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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이어 한동훈도 찾았다...구인사, 어떤 곳이길래

[김한수의 오마이갓]

단양 소백산에 위치한 천태종 총본산


조선일보

천태종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 전경. 좁은 계곡 양쪽으로 건물이 빼곡히 서있다. /천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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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충북 단양 구인사(救仁寺)를 방문하면서 이 사찰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작년 10월까지 3차례 방문한 사찰에 한 위원장도 방문한 것이죠.


구인사는 대한불교천태종의 총본산(總本山)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조계사 같은 사찰입니다. 한 위원장이 이날 구인사를 찾은 이유는 천태종의 중창조인 상월원각(1911~1974) 대조사 탄신 112주년(음력 11월 28일) 기념 법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법회에서 한 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지난 여름 잼버리 때 태풍을 피해 조기 퇴영한 참가자 1500여명을 구인사가 수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천태종과 구인사의 선한 영향력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따뜻한 공동체 의식이 더 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구인사는 천태종 신자들과 단풍철 등산객들에겐 유명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에 널리 알려진 사찰은 아닙니다. 우선 방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구인사는 ‘지나는 길’에 들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닙니다. 단양읍에서도 자동차로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입니다. 마음 먹고 시간을 할애해야 방문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조계사나 명동성당처럼 정치인들이 자주 찾는 방문지는 아니었습니다. 지난 2015년 6월 개산(開山) 70주년 법회 때는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참석했고, 2016년 12월 26일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05주년 법요식에는 당시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참석했지만 매스컴의 많은 조명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그랬던 구인사가 윤석열 정부 들어 부쩍 매스컴에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선 윤 대통령 스스로 구인사를 자주 방문했습니다.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과 12월 찾았고, 작년 10월에도 방문했습니다.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5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는 부인 김건희 여사가 대신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202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윤 후보가 두 번째로 구인사를 찾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구인사를 방문한다는 것은 최소 1~2개의 일정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상월원각대조사의 탄신 기념일이라고 해도 2개월만에, 그것도 대선 레이스에 바쁜 연말의 마지막 날 구인사를 다시 찾았다는 것은 윤 후보에게 이곳이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불심(佛心) 잡기’를 위한 것만은 아닌 느낌이었지요. 윤 대통령이 왜 구인사를 여러 번 찾았는지는 지난해 12월 14일 천태종 총무원장 덕수 스님을 예방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황 수석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0월 단양 구인사에서 기운을 받고 힘을 얻었다. 구인사에 꼭 가보라’고 권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구인사를 찾은 작년 10월 19일은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10월 11일) 직후였지요. 윤 대통령은 구인사에서 뭔가 응원의 기운을 받고 위로를 받는 모양입니다.



조선일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 광명전에서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탄신 112주년 봉축법회에 참석했다. /뉴스1

구인사를 방문해보면 일반적인 국내 사찰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한국의 사찰은 대부분 산의 넓은 경사면을 따라 축대를 쌓고 계단식으로 전각이 들어서 있습니다.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 해탈문 등 다양한 문을 거치면서 대웅전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높아지는 구조이지요.


일반적인 사찰에 비해 구인사는 ‘조금씩’이 아니라 ‘급격히’ 높아집니다. ‘이렇게 좁은 계곡에 사찰이 있다니’ 싶을 정도로 폭이 좁은 계곡을 따라 양옆으로는 높은 콘크리트 건물 50여 동이 빈틈 없이 서있습니다. 해발 600미터 꼭대기에는 금박 단청을 입힌 3층 목조 건물인 대조사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계곡 입구부터 여러 전각을 거쳐 올라가면서 마지막에 대조사전을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 대조사전 앞마당이나 뒷산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좁은 계곡 사이로 소백산의 봉우리들이 죽 이어지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구인사는 풍수적으로는 ‘금계포란(金鷄抱卵)형’의 명당이라고 합니다.


구인사의 역사를 보면 왜 좁은 골짜기에 자리를 잡았는지 이해가 됩니다. 구인사는 상월원각 대조사가 1945년 이곳 소백산 연화지(蓮花地)에 초가집을 짓고 수행한 것에서 비롯됩니다. 강원 삼척 출신인 상월원각 대조사는 1930년대 중국과 티베트의 성지를 순례한 후 귀국해 소백산에 자리를 잡았고, 1951년 음력 12월 28일 깨달음을 얻었다고 천태종은 밝힙니다.


이후 ‘구인사에서 3일 기도하면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강원도와 충북 지역을 중심으로 신도가 늘고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계곡을 따라 건물이 계속 들어서면서 지금 같은 사찰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이 모든 건물에 사람이 들어차면 최대 5만 6000명까지 수용 가능하다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이 되시겠지요. 여름과 겨울 안거(安居) 때에는 재가자(일반인)가 1000명씩 수행한다고 합니다.


이색적인 모습도 많습니다. 구인사는 일찍부터 아스팔트 밑에 열선(熱線)을 깔았습니다. 덕분에 눈이 많이 내리는 소백산 자락에 위치하고 경사까지 급하지만 길이 얼지 않아 겨울에도 도보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계곡이 좁다보니 일반 자동차의 출입은 되지 않고 주차장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구인사 입구까지 다니고 있지요. 우편취급국도 따로 있습니다.


구인사를 시작으로 천태종은 서울 관문사, 부산 삼광사 등 전국 350개 사찰, 250만 신도를 갖춘 종단으로 성장했습니다. 스님 숫자는 500명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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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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