했던 식당, 모교 등이 코스지만 미용실은 현재 휴업 상태다. 포천까지 갔다면 아름다운 비경을 놓치고 오기 아쉽다.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으로 주상절리와 폭포 등 다양한 지질 명소가 즐비한 한탄강으로 간다. 한탄강 협곡을 직접 걸어서 건널 수 있는 한탄강하늘다리는 높이 50m, 길이 200m 출렁다리다. 10만~50만년 전 형성된 협곡을 스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한탄강하늘다리 가까운 곳엔 비둘기낭폭포(천연기념물 제537호)가 있다. 협곡 사이에 숨어있는 움푹 파인 동굴과 폭포, 에메랄드 물빛이 신비로우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준다. 겸재 정선의 그림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화적연은 화강암과 한탄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한 폭의 그림같은 곳이다. 색다른 체험을 원한다면 전통술 갤러리 산사원을 추천한다. 전통술박물관, 산사정원 등을 둘러보며 우리 술의 역사와 전통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둘러보고 시음도 할 수 있다. 산사원의 압권은 술이 익어가는 항아리가 모여 있는 '세월랑'이다. 어른 어깨 높이만 한 옹기 항아리 500여기가 모여있는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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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의 비경 중 하나인 비둘기낭폭포. 협곡 사이에 숨어 있는 동굴과 폭포, 에메랄드 물빛이 신비롭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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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익는 대형 항아리 즐비한 포천 산사원의 ‘세월랑’.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트로트 스타 이름 딴 길, 야시장

지난달 24일 경남 하동에선 정동원길 선포식이 열렸다.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5위를 한 '트로트 신동' 정동원의 이름을 딴 길이 생긴 것이다. 정동원길은 정동원의 고향집이 있는 하동군 진교면 백련리 안심마을 인근 메타세쿼이아길 7.2㎞ 구간이다. 정동원은 올해 13세. 도로나 거리에 이름을 붙인 인물 중 최연소로 기네스북에 이름까지 올렸다.


정동원길 뒤로 보이는 금오산에선 아시아 최장(最長) 집와이어를 체험할 수 있다. 해발 849m 정상에서 최고 시속 120㎞로 3.2㎞ 코스를 미끄러져 내려간다. 짜릿한 스릴을 느끼며 발아래 다도해의 풍경을 바라보는 기분이 색다르다. 스타웨이 하동은 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워크다. 섬진강 수면 위 150m 상공에 조성한 별 모양 전망대는 아찔하면서도 이색적이다. 매달 보름을 전후한 주말 평사리 백사장에서 열리는 달맞이 행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강강술래, 시 낭송, 음악 감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섬진강 백사장 달마중이다. 보름달 아래 초롱불을 들고 달마중도 하고 소원을 적은 종이배도 띄운다. 달 모양 대형 조형물을 설치해 달이 보이지 않는 흐린 날에도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전남 목포에는 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야시장이 있다. 남진야시장은 목포가 고향인 남진의 이름을 딴 곳. 마이크를 든 남진 조형물이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다. 구성진 목소리와 특유의 제스처가 절로 연상된다. 야시장은 자유시장에서 매주 금·토 오후 6~11시 문을 연다. 현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야시장은 열리지 않지만 자유시장에서 남진 조형물 등을 구경하고 현지 맛을 느낄 수 있는 시장 맛집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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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원길’ 선포식이 열린 지난달 24일 ‘트로트 신동’ 정동원이 윤상기 하동군수와 직접 정동원길을 걷고 있다. /하동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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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남진의 이름을 딴 목포 ‘남진야시장’ 입구에 남진 조형물이 서 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익숙한 노래 그 장소

트로트 열풍에는 '국민 MC' 유재석도 한몫했다. 지난해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변신한 유재석은 '합정역 5번 출구' '사랑의 재개발' 등을 히트시켰다. '합치면 정이 되는 합정인데 왜 우리는 갈라서야 하나'. 서울 지하철 6호선 상수역과 망원역 사이 합정역 5번 출구 앞. 유산슬의 노래 가사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지하철역 출입구 어디에도 노래와 관련된 흔적은 없지만 이제는 한번쯤 눈여겨보는 특별한 장소가 됐다.


