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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박정희 대통령, 靑에 매년 나무 심었지만… 지금 확실한 건 향나무 한 그루

[나무박사 박상진이 들려주는 청와대의 대통령 나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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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에서 큰딸 근혜(가운데), 아들 지만씨와 함께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국가기록원

청와대에는 역대 대통령의 사연이 깃든 나무가 있다. 대통령 기념식수에는 국정 철학과 국가적 염원이 담겼다. 청와대 경내의 나무를 조사한 ‘나무 박사’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를 통해 청와대의 대통령 나무 이야기를 듣는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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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제5대 대통령에 취임한 1963년 12월부터 1979년 10월 서거 때까지 16년간 청와대에 머물며 많은 나무를 심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하던 1960년대 우리나라 산은 나무가 몇 그루 없고 흙이 훤하게 보이는 민둥산이 대부분이었다. 박 대통령은 산림청을 농림부에서 내무부로 옮기고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세워 산림 녹화 사업을 독려했다. 이때의 나무 심기 사업이 밑거름이 돼 오늘날 우리나라는 지금 같은 푸른 산을 갖게 됐다.

◇영빈관 준공 기념 가이즈카향나무

박 대통령은 빨리 자라면서도 가구나 악기 재료로 쓰임이 많은 오동나무나 이태리포플러 등 속성수, 밤나무, 감나무, 살구나무, 호두나무 등의 유실수를 매년 청와대 경내에 심었으나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건물이 새로 세워지는 등 청와대 주변 환경이 변해 현재 남아있는 청와대 나무 중 박 대통령의 기념식수임이 확실한 나무는 한 그루뿐이다. 1978년 12월 23일 영빈관 준공을 기념해 심은 가이즈카향나무다. 영빈관 앞에 심을 당시 이 나무의 나이는 60살이었다. 지금은 키 4.5m, 둘레 87㎝에 나이는 105살에 이른다.


건물 준공 기념식수는 준공 일자에 맞추어 심기도 하지만, 이 나무처럼 한겨울에 언 땅을 파고 심은 예는 흔치 않다. 겨울에 나무를 심으면 자칫 나무가 죽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상진 교수는 “그만큼 영빈관 준공을 기뻐하는 대통령의 뜻을 따랐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일반 향나무의 잎은 짧고 날카로운 바늘잎[針葉]과 부드러운 비늘잎[鱗葉]이 섞여 돋아나지만, 가이즈카향나무는 바늘잎이 거의 없고 대부분 찌르지 않는 비늘잎이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오사카 남부 가이즈카(貝塚) 지방에서 자라는 향나무를 골라 개량해 오늘날의 가이즈카향나무를 탄생시켰다고 한다. 지금 자라는 곳은 영빈관과 경비단 사이 담장 옆이다. 원래 심은 자리는 영빈관 기둥 옆이었으나 영빈관 앞 광장을 확장·정비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 심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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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서울현충원 박정희 대통령 묘역의 모감주나무. 1976년 식목일에 박정희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묘소에 심었다./박상진 교수

◇육영수 여사 묘소에 심은 모감주나무가 청와대에도

박 교수는 “국가기록원이나 대통령기록관 등에 소장된 사진 자료, 신문 기사 등에 근거해 박 대통령의 기념식수로 추정되는 나무가 몇 그루 있다”고 했다. 1964년 광복절 박 대통령은 청와대와 시청 앞에 백색 무궁화를 20그루씩 심었는데, 현재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1976년 식목일 박 대통령은 경기 의왕 왕곡리에서 오동나무, 이태리포플러 등을 심고, 동작동 국립묘지(현재 국립서울현충원)의 육영수 여사 묘소에 들러 “50년생 모감주나무와 9년생 목련 한 그루씩을 묘역에 심었다”는 기사가 조선일보에 실렸다. 그러나 모감주나무의 나이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박 교수는 “대통령 비서실 공보비서관과 공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신우재 전 비서관에 따르면, 5살 모감주나무를 심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하고, 조선일보에 실린 당시 사진을 본 조경 전문가도 5~10살 정도의 모감주나무인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했다. 현재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로 올라가는 마지막 계단의 오른쪽 숲에, 그때 심은 모감주나무가 키 11m, 둘레 125㎝로 자라 있다. 목련은 묘소 오른편 비석 옆에서 키 14m, 둘레 210㎝의 큰 나무가 되어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6년 식목일에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헬기장 옆의 모감주나무. /눌와

1976년 식목일에 심은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수궁터 모감주나무. /박상진 교수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 돌아와서도 직접 삽을 메고 나무를 더 심었다. 헬기장과 녹지원 사이의 작은 숲에는 키 14m, 둘레 112㎝의 모감주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옛 본관의 뒤뜰에 해당하는 수궁터 동쪽 산자락에도 키 12.5m, 둘레 115㎝의 모감주나무가 자리 잡고 있다. 박 교수는 “헬기장 모감주나무와 수궁터 모감주나무는 크기가 거의 같으므로 함께 심었을 가능성이 높고, 박 대통령 묘소 입구의 모감주나무와도 크기 차이가 크지 않아 세 곳의 나무 모두 1976년 식목일에 박 대통령이 심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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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식목일 육영수(왼쪽 둘째) 여사와 자녀들이 청와대 경내에 기념식수를 하는 모습. /국가기록원

육영수 여사는 목련을 좋아했다. 평소 “목련은 너무나 깨끗해 어떤 고귀함을 느끼게 한다”고 했고, 박 대통령도 결혼 초 아내를 목련꽃에 비유해 시를 쓰기도 했다. 그래서 청와대 경내에도 목련을 많이 심었다고 하나, 당시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목련은 찾기 어렵다. 1977년 식목일에는 경기도 의왕에서 기념식수 행사를 마친 뒤 “영애 근혜 양과 함께 청와대 앞뜰에 계수나무 한 그루를 기념식수했다”는 기사가 있다. 또 46살의 계수나무를 녹지원에 심었다는 기사와 당시 사진도 있으나 현재 나무는 없어졌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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