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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공정위는 왜 조건부 승인했을까

[WEEKLY BIZ] 경제학자처럼 생각하기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대해 조건부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 회사 간 합병은 인정하되, 두 회사가 합병하면 독점이 되는 인천~LA 등 노선을 반납하라는 내용이다. 공정위가 반납을 요구하는 노선이 인천~뉴욕·LA, 부산~나고야·칭다오 등 항공사 수익에 직결되는 알짜 노선이라 논란이 됐다.


조선일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4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여객기가 보인다. /연합뉴스

경제 시장 구조 이론에서 다수의 사업자가 있는 경쟁시장일 때 상품 가격이 가장 낮고 소비자의 이익이 크다. 독점시장이 될수록 상품 가격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이익은 낮아진다. 경쟁시장이었다면 소비자에게 돌아갈 몫이 독점시장에서는 사업자에게 넘어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독점규제법을 만들어 시장의 독점화를 방지해왔다.


독점을 규제하는 이론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어느 한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방법이다. 가령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이 되는 것 자체를 금지하는 식이다. 이를 구조주의라 하는데, 20세기를 전후해 독점규제법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적용된 방식이다.


둘째는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다. 독점의 문제점은 경쟁시장에서보다 상품 수가 감소하고 가격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독점이 되기는 했지만 상품 수와 가격이 변동이 없다면 소비자가 손해 될 것은 없다.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면 규제하지만,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다면 독과점이 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런 식으로 독과점 규제를 하는 것을 행태주의라 한다. 이것이 현대 경제에서 독과점 규제의 기본 원리다.


이 두 가지 전통적인 독과점 규제 이론 외에 최근 한 가지가 추가됐다. 구글⋅페이스북 등은 독과점적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서비스의 이용 요금은 무료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보기 힘들다. 행태주의 입장에서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빅테크 기업들은 독점기업으로서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하고 있다. 가격이 0원이라 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여러 기업이 존재할 필요가 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이론이 신구조주의이다.


이 세 가지 이론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을 각각 살펴보자. 구조주의에 의하면 통합 항공사의 알짜 노선 독점은 인정될 수 없다. 다른 항공사에 노선권 일부를 넘겨야 한다. 구조주의에서는 애초에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자체도 인정될 수 없다. 행태주의에 의하면 인천-LA 독점은 인정하되 항공 요금 상승, 서비스 저하가 이루어지지 않게만 하면 된다. 신구조주의에 의하면 인천~LA 노선 등은 원래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만 선택할 수 있었으니 소비자의 선택권 감소는 없다. 무엇보다 외국 항공사를 이용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선택권은 그리 큰 문제가 안 된다.


즉, 공정위의 결정은 구조주의를 바탕에 두고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결정이 합당한지, 어떤 이론에 근거해 이 합병을 처리하는 게 좋을지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최성락 SR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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