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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드라마 수리남은 약과였다... 동포도 팔아먹은 마약왕 조봉행은

드라마 '수리남'에서 마약상 전요환 역할을 맡은 황정민. /넷플릭스

※이 기사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TV쇼 부문 글로벌 6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얻으면서 실제 사건도 재조명받고 있다.


‘수리남’은 한국 마약상이었다가 남미의 작은 국가 수리남으로 도피해 해외 마약상이 된 전요환(황정민)과 그를 잡는 국정원 요원(박해수)의 작전에 투입된 민간인 사업가(하정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 출신 국제 마약왕’으로 불리며 2011년 구속기소된 조봉행(70)의 실화가 바탕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사건을 담당했던 김희준 대표변호사(법무법인 LKB)는 13일 조선닷컴에 “사건 자체가 워낙 극적이라서 드라마의 좋은 소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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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마약왕 전요환(황정민·오른쪽)과 국정원 체포 작전에 협력하는 강인구(하정우). /넷플릭스

◇외국 국적 취득 후 국제마약조직 구축한 최초 사례

드라마에서 전요환은 한국에서 마약을 유통하다 수리남으로 향했지만 실제 조씨는 1994년 빌라건축을 빌미로 10억원을 사기 친 후 수사망이 좁혀오자 수리남으로 도주했다. 1980년대 선박냉동기사로 일하면서 수리남에서 8년간 체류한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1995년쯤 한국 여권 재발급을 시도했지만 지명수배 등 이유로 어렵게 되자 조씨는 미련 없이 국적을 포기하고 수리남 국적을 취득했다.


조씨는 “2004년 수리남 범죄조직의 제안으로 본격적으로 밀수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1980년대부터 형성한 수리남 내 인맥을 이용해 이전부터 마약거래를 해왔을 것이라고 봤다. 드라마에서 대통령과 긴밀한 전요환처럼 조씨는 “수리남 대통령과 친구 사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조씨가 수리남에 머물면서 우리나라로 따지면 상사 정도 계급이었던 군인을 알게 됐다”며 “그는 군인 신분으로 마약 밀매를 하던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어느 날 마약 밀매에 사용되는 선박이 고장 났고, 조씨가 이를 고쳐준 게 인연이 됐다. 나중에 그 군인이 쿠데타를 일으켜서 수리남 대통령이 됐다는 게 조씨의 이야기였다. 실제로 당시 수리남 대통령은 마약밀매 혐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던 마약사범 출신이었다. 김 변호사는 “조씨는 수리남에서 국빈처럼 살고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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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이 열연한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의 한 장면. 조봉행 조직에 속아 마약 운반책이 되어 프랑스령 교도소에 수감된 주부 장모씨 이야기를 그렸다. /CJ ENM

◇선량한 교포들을 운반책으로 이용

드라마에서 전요환은 종교 지도자로서 신도들을 마약 밀매에 이용하지만, 실제로 조씨는 수리남에 체류 중인 한국 교포들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이들은 한국에서 소위 ‘무대포’식으로 하위운반책을 포섭했다. 가정주부, 조경기술자, 용접공, 결혼준비 여성, 미용실 종업원 등 생활이 넉넉지 않아 해외 물정에 어두운 평범한 사람들이 표적이었다.


조씨 조직은 “보석 원석을 운반하면 해외여행도 시켜주고 400~500만원을 주겠다”며 100여 명을 유혹했다. 사실 가방에는 코카인이 들어있었고, 아무것도 모른 채 프랑스와 페루에서 검거된 4명은 대서양의 프랑스령 외딴섬과 페루 교도소에서 1년 6개월~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해야 했다. 이중 주부였던 장모씨의 이야기가 배우 전도연 주연의 영화 ‘집으로 가는 길’로 제작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영화 제작 당시 장씨보다는 조봉행에 초점을 맞추면 영화가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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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강력부장으로 2011년 조봉행 구속기소를 담당했던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 /LKB 제공

◇”실제 조씨, 평범하게 생겼다”

코카인을 배달시킨 조직의 우두머리를 찾으면서 조씨의 정체가 드러났다. 검찰은 2005년 조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의뢰했다. 2007년 수리남에서 사업하다 조씨에게 피해를 본 민간인 사업가가 국정원의 설득 끝에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드라마에서 전요환은 수리남에서 붙잡히지만 조씨는 2009년 브라질 상파울루 공항에서 체포됐다. 김 변호사는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협조해 범죄인 인도 조약이 체결되어 있던 브라질에서 거래하자고 꼬여 조씨를 체포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드라마에서는 살인도 저지르던데, 그런 건 아니었다”며 “평범하게 생겼었다”고 조씨를 기억했다. 고국을 등진 후 남미 최대 마약조직 ‘칼리카르텔’과 연계해 사상 최대 규모 코카인(당시 시가 1600억원)을 취급한 ‘국제 마약왕’ 조씨는 6년의 노력 끝에 2011년 국내로 압송됐다. 조씨는 사기, 마약밀수 등 혐의로 징역 10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출소한 뒤 행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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