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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령 보물선' 띄운건… 사기꾼과 연인, 그리고 감방동기

'돈스코이호 인양' 신일그룹 핵심들, 모두 류 前회장과 연관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號) 인양을 미끼로 투자를 받아온 신일그룹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서자 8일 투자자들의 항의와 문의가 이어졌다. 경찰이 전날 신일그룹 서버를 압수 수색하자 회사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신일 측은 투자자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에 "신일골드코인 해외 상장(上場)을 위해 서버를 해외로 이전하는 작업이 시작됐다"고 했지만 상당수 투자자는 이를 믿지 않았다.


신일그룹은 1905년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돈스코이호에 150조원 가치의 금괴가 실려 있다며, 이를 담보로 신일골드코인이라는 가상 화폐를 팔았다. 배가 인양되면 코인의 가치가 폭등한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을 '가상 화폐 투자 빙자 사기'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중 베트남에 체류 중인 류모(43)씨를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에 참여한 신일그룹 핵심 관계자들 역시 류씨를 중심으로 류씨의 가족이나 '교도소 동기' 등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지난 7일 이들 중 5명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류씨는 '유지범'이라는 가명을 쓰며 싱가포르신일그룹 회장으로 활동했다. 과거에는 자신을 필리핀의 한 대학 경제·경영학부를 졸업하고 미국과 베트남에서 건설·투자 회사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수년 전 다른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자 해외로 도주해 현재 베트남에 머물고 있다. 10년 전쯤에는 사기 혐의로 실형을 받고 의정부 교도소에서 복역한 적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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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그룹 최모(52) 대표와 김모(51) 부회장은 당시 류씨와 같이 복역한 교도소 동기들로 알려졌다. 이들과 함께 복역했다는 한 인사는 "류씨는 부동산 사기 전문인 김씨와 사기 전과가 여럿인 최씨와 가까워졌다"고 했다.


신일그룹 핵심 인사 가운데는 류씨의 가족이나 전 동거인도 있다. 투자나 자금 쪽을 맡았다. 류모(48) 신일그룹 전 대표는 류씨의 누나다. 신일골드코인이라는 상호를 특허청에 등록했다. 신일그룹이 인수를 추진한다고 해 주가가 급등했던 제일제강 지분 인수에도 참여했다. 투자자 모집·관리를 맡았던 신일그룹 A 이사는 과거 류씨와 동거했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대표나 부회장급이 아닌 '이사'급에서는 유일하게 A씨 집을 압수 수색했다.


류씨의 동업자 그룹도 있다. 신일그룹국제거래소 유모(64) 전 대표, 허모(57) 대표가 대표적이다. 유 전 대표는 류씨가 '보물선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류씨에게 동업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다른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다가 지난 7월 징역 10개월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유씨에 이어 대표가 된 허씨는 유씨의 운전기사 출신이다.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 설립을 컨설팅해 주는 브로커에 신일그룹 설립 문제를 문의하기도 했다.


경찰은 류씨가 베트남에서 전화나 메신저 등으로 업무를 지시하면 이들이 일을 나눠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투자자 상담은 언변(言辯) 좋은 류씨가 맡았다. 투자자들에게 '070'으로 시작하는 회사 번호를 안내해 베트남에 머물며 전화로 상담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류씨가 일인다역(一人多役)을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신일그룹 박성진 홍보팀장', 류씨에 이어 싱가포르신일그룹 회장을 맡은 '송명호 회장'이 류씨와 동일인이라는 주장이다. 류씨의 음성을 아는 사람들이 이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류씨의 1인 사기극에 한 달 가까이 한국 사회가 들썩인 셈이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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