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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앞에서 멍 때리는 불멍처럼… 숲멍·물멍·바람멍 '조용한 충전'

언택트 여행… 숲·물가·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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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거제 바람의 언덕에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람멍’을 즐길 수 있다. / 강정미 기자

'불멍'의 낭만을 아시는지. '불멍'이란 캠핑장에서 불을 피워놓고 멍하니 불을 바라보는 걸 말한다. 타닥타닥 소리 내며 타 들어가는 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잡념은 사라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사는 요즘 사람들에겐 가끔은 '불멍' 하듯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쉼표가 필요하다. 불멍 대신 오히려 준비물이나 준비 과정이 필요 없는 '숲멍' '물멍' '바람멍'이 좋은 대안이다. 울창한 숲에서, 조용한 강가에서, 탁 트인 언덕에서 멍하니 숲과 물과 바람을 즐기면 그만이다. 올여름 숲멍, 물멍, 바람멍 하며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한적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여름휴가를 위한 언택트(untact) 여행지로도 딱이다.

나무 그늘 아래 초록빛 '숲멍'

경기도잣향기푸른숲


여름은 숲이 가장 짙은 초록으로 물드는 계절이다. 온통 초록빛인 숲을 보며 멍하니 있으면 몸과 마음도 초록빛으로 물드는 기분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하는 나무 그늘은 '숲멍' 하기 좋은 명당이다. 가평 경기도잣향기푸른숲엔 멍 때리기 좋은 명당이 많다.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에 조성된 153만㎡ 잣나무 숲에는 80년 수령의 잣나무 5만여 그루가 자라고 있다. 잣나무 울창한 숲에는 탐방로 5개가 조성돼 있다. 축령산·서리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 코스도 있다.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산길이 대부분이지만 여유롭게 걸을 만하다. 어느 길이건 울창한 숲이 그늘을 드리운다. 숲속에서 사색과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나무 데크로 만든 명상 공간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초록빛으로 물든 잣나무 숲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들리는 건 바람 소리와 새소리뿐, 고요한 숲에서 즐기는 숲멍은 차분하고 여유롭다. 잣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 샤워까지 덤으로 즐기고 나니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야외 탐방로를 제외한 잣나무 푸른 숲의 방문자 센터, 잣 향기 목공방, 축령 백림관, 화전민 마을 등의 시설과 숲 체험,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운영하지 않는다. 월요일 휴무,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입장료 성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법기수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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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법기수원지의 벚나무 군락지. 차분히 숲멍을 즐길 벤치가 나란히 놓여 있다. /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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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시다와 편백나무 우거진 숲도 법기수원지에서 ‘숲멍’하기 좋은 장소다. / 강정미 기자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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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양산 법기수원지는 1932년 완공 이후 상수원 보호를 위해 일반 출입을 통제하다 79년 만인 2011년 일부 구간을 개방했다. 전체 680만㎡ 중 댐과 수림지 2만㎡에 불과하지만 오랜 세월 잘 보존된 울창한 숲을 즐기기 충분하다. 수림지엔 편백나무와 히말라야시다, 벚나무, 추자나무, 반송 등 나무가 7종 644그루 있다. 대부분 댐 건설 당시 심은 것으로 수령이 80~130년에 달한다. 가장 시선을 끄는 건 댐마루로 향하는 숲길 양쪽에 늘어서 있는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와 편백나무 숲이다. 하늘을 찌를 듯 키 큰 나무들이 빽빽하게 서 있다 보니 한낮에도 숲이 컴컴하다. 숲길 따라 앉아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다. 멍하니 앉아 숲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피톤치드를 듬뿍 마신 덕인지 기분도 상쾌하다. 댐 마루에는 법기수원지의 상징인 '반송 7형제'가 있다. 댐을 조성하면서 수령 50년을 넘긴 반송 7그루를 옮겨 심었다고 하니 현재 수령은 130년이 넘는다. 한 뿌리에서 가지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부채 모양을 한 반송은 우아하면서도 이색적이다. 반송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 허리를 굽힌 채 가지 아래를 지나야 하지만 그마저도 색다른 추억이다. 댐마루에서 바라보는 잔잔한 수원지 풍경도 아름답다. 댐마루를 한 바퀴 돌아내려 오면 만나는 초록빛 벚나무 군락지도 숲멍을 즐기기 충분하다. 부산에서 온 오정희(50)씨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숲에서 사색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 많다"며 "오래된 숲이 주는 편안함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오전 8시에서 오후 6시까지, 무료.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


경북 영덕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에선 하늘 향해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장관을 만난다. 수령 15년 안팎의 메타세쿼이아가 빽빽하게 숲을 이뤘다. 키 큰 메타세쿼이아 우거진 숲은 청량하면서 아늑하다. 여름빛으로 물든 파릇파릇한 숲에서 멍하니 여유를 부려본다. 숲멍 하기 좋은 벤치도 숲 곳곳에 놓여 있다. 천천히 숲을 산책하며 추억이 될 사진도 남겨볼 일이다. 메타세쿼이아 외에도 측백나무, 편백나무 숲도 조성돼 있어 피톤치드 샤워를 즐길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 숲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멀리 동해의 푸른 바다도 눈에 담긴다. 벌영리 메타세쿼이아 숲은 사유지다. 개인이 관리하는 숲이지만 무료로 개방해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잔잔한 힐링 '물멍'

물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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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물의 정원은 잔잔한 북한강과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물멍’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울창한 숲에서, 한적한 강가에서, 탁 트인 언덕에서 숲멍, 물멍, 바람멍 하며 힐링하는 시간도 때론 필요하다. 올여름 언택트 휴가로도 딱이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잔잔한 수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새 생각의 속도는 느려지고 복잡하던 마음은 단순해진다. 때로는 잔잔한 '물멍'도 힐링이 된다. 힐링이 필요할 땐 경기도 남양주 물의 정원으로 떠나보길 권한다. 물의 정원은 북한강 들머리에 조성된 수변 공원이다. 잔잔한 북한강을 바라보며 멍하니 여유를 즐기기 좋다. 강가에 펼쳐진 넓은 풀밭과 왕버들, 갈대, 억새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강가를 따라 의자나 흔들 그네, 전망 데크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자유롭게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돗자리를 펼 만한 공간도 많다.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산책길과 꽃밭도 둘러볼 만하다. 잔잔한 강물처럼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산책하며 물의 정원을 구석구석 즐겨봐도 좋다.


