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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정원 옆 불암산계곡, 서울대공원 캠핑계곡… 유모차 끌고도 가지요

걸어서 만나는 서울계곡 1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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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곡동 아차산둘레길을 걷다가 '긴고랑계곡'에 발을 담갔다. "앗, 차가워!" 소리와 함께 더위가 저 멀리 도망갔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조시온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엎친 데 덮쳤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해야 하는 올여름은 기록적 무더위까지 예상된단다. 온종일 마스크를 쓰는 것도 힘든데 수영장, 물놀이장, 바닥 분수 등 도심의 오아시스도 대부분 코로나 사태로 가동이 '잠시 멈춤' 상태인 가혹한 여름의 한복판. 청량한 소리를 내며 마음속 갈증을 달래줄 가까운 도심 계곡을 찾았다. 전국 유명 계곡만큼 풍부한 수량은 아니지만, 산책로, 등산로, 공원이 곁에 있어서 걷다가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코로나 사태 속 가볼 만한 서울 계곡 사용 설명서!

남녀노소 찾는 아차산 '긴고랑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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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곡동 아차산 '긴고랑계곡'.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조시온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서울 중곡4동 아차산 자락의 긴고랑계곡은 '긴 고랑'이라는 이름처럼 아차산의 고랑을 따라 흐른다. 발원지는 아차산 정상부. 엄밀히 긴고랑계곡은 장마나 홍수 때 산사태 방지를 위해 수량을 조절하는 '사방 시설'로 정비된 지 오래다. 다만 수량이 적당할 땐 주민이나 등산객이 계곡처럼 애용한다. 특히 장마가 지나간 후엔 물이 맑아져 발을 담그거나 '입수'하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긴고랑계곡 관리를 맡은 광진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사방 시설로 정비한 이후 장마나 홍수가 났을 땐 사고 위험이 있어 공식적으로는 입수를 권하지 않다"면서도 "주민들에겐 오랜 쉼터 같은 곳이라 발 담그는 것까지는 금지할 수 없더라"고 했다.


6월 중순 장마 전 찾았을 땐 고랑의 바위들은 메말라 맨살을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장마 후 다시 찾으니 계곡 초입 '긴고랑공원'부터 물소리가 꽤 요란했다. 장마라 하더라도 강수량이 적었던 만큼 계곡 수량도 풍부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흐르는 물에 몸을 흠뻑 적신 아이들이나 계곡 입구 주변에 일찌감치 돗자리를 깔고 주전부리를 나누는 이들이 보였다.


산책로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 갈래로 나 있다. 계곡을 마주 보고 왼쪽 길 초입엔 숲 놀이터인 '아차산유아숲체험장'이 있다. 등산객은 대부분 오른쪽 산책로를, 어린 자녀를 둔 이들은 왼쪽 산책로를 택하는 분위기다. 어느 쪽으로 가든 코스 중간마다 돌다리나 구름다리를 통해 오갈 수 있다.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주민 체력 단련 시설과 간이 테이블, 벤치 등이 있어 쉬었다가 가기 좋다. 등산객에겐 쉼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등산로를 계속 따라가면 '아차산둘레길'이나 '긴고랑길' 코스를 걸어볼 수 있다. 초입부터 10분 정도만 걸어도 도심 계곡이라는 생각을 잊을 만큼 원초적 풍광의 계곡과 만난다. 나무 그늘 평상, 돗자리 펴기 좋은 너럭바위 등 명당이다 싶은 자리는 오전 시간대 이미 부지런한 등산객에게 '점령'당했다. 계곡에선 송사리, 소금쟁이를 관찰할 수 있다. 자차 이용 시 인근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광진 02' 번 마을버스가 긴고랑과 5·7호선 군자역을 오간다. 종점인 긴고랑에서 내리면 계곡이 코앞이다. 단 마을버스는 코로나 사태로 승객이 줄어 지난달 11일부터 축소 운영 중이니 시간 확인 후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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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동 불암산 '불암산힐링타운' 내 계곡.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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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자락 서울 중계동 '불암산힐링타운' 내 불암산힐링타운계곡은 불암산 정상에서 발원해 불암산힐링타운 내 연못에 이르는 아담한 계곡. 유모차를 끌고도 갈 수 있는 계곡이다. 중계주공2·4단지 아파트 사이에 있어 주민이 조용히 즐겨 찾는다. 공식 명칭은 없다. 안내판엔 '생태계류'라고만 적혀 있다. 주민들은 '나비정원 계곡' '불암산힐링타운계곡'이라 부른다. 입구 '불암산생태학습관' '불암산나비정원'이 코로나 사태로 휴장인데도 날이 더워지면서 계곡을 찾는 이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2.1㎞ '불암산자락길' 코스를 곁에 두었다. 가볍게 걷는 맛을 즐길 수 있다. 불암산자락길은 봄이면 분홍빛 장관을 이루는 '철쭉 동산'이 유명하다. 여름엔 동네 아이 엄마들이 유모차 끌고 물놀이하러 찾는다. 요즘 같은 때 계곡 주변에선 아예 수영복 차림으로 방문하는 어린이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장마 때를 제외하곤 수영복을 푹 적실 만큼 물이 많은 곳은 아니다. 친구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 물놀이를 나온 이다영(34·서울 상계동)씨는 "아파트 단지와 가까워 유모차 끌고 종종 온다. 발을 담글 수 있을 정도 깊이라 어린아이들도 안심하고 놀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민물새우, 올챙이, 송사리, 다슬기 등을 관찰할 수 있다. 계곡은 사시사철 개방돼 있다. 계곡 옆 나무 그늘 평상이 서너 개 있지만 자리 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차도 마땅치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마음 편하다.

