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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by 조선일보

다음 生 있다고 여기면… 우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신작 장편 ‘기억’으로 서점가 휩쓴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생물학, 뇌과학, 우주과학을 넘나들며 독창적 문학 세계를 구축해온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59)의 장편 ‘기억’이 지난 5월 국내 출간된 이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시사주간지 과학 기자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쓰는 그의 첫 소설 ‘개미’는 500만부 넘게 팔렸고, 소설 10여 권을 합치면 총 2000만부 넘게 판매됐다. 베르베르는 “내 문학의 한 축이 좌뇌의 과학이라면, 또 다른 축은 우뇌에서 오는 영성(靈性)”이라며 도교를 비롯한 동양철학에도 심취해왔다. 소설 ‘기억’은 역사 교사인 주인공이 최면을 통해 100차례 넘는 전생의 기억들을 만나며 인류사의 이면(裏面)을 파헤치는 모험담. 파리에 사는 작가를 이메일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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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기억, 환생의 문제를 소설화했나. “인간의 삶이 현생에 국한되지 않고 전생, 내생과 이어져 있다고 하면 우리의 존재를 상대화해 바라볼 수 있지 않겠나. 가령 시험을 치르는 것과 비슷하다. 자신이 쓴 답이 오답이었음을 알고 나면 누구나 다음 시험에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생의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는 더 나은 생을 살 수 있다. 환생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풍성하게 확대해준다.” ―소설에서 당신은 역사 교육의 문제를 지적한다. “학교에서 배운 공식 역사는 늘 의문을 품게 했다. 따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교과서에서 말하지 않는 사실도 존재함을 깨닫게 됐다. 가령 루이 14세는 알려진 바와 달리 명군이 아니란 사실처럼. 그는 수차례 전투에서 패한 지도자였고, 베르사유 궁전 건설 과정에서 수많은 백성을 죽게 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통치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는 이런 점을 간과한다.” ―역사의 다른 버전을 제시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인가. “역사 인식의 새 관점을 제시하는 것도 작가의 역할이다. 정치 선동을 목적으로 역사가 얼마나 숱하게 날조돼 왔는지 확인하는 일은 흥미롭다. 가령 공산국가들이 역사를 어떻게 날조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것도 바로 그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선 역사적 인물의 평가 기준을 인종차별에 두고 동상을 철거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모든 역사엔 긍정과 부정의 관점이 있다. 콜럼버스는 유럽인의 관점에서 보면 신대륙의 발견이지만 아메리카 원주민 입장에서는 침략이다. 그렇다고 오늘날 우리가 그를 살인자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언제고 균형이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다. “작가란 직업이 본래 고독해서 격리 상황이 힘들진 않다. 아침마다 바깥바람 쐬며 카페에 앉아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뿐. 나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 우선 현실이 종종 우리의 믿음과는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코로나 확산 이후 우리 삶으로 급격히 들어온 원격 소통과 원격 노동, 원격 교육도 인류에게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직장, 학교와의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지 않게 되니 인구의 도시 집중이 해소되지 않을까.” ―캐나다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초월적 존재일지도 모르는 누군가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다”고 했다. “우린 누구나 자기 자신이 만든 신화의 주인공 아닌가. 코로나가 퍼지고 포퓰리즘이 득세하지만 나는 이 세계가 완벽하다고 믿는다. 이 완벽한 세계 속에서 나는 작가로서 아이디어를 찾고, 소통을 시도하고, 끊임없이 미래에 나 자신을 투사한다. 내가 한국인들을 좋아하는 건 한국인들이 가진 미래 지향성, 그것에서 비롯된 창의성 때문이다. 근래 한국 영화가 이룩한 위대한 성취를 전 세계가 눈으로 확인한 것처럼.” ―당신은 이 소설을 쓰려고 퇴행 최면을 경험했다. 환생과 윤회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정신과 육체, 환생과 영혼에 대해 나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성찰의 소재로 삼을 뿐. 과학이 아닌 철학의 영역에 속한다는 의미다. 신의 존재와 빅뱅이 가정이듯, 그들을 가정으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나는 인류와 역사에 질문을 던진다. 해답을 찾는 건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박해현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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