유산슬 팬이라면 합정역 5번 출구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선유도공원을 찾아보길 권한다. 합정역에서 선유도공원은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다. 상수에서 합정, 망원역으로 이어지는 6호선 라인에는 인기 있는 맛집과 카페가 많다. 한강 나들이를 겸해 일대 투어를 즐겨도 좋다.


유재석의 '유산슬'은 '부캐'(부캐릭터)의 세계를 열었다. 유재석에게 유산슬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건 '안동역에서'로 유명한 가수 진성이다. 안동역에서는 2008년 발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2012년부터 역주행하기 시작해 진성의 인생 곡이자 국민가요가 됐다. 안동역에는 '안동역에서'를 기념하는 노래비가 서 있다. 한적한 역전 풍경이 노래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안동은 미스터트롯에서 2위를 한 영탁의 고향이기도 하다. 트로트팬이라면 영탁 투어에 안동역도 꼭 추가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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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제목이자 배경인 안동역에 서 있는 ‘안동역에서’ 노래비. /강정미 기자

안동역과 멀지 않은 곳에 안동 여행 필수 코스로 꼽히는 월영교가 있다. 안동호를 가로지르는 긴 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긴 목책(木柵) 인도교다. 다리 한가운데엔 월영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월영정에서 바라보면 주변 풍경이 액자처럼 눈에 담긴다. 밤에는 화려한 불빛으로 물든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송가인이 미스트롯 결승전에서 부른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수많은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서울 돈암동 미아리고개에 이 애절한 노래의 노래비가 서 있다. 미아리고개예술극장 옆이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애끊는 사연이 담긴 단장의 미아리고개는 쉬이 따라부르기 어렵다. 송가인의 절절한 내레이션을 떠올리며 노래비에 새겨진 가사와 미아리고개를 둘러본다.

트로트의 역사가 한자리에

지난해 10월 전남 영암에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개관했다. 한국 트로트 역사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생긴 것이다. 내년 데뷔 60주년을 맞는 국민 가수 하춘화가 명예센터장이다. 영암은 하춘화의 고향이다. 일곱 살 때부터 가수로 활동한 하춘화의 역사와 하춘화 아버지가 수집한 음반과 희귀 자료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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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춘화의 가수 인생과 한국 트로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암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1층 상설전시관에선 1930년대부터 트로트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장르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변화, 현재에 이르기까지 80년의 역사를 시대별로 설명한다. 시대를 대표하는 가수와 음반, 관련 자료가 잘 정리돼 있다. 터치 방식으로 시대별 대표 가수와 히트곡을 직접 재생해 감상해도 된다. 명예의 전당에선 하춘화, 나훈아, 김연자, 장윤정, 박현빈까지 익숙한 트로트 스타의 얼굴을 볼 수 있다. 2층은 하춘화의 노래 인생을 망라한 기념관. 활동기와 무대 의상, 트로피, 수집품들이 가득하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선 트로트팬이 아니라도 트로트를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다. 이달까지 무료입장, 오전 10시에서 오후 5시까지.


트로트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이난영과 '목포의 눈물'이 빠지지 않는다. 트로트라는 명칭은 1960년대부터 사용됐지만 트로트의 형식을 갖춘 대중음악이 본격화한 건 1930년대다. 1935년 발표한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이 대표적이며 가수와 노래 모두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목포 유달산에는 목포의 눈물 노래비가 있다. 목포의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노래비 앞에선 이난영이 잠들어 있는 삼학도의 이난영공원이 시야에 담긴다. 이난영이 태어난 양동 42번지 생가터까지 트로트의 역사를 따라 목포를 여행해봐도 좋다.


진도·목포·영암·안동=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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