서서울호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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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울호수공원의 문화 데크 광장에선 대형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기 좋다. / 강정미 기자

서서울호수공원은 서울에서 만나는 색다른 호수 공원이다. 옛 신월정수장을 활용한 재생 공간이면서 친환경적으로 조성해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 공원 중앙엔 1만8000㎡ 규모의 대형 호수가 있다. 이 호수를 중심으로 산책로와 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호수 경관을 제대로 감상하기엔 문화 데크 광장이 최적 장소다. 탁 트인 데크에 앉아 잔잔한 호수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김포공항이 가까워 머리 위로 수시로 오가는 비행기가 훼방꾼이 될지 모른다. 호수에 설치된 소리 분수가 비행기 소리에 반응해 작동하기 때문이다. 조용히 물멍을 즐기기엔 몬드리안 정원도 괜찮은 장소다. 몬드리안의 구성기법을 도입해 수직과 수평의 선을 활용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지상에서 2층까지 미로처럼 만들어진 정원과 수로는 보는 재미와 걷는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방해받지 않고 차분히 앉아서 멍 때리기 좋은 공간도 곳곳에 숨어 있다. 호수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소풍을 즐기기에도 좋다. 주부 박하윤(35)씨는 "잔잔한 호수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해지고 아이들이 차분하게 놀 수 있는 곳도 많아서 찾아온다"며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찾는다면 추천할 만하다"고 했다.


밀양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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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정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밀양호 풍경. / 강정미 기자

밀양댐은 경남 양산·밀양·창녕에 수돗물과 전력을 공급하고 홍수를 조절하기 위한 다목적 댐이다. 밀양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밀양호는 굽이굽이 이어진 계곡과 에메랄드 빛 호수가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 좋아 한번쯤 찾아가 볼 만하다. 최근엔 인생 사진 명소로 소문 났지만 크게 붐비진 않는 편이다. 밀양호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는 두 곳이다. 밀양댐 정상부에선 탁 트인 밀양호의 전망을, 좀 더 위쪽에 있는 용암정 전망대에선 계곡 같은 밀양호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둘러보며 잔잔한 물멍을 즐겨도 좋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바람멍'

청옥산 육백마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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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에선 여름이면 선명한 은하수를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육백마지기에서 촬영한 은하수. / 이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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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스타데이지가 만발한 청옥산 육백마지기. 바람에 일렁이는 샤스타데이지는 이달까지 볼 수 있는 장관이다. /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숲멍, 물멍에 이어 이번엔 '바람멍'이다.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바람 부는 언덕에서 멍하니 바람을 즐기는 거다. 한여름 더위를 날리기에도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해발 1256m 강원도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바람이 먼저 반겨준다. 풍력발전기가 줄이어 돌아가는 곳답게 시원한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온다. 무더위는 잠시 잊고 가슴까지 시원해지는 바람을 느껴본다. 육백마지기 너른 평원엔 지금 샤스타데이지가 한창이다. 만발한 새하얀 꽃들이 바람에 일렁일 때면 장관이 따로 없다. 샤스타데이지를 보기 위해 굽이굽이 이어진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달려온 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채운다. 샤스타데이지와 함께 사진을 찍느라 바쁜 사람들을 피해 한적한 꽃밭에 앉아 멍하니 바람을 즐기기로 했다. 산 고개를 넘어오는 바람은 여전히 시원하고 꽃은 눈부시다. 샤스타데이지를 감상할 수 있는 건 이번 달까지. 올여름 청옥산 육백마지기를 찾아야 할 이유가 더 있다. 은하수 때문이다. 여름은 선명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계절. 육백마지기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은하수 명당이다. 은하수를 기다리며 바람멍 하는 특별한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


바람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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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바람의 언덕엔 상징처럼 풍차가 우뚝 서 있다. / 강정미 기자

거제 바람의 언덕에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바닷바람을 즐긴다. 해안가 야트막한 언덕 너머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온다. 언덕 정상에는 바람의 언덕을 상징하는 풍차가 홀로 서 있다. 풍차가 도는 걸 보며 바람 세기를 가늠해본다. 풍차를 지나 전망대로 오르는 길엔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바람의 언덕과 해안 풍경도 아름답다. 바닷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한 바다와 해안 절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언덕으로 다시 내려가 바다와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가만히 바람을 즐긴다. 멍하니 바람을 즐기기 좋은 벤치들이 놓여 있다. 어느새 더위와 스트레스가 날아가 버린다. 바람의 언덕 너머에는 신선이 놀던 자리라 해서 신선대라 이름 붙은 기암 절벽이 있다. 신선대도 거제의 바다와 바람을 즐길 수 있는 명당이다. 신선이 된 듯 바람멍을 즐겨 보길 권한다.


밀양·거제·양산·평창·남양주= 강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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