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반지가 된 미세먼지
먼지 압축해 반지 만들고 매연은 잉크로 재탄생… 오염물질과 미세먼지, 디자인 소재가 되다
"특공대원 투투와 산체스가 한국에 온다. 그들은 한국 가정에 침투한 적을 없애라는 임무를 받고 전투를 벌인다." 만화영화 줄거리가 아니다. 이야기 속 적의 정체는 바로 미세 먼지. '공기정화특공대'〈사진 왼쪽〉는 공기 정화 식물 틸란드시아와 스투키를 심은 화분을 귀여운 미니 로봇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불청객' 미세 먼지가 디자인 소재가 됐다. 미세 먼지와 관련된 일상 제품에 디자인을 접목한다. 생필품이 되다시피 한 미세 먼지 마스크가 대표적. 방탄소년단(BTS) 캐릭터 'BT21'을 넣은 마스크 〈사진 오른쪽〉가 출시됐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넣은 제품도 인기다.
/전승엽, 애경산업 |
공기청정기 시장은 국내외 기업들이 디자인으로 경쟁하는 격전지. 특허청에 따르면 공기청정기 디자인 출원은 2013~2017년 총 546건으로 2008~2012년보다 70% 늘었다. 간결한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이 많다. 단순한 형태에 '색감이 산뜻하다'는 평을 받는 블루에어, 원통 두 개를 이어붙인 모양의 휴대용 제품을 낸 카도가 대표적. 국내 중소기업 제품 에어비타는 콘센트에 직접 꽂아 쓰는 도넛 모양 제품 등을 냈고, 에어세이브는 네이버 '라인프렌즈' 캐릭터 인형처럼 생긴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 직육면체형인 클레어 '큐브'는 단면이 마름모 모양이 되도록 비스듬히 세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예 미세 먼지를 재료로 삼는 시도도 등장했다. MIT에서 유학한 인도인 아니루드 샬마가 세운 스타트업 '그래비키 랩스(Graviky Labs)'는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매연 분진을 잉크로 만들었다. 배기장치에 '칼링크'라는 기기를 장착해 오염물질을 모아 그래비키 랩스에 보내면 그래비키 랩스에서 이를 잉크로 가공한다. '에어 잉크'라 명명된 이 잉크는 전 세계 예술가들에게 배포됐다. 샬마는 "수많은 사람의 폐로 들어갔을 수도 있었을 오염물질을 예술로 남긴다"고 했다.
/스튜디오 로세하르데 |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데의 '스모그 프리 링(Smog Free Ring·큰 사진)'은 미세 먼지로 만든 반지다. 중국과 폴란드에 설치한 타워로 먼지를 빨아들인 뒤, 이를 직육면체 모양으로 압축하고 밀봉해 만든다. 1000㎥ 내의 먼지로 반지 1개를 만들 수 있으며, 가격은 250유로(약 33만원). 로세하르데 측은 "전 세계 연인들에게 주문이 온다"며 "영국 찰스 왕세자도 갖고 있다"고 했다. 스모그 프리 링으로 프러포즈한 연인의 일화를 최근 보도한 뉴욕타임스는 "스모그 프리 링은 신부들이 반지를 통해 전 세계의 먼지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김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