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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by 조선일보

데뷔 53년차가 막내… ‘대학로 방탄노년단’을 아십니까

[티켓파워 센 원로배우 7인]

이순재·백일섭의 연극 ‘아트’

개막도 전에 출연 회차 매진돼

오영수·박정자 ‘러브레터’

공연 저울 같은 캐릭터 분석이 강점

중 ·장년 관객 비율 40% 이상

“연기력 검증돼 안심하고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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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어왕'의 이순재. 방탄노년단의 리더인 이 노배우는 틈날 때마다 미국 대통령 이름을 1대 조지 워싱턴부터 46대 조 바이든까지 암송하면서 기억력 쇠퇴를 방어하고 있다. /파크컴퍼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폐막한 연극 ‘햄릿’은 놀랍게도 수익이 났다. 대극장에 올린 비극(悲劇)이 출연진의 코로나 확진으로 10회나 공연을 취소하고도 흥행한 것이다. 객석은 80% 이상 판매됐다. 권성덕·김성녀·유인촌 등 역대 이해랑연극상 수상자 10명을 보러 중·장년부터 젊은 관객까지 남산 오르막을 올랐다. “무대를 평생 지켜온 배우들을 향한 기립 박수가 매회 터졌다. 흥행에도 성공했으니 노병(老兵)은 죽지 않았다.”(연출가 손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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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햄릿'의 배우 박정자, 손숙, 손봉숙, 길해연, 윤석화(왼쪽부터) /신시컴퍼니

연극 동네에 ‘대학로 방탄노년단’이라는 신조어가 최근 등장했다. 데뷔한 지 50~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맹활약 중인 원로 배우 7인을 지칭한다. 결례를 용서하시라. BTS처럼 호명하면 순재, 구, 정자, 일섭, 영수, 숙, 동환(나이순). ‘여든일곱 살의 리어왕’, 연극계의 대모, 골든글로브 수상자도 들어 있다. 최여정 공연칼럼니스트는 “평균 연령이 80세인 방탄노년단은 영화나 드라마로 친숙한 얼굴이고 연기력도 검증됐다”며 “관객이 안심하고 선택하게 하는 이름들”이라고 했다<그래픽 참조>.


연극 ‘아트’(9월 17일부터 예스24스테이지)는 개막하기도 전에 이순재·백일섭이 출연하는 회차가 매진됐다.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얼마나 쉽게 깨지고 극단으로 치닫는지 보여주는 블랙 코미디. 시니어 팀(이순재·백일섭·노주현)을 향한 예매는 폭발적이다. 방탄노년단 리더 이순재는 티켓파워를 거듭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시간 20분 길이의 연극 ‘리어왕’을 전 회 매진시키고 앙코르 공연까지 올렸다. 현역 최고령인데 홀로 리어를 맡아 31회를 모두 책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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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트' 시니어 팀 이순재, 노주현, 백일섭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나인스토리

방탄노년단에서 가장 글로벌한 멤버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1번 참가자 오영수다. 그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연극 ‘햄릿’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준 박정자와 올가을 ‘러브레터’(10월 6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를 띄운다. 남녀가 50여 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들로 이뤄진 연극. 오영수·박정자는 실제로 1971년 극단 자유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사이다. “아름다운 계절에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어 뜻깊게 생각한다”고 오영수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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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러브레터'의 오영수와 박정자. 남녀 주인공 앤디와 멜리사가 관객을 향해 편지를 읽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이라 두 배우의 섬세한 표현력과 연기 호흡이 요구된다. /파크컴퍼니

연극 ‘장수상회’(9월 17~18일 용산아트홀)에는 이순재·손숙·백일섭 등 방탄노년단 멤버 3명이 나온다. 해병대 출신으로 장수상회에서 일하는 독거노인 성칠과 앞집에 이사 온 상냥한 꽃집 주인 금님이 남녀 주인공. 2016년 초연 후 국내외 60여 도시를 마라톤처럼 달려온 흥행작이다. 손숙은 “효도 공연으로 부모님을 모셨다가 연극에 재미를 붙이는 30~50대 관객도 많다”며 “제목처럼 장~수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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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연극 '장수상회'에 출연하는 이순재, 손숙, 백일섭, 박정수 /쇼앤텔플레이

그들이 수월한 연극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최고 흥행작은 신구·오영수가 무신론자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한 ‘라스트 세션’이었다. 신구는 30일 한전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두 교황’으로 건너가 교황 베네딕토 16세로 180도 변신한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햄릿’ 등을 지나온 정동환(교황 프란치스코)과 격렬하고 지적인 논쟁을 벌일 참이다.


방탄노년단은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저울 같은 캐릭터 분석이 강점이다. 관객 분포를 위로 바람직하게 확장시키고 후배 배우들에겐 등대 역할을 한다는 평도 받는다. 여느 공연은 40~50대 관객 비율이 25%에 불과하지만 방탄노년단이 떴다 하면 40%대로 치솟는다. ‘햄릿’ ‘두 교황’ ‘장수상회’가 그렇고 ‘러브레터’는 그 수치가 60%를 돌파했다. 평소 연극과 담쌓고 지내던 중·장년 관객을 극장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대학로 방탄노년단이다.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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