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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두 집을 꽈배기처럼 꼬았다, 시누이·올케 함께 살아도 문제없네

부산 동래구 명륜동에 있는 동래향교 건너 구도심의 나지막한 주택가. 최근 베이지색 벽돌을 두른 4층(대지 187㎡, 연면적 396㎡) 건물 하나가 들어섰다. 겉에서 보면 모서리가 둥글 뿐 튀는 형태는 아니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반전이 펼쳐진다. 나선형 계단 두 개가 꽈배기처럼 건물 중앙을 휘감으며 두 집이 맞물려 있다.


이 집은 각자 맞벌이하면서 아이를 둘씩 키우는 추정희(44)·김선아(41)씨네가 공동 육아 위해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고 함께 지은 주택이다. 둘은 시누이 올케 사이. 선아씨 남편 추명균(42)씨가 정희씨 남동생이다. 이들이 붙인 집 이름은 ‘동동재’. “아이[童]가 함께[同] 뛰어놀며 자라는[動] 집”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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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명륜동 ‘동동재’ 외부. 1층 왼쪽은 가은이네, 오른쪽은 윤우네 집 현관문이다. /사진가 김용관

1층에 현관문 두 개가 나란히 있다. 왼쪽 문을 열고 정희씨 가족이 사는 ‘가은이네’로 들어섰다. 옥상까지 뻥 뚫린 지름 2m의 원형 중정이 나타났다. 이 중정을 중심축으로 나선형 계단이 뱅뱅 이어지며 꼭대기까지 연결됐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현관, 아이 방, 거실, 부부 방이 층마다 나타났다. 1층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가자 대칭형 집이 나왔다. 선아씨 가족이 사는 ‘윤우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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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용관 부산 명륜동 ‘동동재’ 내부. 지름 2m 의 원형 중정을 축으로 두 개의 나선형 계단을 꽈배기처럼 꼬아 두 집이 맞물리게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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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나선 구조가 적용된 부산 주택 '동동재' 개념도. /가온건축

설계는 EBS 프로그램 건축 탐구 ‘집’을 진행해온 부부 건축가 노은주·임형남(가온건축 대표) 소장이 맡았다. 재작년 겨울, 넷이 쉬는 날 맞춰 서울에 올라온 두 부부가 건축가에게 말한 조건은 크게 세 가지였다. “길 건너 동래향교 전망을 ‘공평’하게 나눠 가질 것, ‘사생활 보호’를 위해 동선을 철저히 분리할 것, 공동 육아를 위해 ‘공용 공간’을 둘 것.” 난제였다. 두부 자르듯 이등분하는 일반적인 땅콩집 형태로는 해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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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임형남(사진 오른쪽)·노은주(사진 왼쪽) 부부

“방송하면서 구경한 집이 250여 채라 집이라면 신물 나요(웃음). 의미 있고 실험 정신 일깨우는 프로젝트만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이 집이 그랬어요.” 두 건축가는 100만원을 걸고 사내 ‘현상 설계’ 이벤트까지 열었지만 묘수가 나오지 않았다. 2주간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어느 날, 임 소장이 유레카를 외쳤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떠올랐어요. 두 집이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해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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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나선 구조가 적용된 부산 주택 '동동재' 개념도. /가온건축

‘꽈배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두루마리 화장지의 종이 심처럼 집 한가운데를 뻥 뚫어 만든 중정은, 나선형 계단의 축으로 기능하면서 환기와 채광에도 적합했다. 뱅글뱅글 돌며 공간을 구성한 결과, 두 집이 향교 쪽 전망을 골고루 즐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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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재’ 내부. 지름 2m 의 원형 중정을 축으로 두 개의 나선형 계단을 꽈배기처럼 꼬아 두 집이 맞물리게 설계했다. /사진가 김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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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재’ 내부. 지름 2m 의 원형 중정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 본 모습. /사진가 김용관

밖에서 보면 두 집이 지그재그로 엇갈려 배치돼 있다. 정면에서 보면 왼쪽은 1층 가은이네 현관, 2층 윤우 방, 3층 가은이네 거실, 4층 윤우 부모님 방이 수직으로 나란히 있다. 오른쪽은 반대로 1층 윤우네 현관, 2층 가은이 방, 3층 윤우네 거실, 4층 가은이 부모님 방이 쌓여 있는 형태다. 함께 아이들 밥 먹이고 놀릴 수 있는 공용 공간은 1층 뒷면과 옥상에 마련됐다. 실내에서 다른 집으로 가는 유일한 방법은 양쪽으로 열리는 내부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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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재그로 두 집이 맞물려 있는 부산 주택 '동동재' 개념도. /가온건축

입주 한 달째, 사는 사람들은 어떨까. “친구들이 걱정해요. 시누이하고 어떻게 사느냐고. 그런데 엘리베이터 문만 잘못 열지 않으면 절대 동선 겹칠 일이 없으니 괜찮아요. 계단도 같이 안 쓰니까(웃음). 물론 관계가 나빴다면 애당초 집을 같이 안 지었겠죠.” ‘올케’ 선아씨가 환히 웃었다. “어른들은 헷갈리는데 애들은 전혀 안 헷갈린답니다. 집이 동심(童心)을 실험하는 것 같아요.” ‘시누이’ 정희씨 얘기다. 동동재. 어른을 아이의 마음으로 되돌리는 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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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명륜동 ‘동동재’ 외관. /사진가 김용관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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