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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디즈니 왕국의 스타 작가, 넷플릭스로 간 이유는?

'겨울왕국' '주먹왕 랄프' 등 그린 디즈니 출신 애니메이터 이민규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013), '주먹왕 랄프'(2013), '빅 히어로'(2014), '모아나'(2016) 모두 이 남자의 손을 거쳤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애니메이터 중 하나인 이민규(34) 감독이다. 22일까지 열린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BIAF)을 위해 14년 만에 한국에 온 그는 '겨울왕국2' 이야기를 꺼내자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드디어 제작자가 아닌 관객 입장에서 볼 수 있다니 설레네요!" 그는 '모아나'를 끝으로 2년 전 디즈니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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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감독은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로 '겨울왕국'의 크리스토프를 꼽았다. "처음 내가 만든 그 캐릭터 그대로 영화에 나온다"는 게 이유. 그가 조선일보 독자들을 위해 즉석에서 크리스토프를 그렸다. /이진한 기자

애니메이터를 꿈꾸는 이들이 선망하는 '꽃길'을 걸었다. 네 살 때 '인어공주'를 보고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쉼 없이 스케치북에 만화를 그렸다. 2005년 미국 명문 칼아츠(Cal Arts)에 입학해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방학엔 디즈니와 픽사 스튜디오에서 인턴을 했다. 픽사 인턴을 마치기가 무섭게 디즈니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디즈니에서 일하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건 뜻밖에도 '사람'이다. "디즈니를 일으켜 세운 '아홉 명의 거장'을 사사한 전설적인 감독 글렌 킨에게 배웠죠. 세대를 걸쳐 지식을 전수하는 디즈니의 전통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100년이 넘는 전통은 벽이 되기도 한다. "디즈니는 굉장히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어요. 큰 자산이죠. 하지만 그 유산 때문에 틀에 박힌 영화가 나오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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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괴물을 보고 놀라는 올라프(왼쪽부터), 크리스토프, 안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 감독은 "애니메이션=어린이 영화라고 여기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애니메이션은 장르가 아닌 도구이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예술적 표현 수단이에요." 디즈니를 다니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영화 연출을 전공한 것, 결국 디즈니를 그만둔 것 역시 보다 참신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됐다. "속편, 리메이크를 쏟아내는 프랜차이즈식 애니메이션이나 장난감으로 만들기 좋은 예쁜 공주와 귀여운 조수가 나오는 상품성 짙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좀 더 전복적이고 대담한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전 고다르나 트뤼포 같은 누벨바그 감독, 타르콥스키 감독 영향을 아주 많이 받았거든요."


올해 BIAF에 초청된 '아담과 개'(2011)는 디즈니에서 배운 애니메이션 기술과 대학원에서 공부한 아방가르드 예술을 접목한 결과물. 이 감독은 "제겐 상징적 작품이지만 지금 보면 한없이 부끄럽기도 하다"고 했다. 지금 그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오랜 전통으로 승부를 겨루는 디즈니와는 정반대예요. 백지상태죠. 그래서 더 두근거려요. 새 스튜디오에서 새 정체성을 만드는 일이니까요!"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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