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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추모… ‘유골 다이아몬드’를 아십니까

[아무튼, 주말] 새 장례 문화로 각광 ‘메모리얼 다이아몬드’


사람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누군가는 다이아로 환생한다.


고인의 유골(遺骨)을 보석으로 만들어 추모하는 ‘다이아몬드장(葬)’이 새로운 장례 문화로 확산하고 있다. 화장한 유골을 납골당에 보관하거나 수목장을 하는 대신 유골에서 탄소(C) 성분을 추출한 뒤 섭씨 1400도, 1600톤의 초고온 고압 환경에서 압축해 인공적으로 다이아몬드를 제작하는 것. 이렇게 만든 다이아를 반지·목걸이 형태로 제작해 유족들이 착용하거나 원석 형태로 집에 보관한다. 수시로 고인을 추모할 수 있다는 게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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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골로 다이아를 제작하는 ‘메모리얼(추모) 다이아몬드’는 2004년 ‘알고르단자’라는 스위스 다이아몬드 업체에서 시작했다. 알고르단자는 스위스 고유어로 ‘추억’이라는 뜻. 한국에는 지난 2016년 법인이 생겼다. 전 세계에서 유골을 받아 전문 장비로 다이아몬드를 제작하는데 유족 주문에 따라 세공을 하거나 색을 입힐 수 있다. 보통 유골에 포함된 붕소(B) 성분 때문에 다이아 원석은 기본적으로 은은한 푸른색을 띤다.


사람 시신을 화장하면 4kg가량의 유골이 나오는데 이 중 500g만 있으면 다이아 원석을 만들 수 있다. 압축 과정이 길수록 큰 다이아몬드가 나온다. 제작 기간은 평균 4~5개월, 가격은 원석 기준으로 0.3캐럿 다이아가 460만원 정도다. 개당 2000만원이 넘는 1캐럿, 2캐럿 다이아도 있다. 최근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생전에 자신의 메모리얼 다이아몬드 제작을 신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머리카락에 든 탄소로도 다이아를 만들 수 있어 연인, 신혼부부가 사랑의 증표로 머리카락을 잘라 다이아를 제작해 나눠 갖기도 한다. 다만 신체에서 다이아를 추출하는 방식에 거부감을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부모가 다이아 제작 의뢰를 했다가 가족 반대로 제작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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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태 알고르단자 한국지사장은 “메모리얼 다이아몬드는 사치스러운 보석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세상에 하나뿐인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영원히 간직하는 새로운 추모 방식”이라며 “10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수목장이나 납골당, 묘지 유지 비용을 고려하면 부담되는 금액은 아닌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 장례 절차와 제사를 간소화하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국내에서도 메모리얼 다이아 수요가 늘고 있다. 한모씨는 대학교수 출신 남편을 2년 전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남편의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는 대신 0.5캐럿짜리 다이아 원석을 만들어 집에 보관하고 있다. 한씨는 “딸 둘이 모두 외국에 살고 있어 유골로 다이아를 만들어 갖고 있기로 했다”며 “제작을 맡긴 지 반년 만에 보석 상자를 열어 다이아로 돌아온 남편을 처음 맞았을 때 ‘굉장히 작아지셨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해 5월 20대 후반의 여동생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 이씨는 업체를 통해 0.3캐럿 다이아 목걸이를 제작했다. 외국 여행을 좋아했던 동생을 위해 해외 출장을 갈 때에도 다이아를 목에 건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보석으로 제작하는 서비스도 있다. 반려동물의 경우 다이아몬드보다는 유골에 세라믹 성분을 섞은 보석인 ‘메모리얼 스톤’을 제작한다. 가격은 20여 만원 안팎. 보석과 반려동물 사진을 함께 박은 펜던트나 메모리얼 스톤을 두는 작은 보관함이 인기. 공예 업체 ‘공방언니’의 홍연정 대표는 “반려동물 유골로 만든 보석들을 보면서 상실감을 달랬다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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