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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가 전쟁터 있는지도 모르는 홀어머니, 모시러 돌아가고 싶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중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포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훈련으로 알고 파병되었으나 전쟁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전투 중 겪은 경험을 살펴봅니다.

[우크라 포로된 북한군 / 정철환 특파원 인터뷰] [2] 21세 소총수 백씨


편집자주 본지는 이번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인터뷰 보도 과정에서 포로의 실명을 밝히지 않고,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일부 정보 역시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이는 전쟁 포로에 관한 국제법 규정 등에 따라 포로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조치입니다. 그러나 사진·동영상은 이미 우크라이나 정부가 두 사람 얼굴을 여러 차례 드러냈고, 한 달 이상 세계적으로 퍼져 모자이크 등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판단해 편집 회의를 거쳐 모자이크 없는 사진과 동영상을 쓰기로 결정하였음을 알립니다. 본지가 공개한 포로의 개인 신상 관련 정보 중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공개하지 않은 사실은 없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9일 생포한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 두 명을 본지가 우크라이나의 한 포로수용소에서 최근 만났다. 파병 북한군 포로의 첫 언론 인터뷰다.


소총수 백모(21)씨는 본지 19일 자에 인터뷰가 게재된 정찰·저격수 리모(26)씨와 하나 건너 옆방에 수용돼 있었다. 이름을 부르면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였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 백씨에게 “다른 북한군 포로에 대해 들어봤느냐”고 물으니 눈을 크게 뜨며 “모른다. 들어 본 적 없다”고 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양손에 붕대를 감고 나왔던 백씨는 이후 나온 여러 건의 신문(訊問) 동영상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리씨가 턱 부상으로 한동안 말을 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백씨는 대신 총격으로 왼쪽 정강뼈가 부서지는 큰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아 거동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금속제 외(外) 고정 기구를 이용해 뼈를 붙잡아 놓은 모습이 보였다.


그는 “크게 움직이지는 못한다. (화장실 등) 용무는 이 안에서 다 해결한다”고 했다. 예전 영상과 비교하면 손에 감았던 붕대는 풀고 혈색도 좋아진 모습이었다. 스웨터는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 속에서 보았던 것과 같았다. 백씨는 우크라이나가 처음 공개한 동영상에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다 좋은가요? 여기서 살고 싶어…”라고 했었다.


백씨는 입대한 지 10년이 됐다고 말한 리모씨와 달리 소속 분대에 전입한 지 얼마 안 된 신병이었다. 2021년 5월에 입대해 3년간의 훈련을 거치고, 자대(정찰총국)에 배치된 지 5개월 만인 12월에 폭풍군단 소속으로 러시아로 보내졌다고 했다. 들은 이야기는 “훈련을 실전처럼 하러 간다”가 전부였다. 파병에 대한 설명·동의 과정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온 기자”라는 소개에 덤덤히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질문에는 한참 생각하고 말을 아끼는 눈치였고, ‘엘리트 군인’의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고향에 두고 온 홀어머니(50) 이야기를 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미래 계획으로 기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히는 스물한 살, 효심 깊은 평범한 한반도 청년이기도 했다. 다음은 백씨와의 일문일답.


-전에 사진을 보니까 손에 붕대를 감았던데, 손은 괜찮은가요.


“아, 그거 뭐 그래서가(다쳐서가) 아니고, 뭐… 다른 일이 있을까 봐.”


-혹시나 안 좋은 마음 먹을까 봐요?


“네.”(북한군은 포로로 잡히면 자폭하라고 교육받는다. 그는 “이제 그런 생각 안 하지요?”라고 묻자 조용히 웃기만 했다.)


-처음에 여기로 올 때 상황이 기억나십니까.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라는 것보다도, 어쨌든 내가 포로가 됐으니까 그 정신적 압박감이 더 컸습니다.”


-포로가 되면 어떻게 하라고 교육받았습니까.


“(침묵)”


-부모님 많이 보고 싶으시죠.


“네….”


-두 분 다 살아 계시는지요. 형제자매는.


“어머니만…. (형제는) 없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군대 나오는 해에…. 편찮아서 치료도 받고 그랬는데. 그렇게 됐습니다.(돌아가셨다는 뜻.) 그땐 내가 군대 나오기 전이니까. 군대 나오기 전달….”


-아버님께선 어떤 일을 하셨습니까.


“의사셨습니다.”


-군 생활하면서 어머니 자주 뵐 수 있었나요.


“아닙니다.” (그는 한 번도 못 봤는지 다시 확인하자 “예”라고 했다. 몇 년간인지 묻자 “올해까지 4년째…”라고 했다. 어머니가 러시아에 와 있는 사실도 모르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했다.)


-지금 속한 부대가 ‘폭풍군단’이죠.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그는 “폭풍군단이 아무나 갈 수 없는 부대고 우수한 인재만 뽑는다고 들었다”고 묻자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다시 소속을 묻자 정확한 소속은 “정찰국”이라고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입대했나요.


