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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살해한 로또 1등 당첨자 징역 15년

위치추적 10년도 명령

당첨금으로 차린 식당 안되자 남동생 집 담보로 대출

빚 못 갚아 동생과 다투다 ‘양아치’란 말 듣고 범행

법원, "동생 배우자에 용서받지 못해 엄중한 처벌 필요"


로또 1등에 당첨됐지만 사업 실패로 빚 독촉에 시달리다 남동생을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 남성은 당첨금 일부를 동생에게 줬는데, 이후 사업에 어려움을 겪자 동생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하지만 돈을 갚지 못해 갈등을 빚다 결국 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동원)는 25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 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친동생 B(당시 49세)씨의 목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강동원 부장판사는 “미리 준비한 칼로 잔혹하게 살해된 피해자의 죽음을 지켜본 B씨의 처와 자녀들이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동원 판사는 “A씨의 모친이 고인이 된 B씨의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했다”며 “사실혼 관계였던 B씨 부부가 법적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런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B씨 아내의 의견을 듣지 않고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한 탓에, B씨의 아내와 자녀들은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A씨의 모친이 처벌 불원서를 내면서 선처를 호소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B(당시 49세·빨간 원)씨가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다. B씨의 아내는 사건 발생 직후 달려와 남편의 상처 부위를 막고 지혈을 시도했다. B씨는 이날 친형 A(59)씨에게 살해됐다./인근 CCTV 캡처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B씨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B씨는 이 전통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했다. 주변 상인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A씨는 “내가 죽였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리 형제는 원래 우애가 깊었다”며 “술을 마시고 동생과 다투다가 서운한 말을 해서 홧김에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우애가 깊었던 형제의 비극은 지난 2007년 A씨가 로또복권을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로또 1등에 당첨된 A씨는 세금을 떼고 12억원가량을 손에 쥐자 1억5000만원을 B씨에게 줬다. 다른 형제 2명에게도 각각 1억5000만원을 줬다.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 원을 줬다. B씨는 형이 준 돈과 자신의 돈을 합쳐 집을 샀다.


A씨는 나머지 당첨금 7억원 중 일부를 투자해 정읍에 정육식당을 열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장사가 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수억 원을 빌려줬다 떼이기도 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A씨는 결국 동생 B씨에게 손을 벌렸다. 두 사람은 B씨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원금과 이자를 A씨가 내기로 합의했다. A씨는 대출받은 4600만원을 식당 영업자금으로 썼다. 하지만 이후에도 A씨의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식당은 폐업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A씨는 범행 전 몇 달간 매달 대출이자 25만원도 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오후 4시9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119 구급대원들이 흉기에 찔려 쓰러진 B(당시 49세)씨에 대해 응급 처치를 하고 있다./인근 CCTV 캡처

담보로 집을 잡힌 B씨에게 은행의 빚 독촉이 이어졌다. B씨는 A씨와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사건 당일 오전에도 두 사람은 채무 변제를 두고 전화로 심하게 언쟁을 벌였다. B씨는 A씨에게 ‘양아치’라는 욕설까지 했다. 이에 격분한 A씨는 정읍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고 동생 가게가 있는 전주에 갔다. 그리고 승강이를 벌인 끝에 대드는 B씨에게 정읍 식당에서 가져간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목과 등을 흉기에 찔린 B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인 0.16%였다.


사건 당시 주변 방범카메라를 보면, B씨의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둘째 딸이 가게에 있었다. 이들은 A씨 형제가 말다툼을 벌어지자 인근 가게로 피했다. 첫째 딸(중학생)은 현장에 없었다. B씨의 아내는 남편이 흉기에 찔려 쓰러지자 달려와 상처 부위를 막고 지혈을 시도했다. 당시 사건 현장에 있던 인근 상인은 “A씨가 가게에 오자마자 B씨 딸의 것으로 보이는 인형을 흉기로 갈기갈기 찢었다”며 “B씨가 거세게 항의하며 ‘나를 찌르라’고 하자, A씨가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김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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