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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by 조선일보

두 발로 걷는 고양이를 만나는 법

[이용한의 애묘일기]

‘서 있는 고양이’를 만나는 법

장난치거나, 위협하거나, 발이 시려 앞발을 들거나…

두 발로 걷는 고양이를 만나는 법 두 발로 걷는 고양이를 만나는 법

서 있는 고양이들, 펭귄 같기도, 미어캣 같기도 하다./사진 이용한

종종 고양이는 우리가 고양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상식을 조롱하듯 가볍게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선보이곤 한다. 이를테면 보란 듯이 두 발로 서 있거나 천연덕스럽게 두 발로 걷는 행동을 서슴지 않을 때, 우리는 무너진 상식에 기뻐하며 ‘이건 찍어야 해!’하면서 기꺼이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든다. 물론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십중팔구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치미를 떼고 도로 네발 동물이 되어 능청스럽게 카메라를 응시하는 고양이를 만나게 될 테지만.


그동안 나도 숱하게 서 있는 고양이들을 만났다. 더러 운이 좋아서 ‘원기옥 고양이’를 흉내 내는 멋진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카메라를 꺼내는 순간 허탕을 치기 일쑤였다. 사실, 서 있는 고양이를 찍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의도적으로 낚싯대나 나뭇가지를 흔들어 고양이를 유혹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로 혼자 고양이 밥을 주고, 혼자 고양이 사진을 찍는 나로서는 이것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한 손으로 나뭇가지를 흔들고, 한 손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게 순발력도 없는 내가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래서 그냥 나는 모든 걸 운에 맡기곤 했다.


다행히 산간 오지나 다름없는 다래나무집에는 나무도 많고, 그 많은 나무에 언제나 새(혹은 나비나 날벌레)가 날아와 고양이를 유혹했으므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면 나쁘지 않은 직립 고양이 사진을 얻을 수가 있었다. 더러 녀석들은 앞발을 모으고 펭귄처럼 서 있었고, 가끔은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어 새가 날아가는 방향을 응시했다. 우다다를 하거나 서로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도 자연스러운 직립 고양이를 만날 수가 있었다. 녀석들은 장난을 칠 때조차 두 발로 서서 상대를 위협하거나 허세를 부리곤 하는데, 이때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기묘한 직립 고양이를 만날 기회인 것이다.

두 발로 걷는 고양이를 만나는 법

서 있는 고양이를 포착해 찍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사진 이용한

과거 이웃 마을의 전원 고양이들은 마당에서 서로 장난을 치거나 떨어진 나무껍질을 가지고 노느라 툭하면 직립 자세를 선보이곤 했다. 심지어 어떤 녀석은 거짓말처럼 마당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녔다(정확히 다섯 걸음 정도 걸었다). 에이 설마 고양이가 그럴 리가 있나요? 어차피 그렇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 테니 사진을 보고 판단해보기 바란다.

두 발로 걷는 고양이를 만나는 법

눈밭 위를 직립 보행하는 고양이를 만난 적이 있다. 아마도 발이 시려워 앞발을 들고 걸어간 듯하다./사진 이용한

직립 고양이 중에 가장 믿을 수 없었던 장면은 언젠가 눈밭에서 ‘전설의 설묘’처럼 걸어가던 카오스 고양이였다. 성큼성큼 눈밭을 걸어가던 고양이. 이 사진에는 이런 비밀이 숨어 있다. 눈밭을 걸어가던 카오스 녀석이 중간에 발이 시렸던 모양이다. 갑자기 녀석은 앞발을 들어 올리고는 서너 걸음을 걸어가는 것이었다. 아주 짧은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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