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도 루이비통도… DDP가 있어 서울 택했다
세계 패션·디자인계의 핫 스팟… '도심 속 우주선' DDP 내일 5주년
지난해 관람객 1000만명 돌파도
"자하 하디드 작품 중 완성도가 가장 높다."(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이렇게 큰 규모로 복잡한 예술을 도심에 지었다는 것 자체로 대단한 업적이다."(건축가 렘 쿨하스)
알레산드로 멘디니, 렘 쿨하스 |
이름난 디자이너·건축가는 물론 해외 셀러브리티가 서울을 찾을 때 방문 1순위로 꼽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21일로 개관 5주년을 맞는다.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가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설계한 대지 6만2692㎡, 연면적 8만6574㎡ 규모의 DDP는 주변 건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지금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곳'(뉴욕타임스) '인스타그램 인기 태그 장소 1위'(한국 기준·2015) '시각적으로 환상적'(LA타임스) 등의 찬사를 듣고 있다. 더욱이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해외 유명 브랜드가 전시 장소로 DDP를 택하면서, 비정형 유선형의 '대형 우주선'이 품은 독특한 미학은 서울에 새로운 예술적 지형도를 새기고 있다.
라거펠트, 루이비통 회장도 찾은 DDP
올해는 영국 유명 디자이너 폴 스미스 경(卿)이 DDP를 찾는다.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오는 6월 6일 개막하는 'Hello, My Name is Paul Smith' 전시. 서울디자인재단과 런던디자인뮤지엄이 협력한 이 전시는 폴 스미스의 개인 소장 미술 작품 540여 점과 2019 봄여름 컬렉션 의상 등 1500점을 공개한다. 폴 스미스가 "DDP에 꼭 가보고 싶다"는 뜻을 먼저 밝혔다는 후문이다.
DDP 전경. /서울디자인재단 |
이미 DDP는 세계 패션·디자인계엔 소문난 '핫 스팟(hot spot)'이다. 2014년 샤넬이 '장소의 정신' 전시를 연 이듬해 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의 진두지휘 아래 샤넬 2015/16 크루즈 쇼가 DDP에서 열렸다. 도시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샤넬 크루즈 쇼'답게 한복과 한글을 주요 테마로 한 의상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 외에도 디올의 '에스프리 디올'(2015), 장 폴 고티에 전시회(2016), 루이비통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2017), 막스마라 '코트!'(2017), 반 클리프 아펠 '노아의 방주'(2018) 등이 팬들을 끌어모았다. 막스마라 루이지 마라모티 회장은 "DDP가 있기 때문에 서울을 택했고, 건축적 물성에 새롭게 영감받아 전시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개관 첫해인 2014년 방문객 688만3456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1060만4794명으로 연인원 1000만명을 돌파했다. 누적 관객은 4212만2803명이다.
21일 개관 5주년을 맞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세계 패션·디자인계에서 ‘핫 스팟’으로 각광받는다. 맨 위 큰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2015년 5월 DDP에서 열린 ‘2015/16 샤넬 크루즈쇼 피날레’, 같은 해 개최된 멘디니전(展), 지난해 루나파크전과 2017년 루이비통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 /샤넬·Olivier Saillant·서울디자인재단·루이비통 |
'아시아프' '패션위크' 열리는 시민 공간
불시착한 듯 보이던 DDP는 어느덧 '일상의 예술'을 즐기는 장소가 됐다. 매년 봄·가을 열리는 서울 패션 위크는 폐쇄된 공간에서 벗어나 온라인 생방송을 병행하며 해외 팬들도 대거 관람하는 패션쇼가 됐다. 글로벌 빅데이터 분석 회사 GLM의 '세계 패션 도시 지수' 조사 결과, 2014년 54위에서 지난해 23위로 껑충 뛰었다. 올해부터는 동대문·을지로 일대와 협력해 '소상공인과 함께하는 DDP 디자인페어'를 개최한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학생·청년 작가 미술 축제로 거듭난 '아시아프'도 DDP의 상징적인 축제.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야간 미술관' '조선일보 라이프쇼'도 시민들이 많이 찾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DDP를 운영하는 서울디자인재단 최경란 대표이사는 "올해는 3·1운동 100주년, 바우하우스 100주년 등 문화·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해"라면서 "DDP가 시민들 삶과 예술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디자인 허브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보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