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모델’ 정주영의 포니 쿠페, 손자 정의선이 49년 만에 복원

포니와 더불어 첫 ‘독자개발’ 차 의미 담아

영화 ‘백투더퓨처’ 타임머신 ‘드로리안’에 영감을 준 차

정의선 “정주영, 정세영, 정몽구 선대회장 등 모두의 성과”

복원된 포니 쿠페의 모습. 차량 범퍼부터 보닛에 이르는 '노즈' 부분이 날렵하고 길쭉하게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현대차

지난 1974년 정주영 회장 시절 현대차가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모터쇼에 국민차 ‘포니’와 더불어 출품한 ‘포니 쿠페’가 49년만에 손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시대에 온전하게 복원돼 공개됐다.

현대차는 “포니 개발을 통해 자동차를 국가의 중추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염원했던 정주영 선대회장의 수출보국 정신과 포니 쿠페를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나아가고자 했던 당시 임직원들의 열정을 되짚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1974년 당시 포니 쿠페의 모습./현대차

현대차는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레이크 코모(Lake Como)에서 복원한 포니 쿠페를 공개하는 ‘현대 리유니온(Reunion)’ 행사를 열었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다 재회한다는 뜻을 담았다.

이날 행사에 직접 참석한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님, 정세영 회장님, 정몽구 명예회장님, 그리고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오늘 날 우리가 있는 것 같다”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과거에 우리가 노력했었다는 그런 좋은 기억들이 필요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또 계속 새롭게 해 나가야 되기 때문에 (이번 행사가) 우리 직원들한테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생전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종합전시장(지금의 코엑스)에서 전시돼 있는 포니2를 바라보고 있다. 포니의 성공 이후 포니 쿠페는 출시가 좌절됐지만, 포니2가 후속으로 나와 성공 스토리를 이어갔다./현대차

포니 쿠페는 현대차그룹에서 비운의 모델로 꼽혔다. 70년대 초까지 독자 생산 모델이 없이 남이 만든 차를 조립해서 팔기만 했던 현대차가 처음으로 개발한 게 포니와 포니 쿠페였다.

포니는 대량 생산에 판매까지 이어졌지만 포니 쿠페는 그럴 수 없었다.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된 후, 해외 수출 전략 차종으로 생산을 준비 중이었지만 1979년 석유파동이 터지며 글로벌 경기 침체가 닥쳐 양산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당시 만들어 보관했던 콘셉트카도 세월 속에 종적을 알 수 없게 됐다고 한다.

복원된 포니쿠페의 실내모습. 아날로그 방식의 계기판과 버튼들이 눈에 띈다./현대차

모터쇼 당시 포니 쿠페 콘셉트는 차량 앞 부분 범퍼부터 보닛까지가 길쭉하고 날렵하게 디자인 된 것이 특징이다. 또 원형의 헤드램프, 종이접기를 연상하게 하는 뚜렷한 선이 독특한 인상을 줘서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차를 디자인한 것은 이탈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였는데 이번에 현대차그룹은 다시 주지아로씨를 찾아 복원을 맡겼다. 그는 또 영화 ‘백 투 더 퓨처’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안’도 디자인했는데, 포니 쿠페 디자인을 하며 받은 영감을 1981년에 이 차를 디자인할 때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를 이어 자동차 디자인을 하고 있는 자신의 아들 파브리지오 주지아로(Fapizio Giugiaro)씨도 작업에 동참시켰다.

1974년 당시 만들어진 포니 쿠페 모습/현대차

이탈리아 디자인 회사인 ‘GFG 스타일’의 설립자 겸 대표인 조르제토 주지아로는 포니와 포니 쿠페 디자인을 시작으로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 2세대 등 다수의 현대차 초기 모델들을 디자인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디자인을 맡을 당시 30대였던 그는 정몽구 회장과 동갑이다.

정의선 회장은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0년대 열악한 산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는 심지어 항공기까지 무엇이든 생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독자적인 한국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했다”며 “이탈리아, 한국을 비롯해 포니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1985년 포니 엑셀 신차 발표회장에서 차를 들여다보고 있는 정주영 회장의 모습./현대차

한편 현대차는 이날 포니 출시 당시의 일과 포니 쿠페 복원 과정의 일화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공개했다. 다만 현대차는 포니 쿠페 양산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18일(현지시각) 포니쿠페 복원 행사에 참석한 정의선 회장(오른쪽)이 1974년 공개 당시 이 차를 디자인한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씨와 차에 올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 회장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과 동갑인 그는 이번 복원 작업에도 참여했다. /현대차

정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