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 열어보니 음울한 탐정물"… 美 드라마 '설국열차'에 혹평 쏟아져
봉준호 영화 '설국열차' 리메이크, 넷플릭스 통해 190여국에 공개
가디언은 ★ 3개, FT는 ★ 2개
박진감 넘치는 SF(공상과학)를 기대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음울한 탐정극이다.
미국 드라마로 만들어진 '설국열차'의 1·2회가 25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여 국가에서 공개됐다. 2013년 봉준호 감독의 동명(同名) 영화를 바탕으로 10회 분량의 드라마로 만든 일종의 '리메이크 확장판'. 봉 감독은 각본과 총괄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 가운데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총괄 프로듀서에는 이미경 CJ그룹 부회장과 박찬욱 감독도 포함돼 있다. 영화 '설국열차'의 투자 배급을 맡았던 CJ엔터테인먼트도 제작사로 참여했다.
드라마판 '설국열차'에서 살인 사건 수사를 의뢰받은 전직 형사 레이턴(다비드 디그스·왼쪽)과 열차 운행 책임자인 캐빌(제니퍼 코널리). /넷플릭스 |
빙하기에 들어간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영원히 선로를 달리는 기차에 올라탄 탑승객들의 생존 투쟁이라는 골격은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2시간의 '단기전'인 영화가 마지막 꼬리 칸에 탑승한 하층민의 반란에 초점을 맞췄던 반면, 시즌 전체를 끌고 가야 하는 '장기전'인 드라마는 탐정물을 바탕으로 멜로물과 재난 영화 등 다양한 요소를 가미했다. 그러다 보니 초반에 긴장감과 폭발력을 잃고 산만하게 흘러간다. 반전(反轉)에 집착하다가 선로에서 탈선할 위기에 놓였다고 할까.
외신들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뉴욕타임스는 "액션은 진부(routine)하고 드라마는 상투적(banal)이고 감상적(sentimental)"이라며 "계급 분열과 관료주의 같은 사회적 상징을 영리하게 활용했지만 작품 전체를 묶어줄 만큼 설득력 있거나 일관적이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 당시 '봉준호는 이미 하나의 장르'라고 극찬했던 온라인 영화 전문지 인디와이어도 "봉준호의 '설국열차'가 아니다. TNT(미 케이블 채널)의 것"이라고 짜디짠 평가를 내렸다. 미국에서는 TNT를 통해 지난 17일부터 방영됐다.
영화 전문 사이트 IMDB와 로튼토마토의 평점 역시 6.1점(10점 만점)과 63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영국 가디언과 텔레그래프 역시 별 5개 만점 가운데 중간인 별 3개, 파이낸셜타임스는 별 두 개만 줬다. 가디언은 "원작에서 훌륭했고 좋았던 요소를 건너뛰고 거대한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형사 수사극으로 만들었다"고 혹평했다. 텔레그래프도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그리 나쁘진 않다"고 썼다. 반대로 "시의적절하고 신선한 직설적 선언이 나온다"(LA타임스)는 호평도 있었다.
7월 중순까지 매주 월요일 방영한다. 외신들은 내년 두 번째 시즌 제작도 확정됐다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