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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미스트롯2 - 2등 인생이 아니야, 넌 이미 빛나고 있어

전문가들의 평가가 정말 옳은가

트롯에서는 공감과 전달이 더 중요한데

하나같이 빛나는 출연자들

누가 마지막까지 빛날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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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롯2 2회 출연자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전유진,허찬미,주미,박주희,영지,김의영./tv조선

조영수나 박선주가 음이 불안정하다고 했을 때, 선뜻 인정할 수 없었다. 조영수는 작곡가이면서 프로듀서여서 기본적으로 음에 민감하고, 박선주는 피아노 음을 정확히 내는 것으로 유명한 가수이기에 노래에 대한 그들의 기준은 우리의 그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노래를 들을 때 벽을 쌓는 건축가가 된다. A지점에서 B지점까지 벽돌을 쌓을 때 그들은 수평계를 놓고 정확히 수평을 맞춘다. 초가집이나 기와집은 애초에 탈락이다. 그렇게 엄격한 잣대가 대중음악을 평가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준이다. 그러나 예술을 총체적으로 평가할 때는 그런 잣대가 갑자기 초라해 질 수도 있다. 트롯이라는 장르에서는 더욱 그렇다.


24일 밤 TV조선 ‘미스트롯 2’에서 두 사람이 흠 잡은 출연자들은, 적어도 TV 스피커로 들었을 때 거의 오류가 없는 음을 발성하고 있었다. 미스터트롯 출신 심사위원들은 물론이고 진성과 장윤정 같은 베테랑 가수들이 별 문제 삼지 않을 때도 조영수와 박선주는 뭔가 불만족한 표정이었다. 이른바 ‘올 하트’를 받지 못한 경우도 대개 그 두 사람 중 하나가 하트 버튼을 누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프로그램의 긴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왜 저들은 완전히 만족하는 법이 없는가. 우리가 모르는 어떤 것을 저들이 잡아챈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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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주 마스터/tv조선

박선주의 최고이자 유일한 히트곡 ‘귀로’를 들어보면 도입부 허밍부터 완벽하게 자기 악보를 장악하고 있다. 그녀는 기본적으로 록 보컬리스트이지만, 재즈와 발라드, 심지어 트롯의 꺾고 휘감는 창법까지 완벽하게 소화한다. 박선주는 고성능 마이크를 어떻게 입에 붙였다 떼어야 하는지 영리하게 잘 알고 있으며 호흡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너무나 잘 아는 가수다. 얄미울 정도로 노래를 잘 한다. 그래서 그녀의 보컬 평론은 정확하며 아프게 들린다.



조영수는 유명한 히트 작곡가이므로 어떤 노래가 인기를 끄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그런 노래를 자신의 의도대로 부를 수 있는 가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조영수의 심사평은 그런 부분에 집중돼 있다. 이를테면 중학교 2학년 전유진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을 때 조영수의 표정은 정말 안타까워 보였다. 그는 “내가 하트를 누르지 않으면 다음에 들어볼 기회가 사라질 것 같았다”고 말했을 때, 방송용 코멘트가 아니라 진심으로 들렸다. 전유진은 자신감에 넘쳐 높낮이가 너무 밋밋한 노래를 고른 것이 패착이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첫 무대에서는 무조건 자신의 특장을 뽐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1등 1억5000만원 상금이라는 벼락 같은 축복을 두고 경쟁하는 무대에서 조영수의 “떨지 말라”는 말이 좋은 충고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영수가 그 입장이라면 떨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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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수 마스터

현역부 참가자들은 대개 록에 기반한 보컬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록 음악을 좋아해서 밴드를 시작했다가 음악으로 먹고 살기 힘드니까 여기저기 옮겨다니다가 트롯으로 온 것이다. 이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것이 대한민국 대중음악 생산과 소비의 현주소다. 주현미는 중앙대 록밴드 ‘인삼뿌리’ 출신이고 미스트롯 심사위원인 장윤정도 1999년 강변가요제에 나왔을 때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기타를 앞세운 라틴록 풍 노래로 대상을 받았다. ‘샤방샤방’이란 노래로 유명한 박현빈은 ‘미스터 트롯’ 김호중처럼 성악 전공 가수다. 그들이 왜 트롯으로 왔겠는가. 음악을 하고 싶은데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로는 생계를 이을 수 없는 것이다.


미스트롯에서 ‘자기야’라는 노래를 부른 박주희 역시 소찬휘 계열의 로커였다. 장윤정이 그에게 하트를 주면서 말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으면 노래에 가수가 치여요.” 한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음악에 치이거나 자신에게 치이는 일이다.


주미라는 참가자를 눈여겨 보았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2등 인생, 오늘만큼은 1등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마이크를 오르내리고 고음에서 루어 낚시 하듯 마이크를 낚아채는 걸 보니 현장 경험이 매우 많은 가수인 것 같았다. 초등학생들도 나오는 무대에 왜 이런 가수가 나왔을까. 자신의 노래 인생을 인정받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얼마나 타인의 인정에 목 마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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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의 스승인 영지./tv조선

임영웅의 보컬 선생이었다는 버블시스터즈 출신 영지의 무대에서 깜짝 놀랐다. 영지가 미스트롯에 나온다는 것은 이소룡이 견자단 주최 무술대회에 나온 것이나 같다. 그녀는 “노래하고 싶어서 나왔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완벽한 무대를 보여줬다. 그녀가 부른 노래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를 트롯이라고 할 수는 없었으나 그만큼 뮤지션들이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무대가 없다는 방증이어서 안타깝기도 했다.


조용필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닷새 연속 공연을 할 때 한 말이 있다. “나는 목청의 60%만 쓴다.” 그래야 보름 공연을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경연대회에 나온 사람들은 대개 목청의 100%를 쓴다. 그렇게 노래하면 보통의 시청자를 감동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프로페셔널들은 그들의 발성이나 창법만큼이나 목에 돋는 힘줄과 고음을 낼 때 표정을 본다.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는가 보는 것이다. 미스트롯은 기나긴 여정이다. 처음에 다 쏟아부으면 절대 결승선에 가지 못한다. 수많은 별들 중에 누가 마지막까지 빛날지 초조하게 기다릴 생각이다.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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