'강북 오아시스' 벽운계곡, 무수골계곡

서울 강북에선 우이동계곡이 유명하지만, 서울 동북부 산을 찾는 '혼산'(혼자 등산)하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계곡은 따로 있다. 서울 상계동 수락산 자락 벽운계곡과 도봉동 무수골계곡. 두 곳은 차로 10여 분 정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벽운계곡은 7호선 수락산역 1번 출구에서 10분만 걸으면 초입에 닿는다. 초보 산행 코스로 인기인 수락산 등산 겸 계곡 나들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걷기 귀찮아하는 이라도 '수락산 벽운계곡' 푯말을 보고 '수락산자락길'로 10분만 걸어 들어가면 계곡 절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수락산자락길은 '무장애 숲길'로 장애인은 물론 노약자와 어린이 등도 쉽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다. 데크 길 중간엔 계곡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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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계동 '수락산자락길' 나무 데크 아래 '벽운계곡'.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조시온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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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계동 수락산 '벽운계곡' 하류에 있는 데크에 앉아 등산객이 쉬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평일엔 대체로 중장년층이, 주말엔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합세한다. 초입에 계곡 식당과 간이식당 형태의 포장마차에선 파전, 막걸리 등을 판다. 일대는 '벽운유원지'라고도 한다. 계곡 식당이 있는 하류 쪽보다는 '쓰레기 처리장' 맞은편 계곡부터 진짜 계곡에 들어선 듯하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바위에 앉아 흐르는 물에 발 담근 이들을 보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어 보인다. '긴고랑계곡'이나 '불암산힐링타운계곡'보다 폭이 넓고 수량이 풍부한 편이다. 수심이 꽤 깊은 구간도 있다. "더러 물놀이 사고가 나기도 한다"는 게 주민들 말이다. 수락산자락길 위쪽에 '염불사'가 있어 차량 통행은 가능하나 도로가 좁아 회차가 어렵다. 걷는 게 마음 편하다. '언택트(비대면) 등산'의 묘미를 맛보고 싶다면 나무 데크 길보다 수락교, 장락교, 벽운교, 신선교 등 네 다리를 거치는 코스를 추천한다.


서울 토박이에게도 낯선 무수골계곡은 아는 사람들만 찾는다. 무수골은 행정구역상 서울이지만 전원 풍경을 간직한 '서울 둘레길'의 마을 중 하나다. 무수골 주변엔 주말농장이 모여 있다. 1·4호선 창동역에서 '도봉 08'번 마을버스를 타면 무수골 입구까지 걷지 않고 편히 갈 수 있다. '도봉산 옛길 구간'이라는 이정표를 기준으로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도봉탐방지원센터' '북한산둘레길 호원동 방면' '서울둘레길 다락원' 등이, 왼쪽으로 가면 '북한산둘레길 방학동 방면' '쌍둥이전망대' 등이 나온다. 낡고 허름한 서울의 옛집들 사이로 계곡물이 흐른다. 주말에는 무수골 주말농장을 찾는 차량과 둘레길을 관통하는 차량이 이어져 번잡하다. 무수골의 수수하고 순박한 풍경을 구경하고 싶다면 평일이 진리다.

바캉스 명소로 소문난 물놀이장, 캠핑장 계곡

서울 신림동 관악산공원 내 신림계곡은 한여름이면 바캉스 풍경이 펼쳐진다. 매년 물놀이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휴장한다. 안전 요원을 두거나 부대 시설 운영을 중단할 뿐 시민이 거리 두기를 지키며 물놀이를 즐기는 건 막을 수 없다는 게 관악구청 입장이다.


관악산공원 입구에서 10분 정도 관악산 정상 방향으로 평탄한 길을 산책하듯 걸어가면 물놀이장 진입로가 나온다. 물놀이장 부근은 계곡보다는 '천(川)'에 가깝다. 맑은 물 아래로 송사리 떼, 개구리 등이 지나다닌다. 평일에도 물놀이장 운영 시 그늘막을 설치했던 자리에 돗자리를 펼친 시민이 여럿 보였다. "폭염이 이어지는 주말에는 자리 깔기도 쉽지 않다"는 게 이곳 주민 송선영(35)씨의 말이다.


