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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by 조선일보

新 ‘빙속여제’ 김민선 앞엔 아무도 없다… 이상화처럼 5연속 우승

스피드스케이팅 500m 월드컵 1~5차 대회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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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이 지난 2월 11일 폴란드에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500m 경기에 나서 질주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빙속 여제’ 이상화(34)는 밴쿠버와 소치에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 2연패를 달성한 뒤 2018년 평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빙판을 떠났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23년, 김민선(24·의정부시청)이 새로운 빙속 여제로 떠올랐다.


김민선은 11일 폴란드에서 열린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500m에서 37초90으로 2위 버네사 헤어초크(오스트리아)를 0.19초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단거리에선 불과 10~20㎝ 차이로도 순위가 갈리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김민선은 헤어초크보다 약 2.5m 앞서 결승선을 통과한 것으로 나온다. 그만큼 김민선의 레이스가 압도적이었다.


이번 시즌 월드컵 1~5차 대회 500m를 모두 석권한 김민선은 이번 주말에 열리는 마지막 월드컵(6차)에서 역대 최초 단일 시즌 월드컵 500m 전관왕에 도전한다. 김민선은 “도전하게 돼 설렌다.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

◇두 번의 좌절 겪으며 강해져

김민선은 18세였던 2017년 주니어 세계신기록(37초70)을 세웠고, 평창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그러나 그는 평창 대회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불의의 허리 부상을 당해 16위에 그쳤다. 그 뒤 허리 재활과 보강 훈련에 치중한 지 1년 반이 지나서야 통증이 점차 줄기 시작했다. 이때 김민선은 오랫동안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중장거리 훈련에 임했다. 허리 부상 탓에 근력을 폭발시키는 훈련이 어려웠는데, 지구력과 스케이팅 기술로 이를 보완하려는 시도였다.


허리 통증이 잦아든 것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불과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베이징 대회 역시 7위로 아쉽게 마감한 그는 작년 한 해 동안 단거리 레이스에 필요한 무산소 능력과 체력 훈련 등에 힘을 쏟았다. 그는 중장거리 훈련과 단거리 훈련의 효과가 합쳐진 이번 시즌에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소속팀 의정부시청의 제갈성렬 감독은 “100분의 1초를 다투는 게 빙속 단거리인데, 김민선은 2위를 0.51초 차로 따돌리기도 했다”며 “두 번의 올림픽에서 좌절한 뒤 가슴에 품고 있던 울분을 터뜨리는 듯하다”고 했다.

◇지구력은 이상화보다 낫다

김민선은 주종목이 같은 선배 이상화와 자주 비교된다. 이상화는 현역 시절 허벅지 근육의 힘으로 유명했다.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힘을 내는 근력을 지녔다. 순발력, 민첩성도 좋아 500m에 특장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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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은 힘을 짧은 순간에 끌어올리는 능력은 이상화에게 밀리지만, 빠른 스피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을 지녔다. 레이스 후반 곡선 주로에서 체력이 떨어져 역전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민선은 마지막까지 빠르게 달린다는 것이다.


김민선은 스케이팅 기술도 뛰어나 1000m에서도 좋은 성적을 노릴 만하다. 김민선은 작년 11월 1차 월드컵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1000m 은메달을 따냈다. 그는 앞으로 근력을 키우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스타트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는 밀라노 올림픽 금

지난 시즌까지 월드컵 500m는 한 개 대회에서 두 번 열렸다. 이상화는 전성기였던 2013-2014시즌 월드컵에서 1차 대회부터 4차 대회 첫 번째 레이스까지 7연속 우승했지만, 4차 대회 두 번째부터 6차 대회까지 5번은 불참해 전관왕을 이루지는 못했다. 고다이라 나오(일본), 예니 볼프(독일) 등 다른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도 전관왕은 없었다.


반면 이번 시즌부터는 1000m처럼 500m도 한 개 대회에서 한 번만 열려 더욱 레이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김민선은 다음 주 폴란드에서 열리는 월드컵 6차 대회에서 우승하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한 시즌 전관왕이 된다. 김민선의 궁극적 목표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금메달이다. 제갈성렬 감독은 “이번 월드컵도 밀라노에서 정상에 오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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