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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보살들 입는 펑퍼짐한 옷… 정국이도 니키도 입었네

아이돌 가수들의 일상패션?

절에서 입는 법복이 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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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이 사찰에서 입던 법복을 일상복 반열에 올려놓은 가수 이효리(오른쪽)와 세계적으로 알린 BTS의 정국./스포츠조선, 벨레코제

감색과 겨자색, 쑥색 계열로 염색한 면 소재에 넉넉한 품을 가진 법복을 입은 사람.


학창 시절 국사 선생님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옛날 사람이다. 최근 아이돌 가수들 사이에서 일상복으로 가장 인기 있는 옷 중 하나가 법복이기 때문이다. 법복이란, 불자들이 사찰에 갈 때 편안하게 수행하기 위해 착용하는 옷. 단정하고 간소하며 넉넉한 품이 특징이다. 승려들이 입는 승복과 다르며, 일부 매장에서는 생활 한복 또는 개량 한복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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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의 법복 /나혼자산다 캡쳐

최근 곡 ‘톰보이’로 음악 프로그램 정상에 오른 걸그룹 ‘(여자) 아이들’의 리더 전소연은 지난 13일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검은색 바지와 겨자색 조끼로 된 법복을 입고 소속사인 큐브 엔터테인먼트로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평소 화려한 화장과 과감한 의상을 무대에서 보여준 그는 “평상복까지 화려하면 오히려 답답하다”며 법복을 즐겨 입는다고 했다. 이 말에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도 “(옷이 화려하면) 살짝 피로감을 느낀다”고 했고, 보이그룹 ‘샤이니’의 키도 “옷 몸살이 난다”며 공감했다. 화려한 옷을 주로 입어야 하는 아이돌 그룹일수록 평상시에는 더욱 수수하게 입어 온·오프라인의 삶을 구분하는데, 여기에 법복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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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예린 법복 /지장사 인스타그램

법복은 소재가 부드럽고 품이 넓어 춤 연습을 하거나 비행기를 탈 때 편하다는 점도 아이돌 가수들에게 장점이다.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멤버 니키는 법복을 입고 춤을 추는 안무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진회색 법복과 검은색 버킷햇, 후드티, 운동화의 조합은 잘 매치한 오버핏 힙합 패션 같다. 걸그룹 ‘여자친구’의 멤버 예린은 진한 빨강색 법복 패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그래서인지 최근 인터넷에서는 ‘K조거팬츠(품이 크고 밑단이 고무줄 처리 된 추리닝 바지)’라며 법복 바지가 올라오기도 한다. 아이돌뿐 아니라 개그맨 양세찬과 이용진, 장도연 등도 법복을 입고 SBS 예능 ‘런닝맨’ 등에 출연했다.


법복을 처음 ‘연예인 패션’ 명단에 올려놓은 건 가수 이효리다. 2017년 KBS 예능 ‘해피투게더’를 촬영하기 위해 방송사로 출근하며 인디핑크(탁한 분홍) 색깔의 법복을 입었다. 자연스럽게 풀어헤친 머리와 흰색 면티, 여기에 카키색 가방과 스니커즈로 매치한 패션은 ‘법복도 이효리가 입으면 스타일리시하다’는 걸 보여줬다. 이후 인터넷 쇼핑몰에는 ‘이효리 st(스타일)’이라며 비슷한 디자인의 옷들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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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법복 /일본 TBS

법복을 전 세계에 알린 건 그룹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과 뷔다. 먼저 정국이 2019년 공연을 위해 일본 오사카로 출국하는 날 회색 법복을 입고 나타나 ‘공항 패션’으로 인기를 끌더니, 뷔도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들이 입은 건 부산 사하구 괴정동에 있는 승복 브랜드인 지장사. 정국은 이후에도 노란색, 군청색 등 색깔별 법복을 입고 생활하는 모습을 브이로그(일상 비디오)로 노출했고, 최근에는 일본 민영방송 TBS 다큐멘터리에도 법복을 입고 출연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으로 출국하며 법복을 챙겨가 ‘마이 유니버스(my universe)’를 함께 부른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 마틴 등이 법복을 입은 사진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현재 지장사는 롯데백화점 팝업 행사는 물론, 미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단체 주문이 몰려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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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복 입은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리더 크리스마틴 /방탄소년단 트위터

불자들에 따르면, 60~70년 전 할머니들이 쌀가마를 지고 절에 다녔던 시절부터 법복은 존재했다고 한다. 그 유래는 알 수 없으나, 나이 든 노보살들이 절에서 기도하기 편하게 만든 옷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최근 사찰합창단, 차(茶)회, 수행 모임 등 절 행사들이 많아지면서 평상복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템플스테이와 불교 유치원 등으로 젊은 층과 어린이들도 법복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법복의 가장 큰 장점은 3만~5만원이면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집 안팎에서 모두 입을 수 있는 홈웨어이면서 외출복이라는 것이다. 남녀 모두에게 어울려 촌캉스(시골 여행)를 떠나는 연인들이 ‘커플룩’으로도 즐겨 입는다. 한 법복 판매업자는 “젊은 층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연예인이 입은 법복 사진을 들고 와 비슷한 옷을 사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했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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