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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출근! 정의선처럼 댄디하게 입을까, 정용진처럼 딱붙게 입을까?

[아무튼, 주말] 보수적인 회사에 다닌다고?

엔데믹에 어울리는 옷입기

조선일보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로 편안한 댄디룩을 보여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넉넉한 정장으로 미국식 중후함을 선호하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몸에 딱 붙는 패션을 즐기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부터). / 뉴스위크·남강호 기자·정용진 인스타그램

하늘색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 살짝 걷어올린 소매와 넥타이 없이 단추 두 개를 푼 칼라.


지난 12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에서 ‘자동차 산업의 파괴적 혁신가’상을 받으며 표지에 등장한 의상이다. 이는 편안하고도 댄디한 직장인 패션의 정석(定石)에 가깝다. 지난 2019년 정 회장이 현대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 프레젠테이션에서 입은 청바지와 면티 패션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 바로 알 수 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정장에 셔츠, 넥타이를 매고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최근 회사마다 비즈니스 캐주얼을 요구하는 곳이 많지만, 셔츠에 넥타이는 역시 고리타분하다. 그렇다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을 수도 없다. 가장 패셔너블하게 소화하기 어려운 바지가 바로 청바지이기 때문이다.


회사, 특히 분위기가 보수적인 회사에서 안전하게 옷 입는 방법 중 하나는 상사의 패션을 참조하는 것.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오너룩을 분석했다.

댄디룩 적중한 정의선

정 회장처럼 면바지와 셔츠를 입을 때는 밝은 톤으로 가는 것이 좋다. 몸의 축소 효과를 노린다고 짙은 색을 입으면 칙칙해보일 수 있다. 인상도 날카로워 보인다.


지난 27일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재계 순위 2위에 오른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패션을 보면 알 수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제주 서귀포시 포도뮤지엄을 방문했을 때는 베이지색 면바지에 밝은 하늘색 체크 셔츠를 입었지만, 지난 3월 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짙은 카키색 면바지에 데님색 셔츠를 입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일 뿐이지만, 밝은색으로 코디한 전자가 훨씬 세련돼 보인다.

이재용과 정용진의 차이

베이지색 면바지에 하늘색, 혹은 흰색 셔츠는 직장 여성들도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다. 특히 작년부터 걸그룹 다비치 강민경을 중심으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패션이기도 하다. 이 스타일은 최근 베를린 영화제에서 ‘소설가의 영화’로 은곰상을 받은 홍상수 감독이 자주 입고 다닌다고 해서 ‘상수룩’이라고도 부른다. 이 패션이 돋보이려면 여성은 오버핏으로 품이 넉넉하게, 남성은 슬림핏으로 몸에 꼭 맞게 입어야 한다.


특히 바지는 남성이라면 통주름(터크)을 없애고 허벅지에 달라붙는 수준으로 입는 게, 여성은 주름을 셋까지 잡아 앉았을 때 펑퍼짐하게 입는 게 멋스럽다.


누구나 비슷한 아이템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보수적인 회사의 출근룩에서 ‘핏’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복을 입을 때도 마찬가지다. 남성은 바지 핏과 재킷 크기를 넉넉하게 입으면 미국식 스타일로 편안하고 중후해 보인다. 반면 타이트하게 입으면 이탈리아식 스타일로 패셔너블하고 젊어 보인다. 전자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스타일이라면, 후자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스타일이다.


이 네 사람의 의상 아이템 선정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핏에서 주는 차이로 이미지가 달라지는 경우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미국식으로 입으면 안정감을 주지만 트렌디해보이지는 않는다. 반면 이탈리아식으로 입으면 트렌디해보이기는 하지만 너무 꾸민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경이 포인트!

1978년생 총수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과거엔 뿔테를 썼지만, 회장에 오른 후에는 연한 베이지색 안경테로 바꿨다. 어려보이는 이미지를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안경테를 다양하게 사 두고 상의 칼라나 장소에 따라 바꿔주는 것도 가장 쉽게 이미지를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보통 직장인들은 무테나 은테 안경을 선호한다. 그러나 안경테 색이 진하면 진할수록 어려보이고 화려해 보인다.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이 패셔너블해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뿔테다.


반면 요즘처럼 아침저녁으로 쌀쌀할 때는 스카프로 포인트를 줘도 세련돼 보인다. 한동훈 후보자처럼 굳이 빨간색 스카프가 아니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처럼 회색 스카프를 목에만 둘러줘도 훨씬 감각적이다. 화려한 색을 매치하고 싶다면 넥타이는 마음껏 골라도 된다. 기분 전환은 되지만, 생각보다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 구두는 밝으면 밝아질수록 화려해진다. 보수적인 회사에서 밝은 색 구두는 금물이란 뜻이다.


[이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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