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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조선일보

"라이더, '폭주' 않고는 생계 유지 못해…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맞서겠다"

국내 첫 라이더 노동조합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배달 노동자 70여 명과 뜻 모아 조합 결성

건당 3000원 정도 받고 목숨 담보로 일해 부당 대우받는 경우도 태반… 권리 찾아야

노조할 권리 인정받을 때까지 정면 돌파


2018년 여름은 펄펄 끓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역대 최고기온을 갈아치웠고, 강원 홍천은 수은주가 41도를 가리켜 '홍프리카'로 불렸다. 플라스틱 헤비콘이 엿가락처럼 휘었지만, 아스팔트 위가 직장인 사람들은 불볕더위를 피할 길이 없었다.


맥도날드 라이더(배달 노동자) 박정훈(35)씨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폭염수당 100원을 달라'는 그의 외침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위태롭게 달리는 거리 노동자의 현실을 담고 있었다. 노동절이었던 지난 1일, 박씨는 국내 첫 라이더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 위원장이 됐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출범식을 열고 "모든 라이더는 안전하게 달릴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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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일주일에 3일 맥도널드에서 라이더로 일한다.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썼지만, 요즘은 라이더유니온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일의 형태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며 “모든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로 대우받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이현 C영상미디어 객원기자

생계 위해 폭주해야 하는 라이더들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박 위원장과 만났다. 그는 이곳에서 3년째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4대 보험도 가입했고, 근로계약서도 썼다. 맥도날드 소유 오토바이를 타고, 다치면 산재 보험 처리도 된다. 하지만 모든 라이더가 이런 조건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고용계약서를 쓰는 경우도 드물고, 오토바이조차 스스로 마련한다. 배달하다 다쳐도 보험 혜택을 받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근로기준법상 라이더는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노동법은 '사용자'를 찾아요. 사용자는 노동자를 지휘·감독하고 임금을 주는 주체죠. 사용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해요. 라이더가 대표적이죠. 그럼 우리는 사장님인가요? 플랫폼에 묶여서 수당을 받고, 어떻게 일할지 지시도 받잖아요. 일을 시키는 사람은 있는데 왜 책임지는 사람은 없을까요?"


박 위원장은 지난해 전국을 돌며 라이더들을 만났다. 뿔뿔이 흩어져 목소리 내지 못하는 라이더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었다. 하나같이 기가 막혔다. 배달 단가를 3000원에서 2500원으로 내리겠다는 통보에 항의했다 해고된 경우도 있었고, 산재보험금을 배달대행업체 사장에게 갈취당한 경우도 있었다. 다리에 금이 갔는데도 해고될까 두려워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라이더도 있었다.


"이들을 만나고 나니 노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확고해졌습니다. 라이더들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어요. 보통 건당 3000원 정도 받는데 하루에 30개씩 주 6일을 일해도 한 달에 쥐는 돈이 200만원 남짓이죠. 여기에 오토바이 보험료가 연간 300만~600만원 들어요. 심지어 대인·대물만 보장하는 데도요. '폭주'하지 않고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법내노조 인정이 1차 목표… 라이더 사용자인 '코스포'가 교섭 대상

라이더유니온은 '법외노조'다. 고용노동부에 노조 설립신고를 낼 계획이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노조법이 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서다. 노동자 기본권인 '노동 삼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도 마찬가지로 주어지지 않는다.


"폭염수당 100원을 달라는 요구를 맥도날드는 아직도 들어주지 않아요. 100원이 아까워서는 아닐 겁니다. 노동자 요구를 쉽게 들어주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겠죠. 라이더유니온이 법내노조가 되기도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정면 돌파할 겁니다. 특수고용노동자도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논의도 진행 중이니까요."


라이더유니온이 법내노조가 되면 박 위원장은 곧장 단체교섭에 들어갈 계획이다. "단체교섭은 사용자와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라이더의 사용자"라고 답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수장인 코스포는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등 유력 배달대행플랫폼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배달 시장은 IT 기반의 플랫폼 업체 중심으로 재편될 겁니다. 하지만 기술 혁신으로 부를 쌓은 플랫폼 업체들은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데에는 관심이 없어요. 계약서, 임금, 보험, 수리비 등 모든 부분에서 표준화돼 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라이더의 노동으로 플랫폼 업체들이 성장한 만큼 테이블에 나와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이더유니온에는 박 위원장과 뜻을 같이하는 조합원 70여 명이 모여 있다. "노조치고 숫자가 너무 적은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박 위원장의 생각은 다르다. "숫자가 많으면 좋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조의 활기예요. 부당한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만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장지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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