“물론 대학부터 갈 수도 있었지만 먼저 군에 갔다가 군대 경력을 갖춘 다음에 그 후에 대학을 가기로 했습니다.”


백씨는 러시아에 “(지난해) 11월”에 왔다고 했다. 쿠르스크에 온 날은 “1월… 1월 3일 날”이라고 기억했다. 쿠르스크에 온 지 한 주 만인 9일에 부상을 당하고 포로로 붙잡힌 것이다.


-러시아 오기 전에 의사를 물어보거나, 동의하는 과정 이런 거는 전혀 없었나요?


“없었습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쿠르스크에 투입되니 어땠습니까.


“어쨌든 난생처음으로 외국에 왔으니까, 전투 참가하기 전까지는 그런 붕 뜬 마음이랄까…. 무서운 건… 옆에서 (전우들이) 쓰러지는 것도 보이고…. 그래도 뭐 무서운 것도 몰랐고.”


-같이 생활하시는 분이 몇 분이나 됐나요.


“열 명 정도가…. (같이 있던 병사들이) 부상당해서 이렇게 후송당하고, 전사도 하고…. 절반도 안 되는 인원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렇게 북한군 희생이 많이 나리라고 예상하셨나요.(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북한이 약 1만2000명을 파병했고 그중 4000명이 죽거나 다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네. 전쟁이니까. 희생이 무조건….”


-전투용 드론(무인기)이 나타나면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사격해서 떨구는 걸로. 러시아군이 전투하는 경험담이라든가 그런 것을 듣게 되면 뭐… 무인기 피해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란 말입니다. 그리고 무인기에 대처하는 거는 은폐지에 들어가거나, 무인기를 피해서 달아나는 그런 경험을 (러시아군은) 말해주던데… 우리 군대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쏴가지고 다 떨궜다 말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라고 교육을 받으셨나요.


“교육을 받기보다도, 대체적으로 우리 조선(북한) 군대는 좀 사격술이 괜찮으니까, 다 쏴서 떨굴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군은 전사한 북한군 수첩에서 발견했다며 북한군이 ‘인간 미끼’로 드론을 유인하고 나머지가 이를 쏘아 떨어뜨리는 전술을 쓴다고 밝혔었다. 백씨는 그러나 “한 사람이 드론을 끌고 유인을 하면 다른 사람이 쏴서 맞히고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요”라고 묻자 “그건 처음 들어봅니다”라고 했다. 드론이 빨라서 명중시키기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엔 “무인기 맞추기 수월합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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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서 지내는 건 어땠습니까.


“먹는 거나 입는 거는 하나 불편이 없습니다.”


-어머니 때문에 북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있나요.


“그거야 뭐…(쓸쓸한 웃음).”


-본래 제대하고 나서 장래 희망은 무엇이었나요.


“제대해서 대학 가서, 말하자면 간부랄까… 그런 일꾼을 하려고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업 같은 걸 운영하는….”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한참 생각) 물론 첫째는 고향에 가고픈 생각이고….”


-어머니 걱정이 많이 되어서죠. 그리고?


“만약 그렇지 못할 때는 (한숨)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생각 중입니다.”


-대한민국 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셨나요?


“고향으로 가지 못할 경우에는 그것도 생각해서….


-어머님은 무엇을 원하실까요.


“(고개를 천천히 끄덕임) 부모님 심정으로서, 아들이 어디서 살든 행복하게 지내면 부모님들도 만족해 하시겠지만 또 내 단계에서 생각할 때는 부모님들 소식도 모르고 이렇게 나만 행복해 가지고는 또 마음에 걸리고….”


-어머님과 헤어질 때 마음이 너무 아팠겠습니다.


“네.”(입을 굳게 다묾.)


☞北 병사를 읽는 3개 키워드


폭풍군단


북한 특수작전군 예하의 정예 특수부대. 한국 특수전사령부(특전사)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규모가 더 크고 작전 범위가 넓다. 전체 병력 규모는 4만~8만명이고 10~20대의 젊은 군인으로 구성됐다고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쿠르스크에 파병한 북한군 중 상당수가 이 부대 소속이라고 알려졌다.


정찰총국(정찰국)


북한의 해외 정보기관. 2009년에 설립돼 대외 공작 활동을 총괄한다. 군사 첩보 수집, 테러 활동, 요인 암살 등의 활동을 수행하며 최근엔 사이버 공격을 통한 자금 갈취로 국제적 악명을 떨친다. 미국 등 주요국 제재 목록에 올라 있다.


쿠르스크주(州)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접경지. 원자력 발전 시설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를 침공하지 않고 자국 영토를 방어하기만 한다는 기존의 원칙을 깨고 지난해 8월 쿠르스크로 진격했다. 이후 파병된 북한군은 대부분이 쿠르스크에 투입됐다고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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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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