계곡 물길은 관악산 정상까지 산책로와 나란히 이어진다. 차량 이용 시 관악산공원 부근 사설 주차장이나 서울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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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인접한 과천 서울대공원캠핑장 내 계곡에선 가재 등을 관찰할 수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조시온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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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 아래 계곡물이 흐르는 과천 서울대공원캠핑장.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조시온 영상미디어 인턴기자

행정구역상 서울은 아니지만, 서울과 인접한 서울대공원캠핑장 안엔 서울대공원캠핑장 계곡이 있다. 계곡 주변에 텐트가 설치돼 있어 '계곡 캠핑'이 가능하다. 캠핑장을 관통하며 흐르는 계곡에 물이 마를 날은 거의 없다. 박혜성 서울대공원캠핑장 과장은 "주말이면 상류 저수지에서 물을 방류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캠핑이 부담스러워도 걱정 없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당일 나들이(입장료 성인 2000원·청소년 1500원·65세 이상과 어린이 1000원·만5세 미만 무료)만으로도 계곡 물놀이를 실컷 즐길 수 있다. 캠핑 의자를 계곡에 펴고 맥주 한잔 나누는 아빠들, 물총놀이를 하거나 채집 통을 들고 가재를 관찰하는 아이들 표정이 마냥 즐겁다. 4인용 텐트 이용료는 1만5000원, 텐트와 그늘막 이용료는 2만5000원이다. 단 주차 후 계곡을 따라 언덕으로 짐을 운반해야 하니 나들이나 캠핑 시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현명하다.

드라이브 스루 계곡도

서울 진관동 진관사계곡 부근 진관동 삼천사계곡은 북한산 문수봉과 부왕동암문 방면의 갈림길에서 삼천사로 흐르는 계곡이다. 삼천사와 인근 계곡 식당까지 차량 통행을 할 수 있어 '드라이브 스루'로 계곡 감상이 가능하다. 삼천사는 절 방문객 외 행락객은 주차 불가하지만 삼천사 입구에서 회차 후 하산하기도 한다. '삼천탐방센터'에서 삼천사까지 걸어간다면 20~30분 걸린다. 초입부터 삼천사 인근까지 계곡 식당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울창한 나무와 계곡 식당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계곡은 '미타교' 부근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암반을 흐르는 맑은 물과 마주하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여름이면 미타교 아래가 명당. 삼천사계곡은 발은 담글 수 있으나 수영, 물놀이는 금지하고 있다. 삼천사 법회가 있을 땐 산 아래에서 차량을 통제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다소 혼잡하니 차량 이용 시 참고할 것.

생태계 보호 '관상용 계곡'

  1. 도롱뇽 사는 백사실·국립공원 진관사 계곡… 입수 금지

지난 7일 서울 진관동 진관사 부근 주차장에선 한 커플이 차를 돌렸다. 진관사계곡에 발을 담그고 싶어 간이 의자도 준비한 모양인데 '입수 금지'라는 안내를 보고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계곡이라고 해서 아무 곳이나 '감히' 발을 담글 순 없다. 국립공원 내 계곡 중 생태환경 보전을 이유로 '입수 금지'하는 곳도 많다. 별도의 안내가 없더라도 목책 등으로 진입로를 막아둔 계곡은 눈으로 감상해야 하는 '관상용 계곡'일 가능성이 크다. 자칫 과태료도 물 수 있다.


촉각은 포기해야 하지만 시각·청각적 청량감만큼은 뒤지지 않는 계곡이 바로 관상용 계곡이다. 그래도 어떤가. 하루쯤 물소리 실컷 들으며 바캉스 기분 내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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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국립공원 내 진관사계곡 중 특별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발을 담그는 행위 등이 금지돼 있다. / 박근희 기자

진관사계곡은 비봉과 향로봉 사이 진관사 방면으로 흐른다. 짤막하게 계곡 주변을 산책하고 싶다면 진관사 일주문에 들어서기 전 오른쪽으로 난 나무 데크길을 걸어볼 것. 계곡 위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마치 계곡 위를 걷는 신선이 된 듯하다. 계곡의 상류로 올라갈수록 암반이 발달해 크고 작은 폭포수를 감상할 수 있다. '진관사공원지킴터' 주변에 시민을 위한 주차장 부지가 있어 주차가 편하다. 아직은 조성 단계라 무료 운영하며 오후 6시 전까지만 출차하면 된다. 주변에 '은평한옥마을'이 있어 젊은 층도 눈에 띈다.


서울 도심의 대표 계곡으로 꼽히는 서울 옥인동 인왕산 자락 수성동계곡과 서울 부암동 북악산 자락 백사실계곡도 관상용 계곡이다. 두 곳 모두 도롱뇽 서식지다. 종로구청 측은 "백사실계곡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발만 담그는 것도 원칙상 금지"라고 했다. 가까이 두고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예부터 '옥류동천'이라 불린 수성동계곡은 '水聲(수성·물 소리)'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한동안 말라 있다가 지난 장마 뒤 바위 틈새로 맑은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도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쉬어 가려는 주민, 인근 직장인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해가 쨍한 한여름보단 비 오는 날이 더 운치 있다. '종로 09'번 마을버스를 타고 '수성동계곡' 종점에서 내리면 바로 만난다. 서울 '서촌'의 아기자기한 상점들을 감상하며 걸어가 보는 것도 즐겁다.


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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