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멍! 지금 서점가는 '개판'
사람에게 버림받았던 강아지, 소셜미디어서 사연 전해져 인기
인스타 100만 팔로어 스타犬 돼… 책 출간에 종합베스트셀러 1위
지난 1월 출간된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예요'(위즈덤하우스)는 240쪽 분량이 글은 거의 없이 대부분 강아지 사진이다. 주인공 '인절미'는 특출할 것 없는 잡종견. 그러나 독자들은 이 책에 열광했다. 출간 직후 인터넷서점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예스24에서도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출간 한 달 만에 2만부 넘게 팔렸다. 배후엔 '인절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들이 있었다. 인절미는 인스타그램 팔로어 93만1000명을 둔 '스타 강아지'. 사과밭 도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걸 과수원집 둘째 딸이 구해와 한 가족처럼 키우는 이야기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해지며 인기를 끌었다.
인절미(왼쪽), 달리. /위즈덤하우스·김영사 |
'반려견 1000만 마리 시대'를 맞아 서점가에도 강아지 관련 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셜미디어 스타견(犬)'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 대세로, 20~30대 여성이 주 독자층이다. '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인절미예요'를 낸 이경희 위즈덤하우스 과장은 "팬들이 아이돌 스타 브로마이드 사듯 자기가 좋아하는 강아지에 대한 '굿즈'의 개념으로 책을 구입한다"면서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시각적인 위로를 줄 수 있도록 사진 위주로 책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혈통 좋고 잘 가꿔진 개보다는 유기견 이야기가 더 감동을 준다. 이경희 과장은 "유기견을 직접 돌보지는 못하지만 그에 관련된 책이라도 사서 지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책 판매의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간돼 2만부 팔린 '달려라 달리!'(김영사)의 주인공 달리도 앞발 하나가 없는 유기견. 달리 역시 40만명 팔로어를 둔 인스타그램 스타다. 박은경 편집자는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과 가장 가깝지만 그 때문에 가장 함부로 대하는 존재이기도 했던 개와의 공존이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 "사람에게 버림받은 강아지들의 회복과 성장을 함께하면서 인간성의 회복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강아지를 직접 키우지는 못하고 인터넷으로 사진만 보며 대리 만족하는 소위 '랜선 집사'들이 육아 예능 보듯 소셜미디어 스타견의 책에 열광한다면, 개를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개와 함께하는 여행 책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국내 여행지를 정리한 '웰시코기 마로리, 어디까지 가봤니?'(브레인스토어)는 출간 두 달 만에 중쇄를 찍으며 4000부 넘게 팔렸다. 반려견과 함께한 미국 횡단기 '골든 리트리버 코난, 미국에 다녀왔어요'(이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미영 이봄 대표는 "이전의 개 관련 책이 '개 키우는 법' 위주였다면 요즘은 개를 인생의 동반자로 보고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는 책이 나오기 시작한다"면서 "개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애완'에서 '반려'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곽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