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짜리가 저 안에…" 헬멧 녹인 불길 속으로 뛰어든 소방관들
"아이를 어떻게든 구조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모든 소방관이 똑같이 행동했을 것입니다."
화염에 녹아내린 박동천 소방장의 헬멧. 당시 화재 현장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보여준다. /강원도소방본부 |
화마(火魔)의 위협에도 3세 아이의 안전을 위해 몸을 던진 강원 홍천소방서 홍천119안전센터 소속 박동천(44) 소방장. 그의 살신성인 정신에 불길에 갇혔던 아이는 무사히 구조돼 건강을 되찾았다. 박 소방장은 구조 과정에서 자칫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을 수 있었다. 그의 소방헬멧은 열기에 녹아내렸고, 왼쪽 뺨엔 2도 화상을 입었다. 하지만 그는 본지 통화에서 "내 몸이 아픈 건 상관없다. 아이가 무사해 정말 다행이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오후 5시 18분쯤 홍천군 홍천읍의 한 빌라 4층에서 불이 났다. 홍천소방서 진압대원과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땐 거실과 주방 등이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건물 밖까지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거센 불길이었다. 그 순간 빌라 출입문 앞에서 울부짖는 아이 어머니의 다급한 구조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 소방장은 "다급한 아이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자 아이를 살려야 한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즉각 아이의 구조를 위한 구조팀이 꾸려졌다. 김인수 소방위와 김덕성·박종민·이동현 소방교 등 4명은 아이의 구조를, 박동천·최재만 소방장 등 2명은 화재 진압을 맡아 소방 호스로 물을 뿌리며 이들의 구조를 도왔다.
다행히 아이는 아직 화마가 덮치지 않은 안방에서 쓰려진 채 발견됐다. 연기를 마셔 의식이 없었지만, 소방관들의 발 빠른 구조와 응급처치 덕분에 현재 아이는 의식을 되찾고 회복 중이다.
[홍천=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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