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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by 조선일보

[사이언스카페] 해변 묻힌 이 슬리퍼, 넉달 뒤엔 흔적도 없습니다

해조류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슬리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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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이 지나면 바닷가에는 온갖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인다. 모래밭을 누비던 슬리퍼도 짝을 잃고 버려진다. 과학자들이 서너 달이면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 슬리퍼를 만들었다. 여름에 버려진 슬리퍼가 겨울이 오기 전에 자연으로 되돌아갈 길이 열린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스티븐 메이필드 교수 연구진은 지난 6일(현지 시각) “해조류(海藻類)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발포성 폴리우레탄을 만들어 슬리퍼 바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리소스 테크놀러지 리포트’에 실렸다. 연구진은 소재 분야 스타트업인 알제네시스 머티리얼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이번 성과를 거뒀다.


◇해조류 기름으로 신축성 플라스틱 제조


폴리우레탄은 원유에서 추출한 폴리올과 이소시안산염 성분으로 만드는 고분자 플라스틱으로, 신축성이 좋아 고무의 대체재로 쓰인다. 연구진은 해조류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폴리올을 만들었다.


메이필드 교수는 “수백 번의 합성 시도 끝에 52%가 천연 성분인 폴리우레탄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며 “앞으로 천연 성분 비율을 10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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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발한 폴리우레탄은 시험에서 기존 상용 제품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연구진은 이 폴리우레탄으로 슬리퍼 바닥재를 만들어 기존 제품과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은 폴리우레탄이 자연환경에서 생분해되는 것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폴리우레탄을 퇴비와 흙에 넣어뒀더니 12주가 지나면서 썩기 시작해 16주 만에 완전히 분해됐다. 분해 과정에서 어떤 독성 물질도 나오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슬리퍼를 해변에 버리고 와도 서너 달이면 다 분해된다는 말이다.


메이필드 교수는 “폴리우레탄을 분해하는 미생물 효소도 분리했다”며 “이를 이용해 거꾸로 고분자 사슬이 끊어진 물질들도 새로운 폴리우레탄을 합성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 방법도 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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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성분으로 만든 폴리우레탄이 퇴비(위)와 흙(아래)에서 분해되는 과정. 12주부터 분해되기 시작해 16주면 완전히 분해됐다.

◇물고기보다 많은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지난 50년간 인류는 60억톤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했다. 이중 단 9%만 재활용됐다. 12%는 소각되고 79%는 매립되거나 자연에 버려졌다.


미국 조지아대 연구진이 지난 2015년 사이언스에 매년 플라스틱 쓰레기 800만 톤이 바다로 유입된다고 발표했다. 2050년이면 바다에서 무게로 따져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특히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슬리퍼는 편리하고 저렴해 쓰다가 쉽게 버려진다. 연구진은 “인도양의 한 섬에 쌓인 플라스틱 쓰레기 중 25%가 슬리퍼와 같은 신발류라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슬리퍼는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수백 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해양 생물을 죽이고 물을 오염시킨다. 메이필드은교수는 “소재의 수명은 제품의 수명과 비례해야 한다”며 “한두 해 사용할 제품을 만드는 데 500년이나 가는 소재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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